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5월 이후 외국인 매도성격 논쟁…‘한국증시 본격 이탈’인가?
최근 외국인이 연일 매도하는 성격을 놓고 논란이 심하다. 단순히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차익거래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증시를 떠나는 신호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논란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점을 짚어봐야 한다. 무엇보다 글로벌(혹은 투자국) 유동성이 위축되느냐 하는 점이다. 마진 콜(증거금 부족)과 디레버리지(자금회수) 이론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이 위축되거나 우려가 제기되면 위기 이후 주가가 많이 오른 국가일수록 경제여건과 관계없이 투자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정책적으로 글로벌 유동성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유동성에 변화가 없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를 지난해 9월부터 추진해 오는데다, 유럽도 올 2월말 2차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 추진 이후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신흥국들은 유동성 공급보다 기준금리 인하에 더 치중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유동성은 상당기간 줄지 않을 전망이다. 위기과정에서 퇴장되고 단기 부동화됐던 유동성이 시중에 방출되고 있다. 경제활력지표인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도 완만하게나마 회복되는 추세다. 한때 3배 이내로 축소됐던 레버리비 비율도 일부 ‘고위험-고수익’을 추가는 헤지펀드의 경우 10배 내외로 높아지고 있다.
경기면에서 이달 들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경제지표가 부진한 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도 중요하다. 장기침체를 의미하는 ‘더블 딥’으로 본다면 투자자금을 본격 회수하고, 일시적인 부진을 의미하는 ‘소프트 패치’로 본다면 경기가 제 궤도(회복국면)로 복귀한다면 외국인 자금은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도 미국경기를 중심으로 지난해 8월 이후 거세게 불었던 ‘더블 딥’과 ‘소프트 패치’ 간 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 마크 파버, 누니엘 루비니 교수 등 비관론자들은 올 1분기 성장률과 단기지표이 낮게 나온 것을 계기로 미국경제가 다시 침체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정국 경기가 ‘더블 딥’에 빠지면 증시는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빠진다.
하지만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분기 성장률과 단기지표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이른바 ‘소프트 패치론’으로 올 하반기 이후 회복국면에 재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논쟁과 맞물려 정책적으로 거세지는 ‘쌍둥이 독트린 논쟁’도 주목해야 한다. 하나는 재정정책 우선순위를 적자축소와 경기부양 중 어디에 둘 것인가와 관련해 ‘로고프 독트린’과 ‘크루그먼 독트린’간의 논쟁이다. 다른 하나는 통화정책 대상에 자산시장을 포함시킬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그린스펀 독트린’과 ‘버냉키 독트린’ 간의 논쟁도 일고 있다.
재정정책 우선순위 논쟁은 재정적자와 경기부양을 함께 풀어갈 수 있는 대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 눈에 뜨는 것은 미국 오바마 정부가 강한 신념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페이-고(pay-go)’ 원칙이다. 또 통화정책 대상논쟁과 관련해서는 자산시장을 함께 고려하는 ‘버냉키 독트린’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여전히 불안한 부동산 시장 등을 감안해 금리인상은 최대한 늦추겠다는 것이 FRB의 방침이다.
글로벌 유동성과 세계경기, 정책면에서 아직까지 문제가 없다면 투자대상국인 한국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이 특별히 악화되느냐 하는 점이다. 결로부터 말한다면 큰 변화는 없다. CDS(크레딧 디폴트 스와프) 프리미엄이 지난해말에 비해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일상적인 변화다. 금융위기 이후 신용등급상에 돋보이던 매력은 다소 줄어들고 있으나 삼성전자, 현대 자동차 등 대표기업들이 보완하고 있다.
해외시각과는 별도로 포트폴리리오상의 투자매력도는 줄어들고 있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투자할 때 관행적으로 중시하는 몇 가지 지표로 판단해 보면 원유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특성상 유가가 100달러 넘으면 일단 한국투자를 신중하게 결정한다. 변동이 있긴 하지만 유가는 100달러 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번 위기과정에서 한국 등 신흥국에 유입된 외국자금이 금리차에 의한 캐리 트레이드 성격이 강한 점을 감안하면 이 자금을 밀어냈던 투자국의 대표금리가 오르면 이탈될 소지는 그만큼 커진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경우 그 임계수준(10년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은 4% 내외로 인식돼 왔다. 대부분 미국 국채수익률은 다시 하락추세다.
환차익 여부도 중요한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1140원대로 다시 올라 적정수준 이상이다. PER(주가수익비율)의 역수에서 투자대상국 대표금리를 빼서 산출하는 ‘일드 갭(yield gap)’도 자금회수 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지표다. 우리의 경우 5% 밑으로 떨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된다. 최근 들어 6% 내외로 떨어져 매력이 줄고 있다.
결국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매도세는 글로벌 유동성과 세계경기, 정책, 한국경제 해외시각 등과 같은 핵심요인에 있어서는 큰 변화가 없고 ‘슈퍼 선데이’ 이후 위기대책 변화 등을 우려한 일부 유럽계 은행들의 선제적인 자본회수인 ``프리엠프티브 디레버리지(preemptive deleverage)`` 현상으로 풀이된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는 한국증시를 본격적으로 떠나가는 신호는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증시가 다른 재테크 수단에 비해 유망하더라도 올 1분기 주가상승은 경제기초여건과 괴리됐다는 인식이 높은 만큼 수시로 발생하는 악재에 대비해 나가는 균형적인 투자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때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최근 외국인이 연일 매도하는 성격을 놓고 논란이 심하다. 단순히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차익거래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증시를 떠나는 신호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논란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점을 짚어봐야 한다. 무엇보다 글로벌(혹은 투자국) 유동성이 위축되느냐 하는 점이다. 마진 콜(증거금 부족)과 디레버리지(자금회수) 이론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이 위축되거나 우려가 제기되면 위기 이후 주가가 많이 오른 국가일수록 경제여건과 관계없이 투자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정책적으로 글로벌 유동성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유동성에 변화가 없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를 지난해 9월부터 추진해 오는데다, 유럽도 올 2월말 2차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 추진 이후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신흥국들은 유동성 공급보다 기준금리 인하에 더 치중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유동성은 상당기간 줄지 않을 전망이다. 위기과정에서 퇴장되고 단기 부동화됐던 유동성이 시중에 방출되고 있다. 경제활력지표인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도 완만하게나마 회복되는 추세다. 한때 3배 이내로 축소됐던 레버리비 비율도 일부 ‘고위험-고수익’을 추가는 헤지펀드의 경우 10배 내외로 높아지고 있다.
경기면에서 이달 들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경제지표가 부진한 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도 중요하다. 장기침체를 의미하는 ‘더블 딥’으로 본다면 투자자금을 본격 회수하고, 일시적인 부진을 의미하는 ‘소프트 패치’로 본다면 경기가 제 궤도(회복국면)로 복귀한다면 외국인 자금은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도 미국경기를 중심으로 지난해 8월 이후 거세게 불었던 ‘더블 딥’과 ‘소프트 패치’ 간 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 마크 파버, 누니엘 루비니 교수 등 비관론자들은 올 1분기 성장률과 단기지표이 낮게 나온 것을 계기로 미국경제가 다시 침체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정국 경기가 ‘더블 딥’에 빠지면 증시는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빠진다.
하지만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분기 성장률과 단기지표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이른바 ‘소프트 패치론’으로 올 하반기 이후 회복국면에 재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논쟁과 맞물려 정책적으로 거세지는 ‘쌍둥이 독트린 논쟁’도 주목해야 한다. 하나는 재정정책 우선순위를 적자축소와 경기부양 중 어디에 둘 것인가와 관련해 ‘로고프 독트린’과 ‘크루그먼 독트린’간의 논쟁이다. 다른 하나는 통화정책 대상에 자산시장을 포함시킬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그린스펀 독트린’과 ‘버냉키 독트린’ 간의 논쟁도 일고 있다.
재정정책 우선순위 논쟁은 재정적자와 경기부양을 함께 풀어갈 수 있는 대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 눈에 뜨는 것은 미국 오바마 정부가 강한 신념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페이-고(pay-go)’ 원칙이다. 또 통화정책 대상논쟁과 관련해서는 자산시장을 함께 고려하는 ‘버냉키 독트린’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여전히 불안한 부동산 시장 등을 감안해 금리인상은 최대한 늦추겠다는 것이 FRB의 방침이다.
글로벌 유동성과 세계경기, 정책면에서 아직까지 문제가 없다면 투자대상국인 한국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이 특별히 악화되느냐 하는 점이다. 결로부터 말한다면 큰 변화는 없다. CDS(크레딧 디폴트 스와프) 프리미엄이 지난해말에 비해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일상적인 변화다. 금융위기 이후 신용등급상에 돋보이던 매력은 다소 줄어들고 있으나 삼성전자, 현대 자동차 등 대표기업들이 보완하고 있다.
해외시각과는 별도로 포트폴리리오상의 투자매력도는 줄어들고 있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투자할 때 관행적으로 중시하는 몇 가지 지표로 판단해 보면 원유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특성상 유가가 100달러 넘으면 일단 한국투자를 신중하게 결정한다. 변동이 있긴 하지만 유가는 100달러 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번 위기과정에서 한국 등 신흥국에 유입된 외국자금이 금리차에 의한 캐리 트레이드 성격이 강한 점을 감안하면 이 자금을 밀어냈던 투자국의 대표금리가 오르면 이탈될 소지는 그만큼 커진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경우 그 임계수준(10년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은 4% 내외로 인식돼 왔다. 대부분 미국 국채수익률은 다시 하락추세다.
환차익 여부도 중요한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1140원대로 다시 올라 적정수준 이상이다. PER(주가수익비율)의 역수에서 투자대상국 대표금리를 빼서 산출하는 ‘일드 갭(yield gap)’도 자금회수 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지표다. 우리의 경우 5% 밑으로 떨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된다. 최근 들어 6% 내외로 떨어져 매력이 줄고 있다.
결국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매도세는 글로벌 유동성과 세계경기, 정책, 한국경제 해외시각 등과 같은 핵심요인에 있어서는 큰 변화가 없고 ‘슈퍼 선데이’ 이후 위기대책 변화 등을 우려한 일부 유럽계 은행들의 선제적인 자본회수인 ``프리엠프티브 디레버리지(preemptive deleverage)`` 현상으로 풀이된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는 한국증시를 본격적으로 떠나가는 신호는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증시가 다른 재테크 수단에 비해 유망하더라도 올 1분기 주가상승은 경제기초여건과 괴리됐다는 인식이 높은 만큼 수시로 발생하는 악재에 대비해 나가는 균형적인 투자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때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