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일본식 복합불황’ 다시 찾아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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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02 13:46   수정 2012-07-02 13:46

글로벌 증시 ‘일본식 복합불황’ 다시 찾아오나?

◈ 글로벌 증시 과연 ‘일본식 복합불황’ 다시 찾아오나?



4년 전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사태가 숨통이 트일 무렵에 시작된 유럽위기가 2년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위기 이전보다 영향력이 더 커진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긍(肯·긍정)과 ‘부(否·부정)’, ‘부(浮·부상)’와 ‘침(沈·침체)’이 겹치면서 위기상시체제로 들어가는 분위기다.



2009년 2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경제도 꼭 3년이 되는 시점에서 재침체 국면에 진입하느냐의 임계상황에 놓여 있다. 올 2분기 이후 미국, 중국, 독일 등 중심국의 제조업 경기 둔화세가 역력해 ‘일본식 복합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하반기 이후 움직임이 더 주목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증시도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특히 월가를 중심으로 지난해 9월 이후 미국경제가 신용등급이 2차 대전 이래 유지해온 트리플 A 등급이 무너진 이후 트라이펙터(trifector)¹ 현상이 나타나자 고개를 들었던 ‘힌덴부르크 오멘’과 같은 시장붕괴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복합불황 우려는 세계경제 입장에서 아직까지는 ‘우려’ 성격이 짙지만 하지만 미리 반영되는 증시 입장에서는 분명히 ‘리스크’다. 이 때문에 각국은 거시기조를 ‘성장’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경기부양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계속된 위기로 정책여지가 바닥이 난데다 각국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효과가 얼마나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모든 정책은 정책당국의 ‘신호(signal)’대로 정책수용층이 ‘반응(response)’해야 의도했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리먼 사태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비상국면에서는 이 메커니즘이 잘 작동되느냐 여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만약 작동되지 않는다면 위기극복은 그만큼 지연되고 세계경제는 복합불황보다 더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에서 좀비 국면이 처하고 있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경제연령이 젊은 일부 신흥국에서도 조로화(早老化) 조짐이 일고 있다. 그만큼 정책효과는 반감된다. 세계경제가 ‘5대 함정’에 빠져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에 빠질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5대 함정이란 무엇보다 정부의 의도대로 경제주체들이 반응하지 않아 모든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정책 함정(policy trap)`을 들 수 있다. 그 중에서 부양수단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화정책은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등이 이 우려에 대한 경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정책 함정과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주체들이 과도한 부채에 시달려 소비나 투자를 하지 못하는 `빚의 함정(debt trap)`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또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문제도 최종 목표인 경쟁력 개선여부와 관계없이 구호만 반복적으로 외치는 `구조조정 함정(structure trap)`에 빠져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나라든 이런 상황에 놓이면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해 느끼는 불확실성이 증대돼 예측기관들은 전망이 또 다른 전망을 불러일으키는 `불확실성 함정(uncertainty trap)`에 빠지게 된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해까지 유지해 왔던 ‘반기’ 예측기간을 ‘분기’ 단축한 것도 이 이유에서다.



최근 주요국 경제를 보면 1990년대 초반 일본경제가 5대 함정에 빠질 초기 단계에 나타났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유럽위기 속에서도 비교적 잘 버티어 왔던 미국 등 주요국 경기가 주춤거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책당국자에 대한 믿음은 크게 떨어지는 추세다.



이 상황에서 선진국 기준금리는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미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려 추가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경기회복에 별 도움이 안되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질 것이라는 시각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고민하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갈수록 글로벌 금융사들은 잠재부실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유럽 금융사들은 외부 긴급수혈로 연명하는 상황이다. 선진국 재정수지는 갈수록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고 국민들의 빚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이 때문에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예측기관들도 직전 전망치의 잉크가 채 굳기도 전에 또 다른 전망치를 내놓기에 바쁘다.



특히 그리스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이미 ‘좀비 위기국’으로 취급당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구제금융을 받았음에도 국민들은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고통을 분담하기 보다는 같은 상황에 처해 금 모으기를 했던 한국 국민과 달리 오히려 금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극단적인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벌어지고 있다.



모든 경제현상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샴의 법칙‘이 통용된다. 유럽 국가처럼 무늬만 회원국(bad apples)과 건전한 회원국(good apples)을 ’통합‘이라는 한 바구니에 담아 놓으면 건전한 회원국들도 썩는다. 이미 유럽위기가 장기화됨에 따라 현재 유로랜드 회원국이라 하더라도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무늬만 회원국’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그리스가 더 이상 고통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다른 회원국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유럽통합에서 탈락시키는 충격요법이다. 조지 소로스 등이 제시하는 ‘투 트랙(two track)’, 즉 `건전한 회원국`들은 통합단계를 밟아가고 `무늬만 회원국`들은 탈락시키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경제의 복합불황이 우려되자 이미 연추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부양’쪽으로 선회되기 시작한 각국의 거시경제기조가 갈수록 뚜렷하다. 미국은 지난해 9월에 발표됐던 일자리 창출 위주의 재정정책(일명 오바마 경기부양책)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올 6월말로 시한인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정책을 연장했다.



일본도 경기침체의 주범은 엔고를 저지시키기 위한 노력일 지속하는데 이어 최후의 부양수단으로 소비세 인상을 어렵게 추진했다. 전통적으로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은 두 차례에 걸쳐 각국 기준금리 인하와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추진했다.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들도 기준금리를 일제히 내리고 있다.



이번 각국의 부양책에서 눈에 띠는 것은 단순히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점이다. 올 6월 멕시코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끝나고 채택된 ‘로스카보스 공동선언문’에 일자리 창출 위주의 성장정책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기부양책이 성공하려면 재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시장과 시스템에 많이 의존하는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이미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는 일자리 창출에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만큼 앞으로는 예상되는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다. 리스크를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으나 뒤늦은 낙관론 속에 막상 이런 리스크가 닥치면 투자자와 증시가 커다란 혼란에 빠진 경험이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월가에서 ‘어느 날 갑자기’ 이론으로 잘 알려진 ‘하이먼 민스키 거품모형’에도 대비해 나가는 기본과 균형이 필요한 때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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