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석유, 신동빈 회장 육성의지 부담됐나?

입력 2012-10-12 08:51   수정 2012-10-1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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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신동빈 회장의 유화부문 육성 의지와 최근 부진한 경영성과에 대한 부담감 때문일까요. 호남석유가 합성고무 사업과 관련해 대기업에 어울리지 않는 성급함으로 의아스러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호남석유화학이 최근 발표한 합성고무 사업에 대한 자료입니다.

이탈리아 화학기업 베르살리스와 고무사업 합작 주요 사항에 합의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기업의 기술을 근간으로 연산 20만톤 공장을 건설하고 2015년 상업생산을 한다는 것.

관련업계는 나프타를 분해해 부타디엔 등 원료를 만드는 호남석유가 생소한 분야인 합성고무 시장에서 그것도 20만톤 씩이나 생산하는 데 의문을 표합니다.

시장 특성상 20만톤이나 되는 것을 어디에 팔 지, 수요 계획이 없으면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현재 수요성 검토 수준이라며 자료와는 사뭇 다른 뉘앙스를 풍깁니다.

<인터뷰> 호남석유화학 관계자

"정확히 시장수요 검토, 수요성 본 다음에 안 되겠다 싶으면 사실상 접을 수도 있다"

자료만 보면 메이저 업체와 손잡고 상업생산을 시작해 아시아에 공급할 것처럼 강조했지만 정작 사업 개시조차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장 플랜트 등 설계에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시기까지 못 박으며 상업생산을 운운하는 것은 성급함을 넘어 무책임하기까지 하다는 지적입니다.

다소 서두른 감이 있는 것은 몇 년 전 신동빈 롯데 회장이 2018년 비전을 제시하며 유화부문 매출을 40조원으로 잡은 것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유통으로 대변되는 롯데 내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호남석유가 M&A로 규모가 커지고 업황이 좋던 지난해부터는 위상마저 달라지며 오너의 시선에 민감해 진 것입니다.

<인터뷰>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

"롯데그룹 내에서 호남석유 존재감 없었는데 이게 알짜 돈이 되는 사업이니 키워서 오너에게 확실히 갔다 가져다 주자 됐고"

그룹 수장의 관심과 투자 확대 등 대접이 달라진 가운데 정범식 사장에 이어 올해 2월 부임한 허수영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 진 것도 조급함을 부른 요인이라는 것.

그동안 순항해 왔지만 올해 1분기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2분기에는 창사 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마저 난 것입니다.

매출 40조 비전에 의문 부호가 달리고, 모처럼 그룹 중심에 선 상황에서 뭔가 액션을 취해야만 한다는 압박이 컸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인터뷰>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

"이와 맞물려 2분기 적자 내다보니 뭔가 괜히 급했던 사람처럼 이탈리아 베르살리스는대단한 기술력 갖춘 회사도 아니고 이전부터 매물로 돌아다니던"

물론 호남석유의 합성고무 사업은 투자와 M&A 등을 통해 단기성과를 낼 수 있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하지만 검토 수준의 것을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매출40조 성장 로드맵" 등 그럴싸한 문구까지 넣으며 공식화 한 것은 `무리수 아니냐`는 핀잔을 듣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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