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지금 세계는] ‘레이거노믹스’와 ‘래퍼 커브'

입력 2012-05-3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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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투자의 아침 2부 - 한상춘의 지금 세계는

앵커 > 최근 미국경제가 당면한 현안을 놓고 정책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레이거노믹스로 이 현안을 풀어야 한다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레이거노믹스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최근 미국경제가 당면한 현안이 굉장히 많다. 어떤 것들이 있고 논쟁은 어떤 것인지 확인해 보자.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당면한 현안은 많지만 유럽경기와 달리 미국경제가 건실하게 회복되어 세계증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오늘도 미국의 다우지수가 상당히 많이 오른 것 같다. 국내증시에 여러 가지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다.

요즘도 사람들을 만나면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인지 많은 부분에서 침체되는 양상이다. 국내주가가 많이 올라서 여러 가지 어려운 가운데 고통이 완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런 바람이 실현될 것이냐의 측면에서는 미국의 경기사항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 월가에서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은 주택시장 문제도 있지만 정책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간다, 정책문제는 정책으로 풀어간다는 각도에서 레이거노믹스 이야기가 투자자의 심리를 긍정적으로 미치게 했다. 최근 정책적으로 관심이 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재정정책에 있어서 긴축이냐, 부양이냐의 문제다. 이것은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이고 미국에서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통화정책에서는 오히려 물가를 부추겨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는 크루그먼 교수의 이야기나 지금 상태에서 물가를 관리해야 된다는 버냉키 의장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나온 것은 지금 미국경제에 당면한 현안을 풀어갈 때 총수요적인 측면에서 풀어갈 것이냐, 아니면 총공급능력을 확대시켜 풀어갈 것이냐의 논쟁이 나오고 있다.

정책방향에 있어서는 총수요적인 측면에서 경기를 풀어갔지만 경제주체들에게 의욕을 북돋아주는 쪽으로 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공급측면이 나오기 때문에 이것이 미국경제에서는 과거 1990년대 후반에 증시를 크게 끌어올렸던 신경제신화를 재현할 수 있는 정책적 영역이다. 이것이 지금 월가에서 가장 큰 관심이 되면서 오늘 주가를 비교적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이 용어는 레이건과 이코노믹스의 합성어다. 레이거노믹스란 레이건 정부 시절 추진했던 일련의 경제정책을 모두 통칭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레이거노믹스가 워낙 유행해서 그런지 그 이후 여러 가지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 이코노믹스 등 대통령이 나오면 전부 이코노믹스를 붙이곤 하는데 그 시발점은 레이건이었다. 이 용어는 굉장히 유행한 용어다.

그동안 경기부양책은 수요측면에서 금리를 인하한다거나 재정지출을 증대시키거나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지출측면에서 경기를 부양시켰지만 이 레이거노믹스의 특징은 공급능력이다. 다시 말해 감세나 세제혜택 등을 통해 생산성을 늘려 공급능력을 확대시켜 경제를 부양시키는 방법이 특색이다.

그래서 이 레이거노믹스를 한편으로 공급측면의 이코노믹스, 공급증시 경제학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종전의 주류경제학에서 수요적인 측면보다 공급 측면에서 했기 때문에 서플라이 사이드 이코노믹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앵커 > 레이거노믹스라는 용어가 다시 등장한 것은 지금 미국 경제상황이 80년대 초반과 비슷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정책이든 무엇이든 인식의 전환은 종전에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 나왔을 때 이루어진다. 그럴 때 보통 국면전환, 인식전환, 정책전환이 나온다고 한다. 과거 레이거노믹스가 왜 이렇게 구상됐고 총수요적 측면보다 공급 측면에서 경기를 부양시키는 정책이 나왔을까. 그것은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 당시 미국의 경제상황이 종전 이론이나 종전 정책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이었다.

그 당시 제1차 오일쇼크 발생한 이후 국제유가가 많이 올랐다.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유가가 올라갈 때는 비용여건이 올라간다. 다시 말해 공급측면의 비용여건 악화로 인해 경기가 둔화된다. 이론적으로 보면 경기가 둔화되면 물가가 떨어지지만 공급측면의 유가가 올라갔기 때문에 오히려 경기가 침체해 물가가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유행한 것이 바로 1980년대다. 종전의 방식대로 경기침체를 생각해 경기를 부양하면 물가가 강등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을 하면 경기는 더 침체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종전의 정책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다 보니 공급 측면에서 능력을 올리면 경기를 부양하고 공급능력이 약해지면 물가가 떨어진다.

지금 상황에서 왜 레이거노믹스가 다시 한 번 이야기되느냐면 미국경제는 회복되지만 고용문제를 볼 때는 여전히 경기회복세가 미약한 상태에서 4년 전 금융위기를 풀어내기 위해 돈을 많이 찍어내다 보니 경기가 회복되는 양상 속에 인플레 기대심리가 너무 빨리 올라가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지금 금리 인상 여부에 논쟁이 있다. 지금 상태에서 금리를 인상한다면 다시 한 번 경기가 침체되는 1930년대 애클스의 패일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공급능력을 높여 물가도 잡고 인플레 기대심리를 잡고 경기를 추가적으로 부양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상당히 월가로부터 공감대가 형성되어 투자심리를 개선시키다 보니 주가를 끌어올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

앵커 > 레이거노믹스를 이해하려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용어가 있다. 바로 래퍼 커브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레이거노믹스의 핵심적인 이론적 배경이 되고 있다. 경제학은 이론에서 태어난다. 우연의 일치로 태어나는 것도 많다. 서플라이 사이드 이코노믹의 토대가 된 이것은 아셔 래퍼가 워싱턴의 레스토랑 냅킨에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은 가로축에는 세율을, 세로축에는 세수를 나타냈다. 통상적으로 세율을 올릴 때는 세수가 증가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 노멀 존이다. 그러나 일정한 단계를 지나면 오히려 세율이 증가할 때 세수가 떨어진다. 이것은 정상적인 것과 달리 비정상적이라는 뜻으로 앱노멀 존이라고 이야기한다.

당시 미국의 경기가 침체됐을 때는 세율이 너무 높아서 세수가 오히려 떨어지는 앱노멀 존에 있었다. 이 존에 있을 때는 미국의 경기를 풀어가기 위해 세금을 낮춰줘야 한다. 그러면 경제주체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며 생산성이 증대하고 경기가 회복된다.

누진적인 미국의 재정수지 구조를 볼 때는 세수는 증가한다는 각도에서 오히려 앱노멀 존에 있을 때는 세율을 떨어뜨려 감세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경기를 부양하고 재정수지를 튼튼하게 하는 방법이다. 작은 레스토랑 냅킨에 아셔 래퍼가 그린 유명한 이 곡선은 서프라이즈 사이드 이코노믹을 이야기할 때 항상 언급된다.

앵커 > 레이거노믹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때 영화배우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초기에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레이건 대통령의 레이거노믹스는 과연 성공했는가.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미국경제가 어려울 때 영화배우 전력을 가진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했었다. 과연 그가 미국경제의 어려움을 풀어갈 수 있겠느냐는 각도에서 상당히 비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이러한 우려와 달리 서플라이 사이드 이코노믹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경기를 정의해 미국경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증대시키고 달러위상을 증대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국민들의 경제고통을 낮추는데 아주 주력했다. 그러다 보니 미 국민들로부터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조지 워싱턴이나 루즈벨트 등과 함께 추앙을 받는 5대 대통령으로 꼽힐 만큼 초반의 우려와 비판과 달리 특히 국민으로부터 존경 받는 대통령으로 꼽히고 있다.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가 탄생하기 이전에는 대부분 경기가 어려울 때는 케인지언 방식으로 총수요를 진작시키는 방법을 썼다. 통화정책에서는 금리를 떨어뜨리고 유동성을 공급하고 재정정책에서는 재정지출을 증대시키는 수요 측면의 경기부양책이 주류를 이뤘지만 이것을 계기로 경기를 부양하는 방법도 공급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경기주체들에 인센티브를 줘 생산성을 증대시키면 경기를 부양하고 경기를 부양함과 함께 물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가가 떨어지며 고성장을 하면 경제에서는 그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유토피아라는 표현도 쓴다. 다시 말해 성장이 되면 물가가 올라가야 되지만 성장이 되더라도 물가가 떨어지다 보니 종전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어 이것을 뉴 이코노믹, 신경제라고 했다. 과거 1990년대 후반 글로벌 증시를 가장 많이 끌어올리고 미국증시를 가장 많이 끌어올렸던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뉴 이코노믹, 신경제 신화의 시발점이 레이거노믹스에 근거을 둔다. 물론 정책당국의 입장에서 클린턴은 민주당이고 레이건 대통령은 공화당이었다. 하지만 학계적인 측면에서는 그렇다.

또 한 가지는 국가의 간섭이나 행정규제는 최소한에 그쳐야 된다. 시장경제의 원리를 다시 활성화시키거나 당시의 경제학계에서는 보통 모든 가격은 프라이스 메커니즘으로 책정한다며 가격기능을 중시했는데 사실상 그때는 불균형이론, 수량경제에서 가격의 불균형 상태에 놓이는 경제가 유행했다. 그러나 서플라이 사이드 이코노믹에서는 다시 수량경제를 가격경제로 환원시켰기 때문에 서플라이 사이드 이코노믹은 경제학에서 아주 훌륭하고 여러 많은 근거를 남긴 이론이다.

앵커 > 미국경제뿐만 아니라 우리경제가 당면한 현안을 풀어나가는데도 레이거노믹스가 중요한 이론적 토대가 될 것 같다. 정책적으로도 도움이 되는가.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우리경제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로 평가하고 있다. 지금 경기가 상당히 안 좋다. 3%대 초반까지 전망치가 내려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물가가 상당히 안정됐다고 보지만 통화정책의 금리를 결정하는 사람들은 아직 인플레에 연연하는 모습이 있다. 그런 각도로 매칭시킨다면 경기둔화 시기에 인플레 우려가 있어 부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는 것이 한국경제다. 이것은 금통위 일부 위원들의 의견이다.

그것에 반해 정책적으로는 어떤가. 기획재정부는 경우에 따라 경기부양과 고용창출이고 한국은행의 입장에서는 물가안정이다. 전 세계가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을 편다. 중앙은행조차도 물가안정보다는 경기부양을 해서 정책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우리는 재정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부서 간 정책목표에 따른 미스매치가 있다. 그것에 따른 정책적인 부조화도 감지되는 상황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법인세는 대폭 떨어뜨린 상태다. 총선 이전에 대기업을 두들겨 패는 식으로 증세정책이 나왔다. 여든 야든 관계없이 국민 표심을 위해 그런 정책이 나왔는데 이는 사실 세계적인 입장과 달리 가는 것이다. 지금은 경제주체들에게 의욕을 북돋아 주고 레이거노믹스와 같은 정신을 북돋아 경기를 풀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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