
인류 역사상 처음 겪는 학습의 위기다. 인공지능(AI)이 수십년 묵은 수학 난제를 해결하고 학생들은 교사 대신 AI에게 질문한다. AI가 발달하고 AI가 제공하는 정보가 정교해질수록 기존 학습 체계와 배움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나온다. '지성의 상아탑' 대학의 존재 의미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인간의 지성이 새로 정의되는 AI 시대를 대학은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대학에서 인간은 무엇을 배우고 가르쳐야 할까.
레이프 명예총장은 전 세계 기술과 교육의 최첨단이라 평가받는 MIT에서 2012년부터 202tㅏ호2년까지 총장을 역임했다. 총장 재임 당시 컴퓨팅·AI 분야 교육과 연구를 총괄하는 'MIT 슈워츠먼 컴퓨팅 칼리지',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MITx' 등을 통해 캠퍼스를 AI와 기업가정신의 중심지로 혁신하는 데 앞장섰다.
그가 강조한 '배움'은 단순히 지식 전달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에는 대학이 지식 전달을 넘어 AI 활용 능력, 인문학적 소양 등 '융복합'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이프 명예총장은 "미래는 'AI 이중언어 구사자'에 달려있다"며 "본인의 전공분야에 전문성을 가지면서 AI를 능숙하게 쓸 수 있는 인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여러 언어를 원활하게 구사하듯 기술과 타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인재를 대학이 길러내야 한다고 봤다. 이어 "AI 시대에는 모든 분야, 학제, 즉 생물, 역사, 화학 등 모든 것을 융복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람과 사람뿐만이 아니다. 레이프 명예총장은 AI와 인간 역시 각자의 장점을 살려 협력해야 한다고 봤다. AI는 인류가 쌓아온 방대한 과거 지식을 학습하고, 인간은 이를 활용해 미지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 개개인은 창의성의 토대가 되는 다양한 경험과 직관을 갖췄고 이를 토대로 완전히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윤리·도덕적 판단력도 AI에게 없는 인간의 자질"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 역시 "최근 대학 교육 자체가 필요 없다는 얘기마저 나오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학이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검증하고, 실험하는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환경이 된다면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레이프 명예총장은 "몇 가지 기술만 배우면 대학에 갈 필요 없다는 건 근시안적 사고"라며 "기술은 계속 바뀌므로 변화에 대응하고 발전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객석에서도 질문이 쏟아졌다. 'AI 시대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하느냐'는 질문에 레이프 명예총장은 "우리가 길러야 할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역량은 직관, 창의성, 판단력"이며 "장기적으로 교육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구은서/정희원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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