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의 변심..."고환율은 소비,투자위축 초래"

입력 2012-11-27 09:42  

환율 상승(원화 약세)이 국내 소비와 투자를 크게 위축시킨다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27일 한국은행 `환율변동의 소비ㆍ투자에 대한 대체효과와 소득효과` 보고서를 보면 고환율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찮다. 환율 상승기에는 실질 구매력이 줄고 기업 비용이 치솟아 자국의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율이 오르면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 향상으로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어 국내총생산(GDP)이 개선되므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기존 인식과 반대되는 분석이다.

한은은 1990∼2011년 사이 22년간 원달러 환율과 소비ㆍ투자간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이번 결과를 도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과 민간소비의 상관계수는 -0.69, 환율과 국내투자의 상관계수는 -0.79로 계산됐다. 환율이 상승하면 소비와 투자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역(逆)의 상관관계가 뚜렷해진다. 소비와 투자를 합산한 `내수`와 환율의 상관계수는 -0.77이다. 환율 상승이 소비와 투자, 내수에 모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1%(10원가량) 상승할 때 민간소비는 2,041억원(0.21%) 감소한다. 이 가운데 국산소비는 1,729억원(0.19%), 수입소비는 312억원(0.50%)씩 줄었다. 원달러 환율이 1%가량 오를 때 국내투자는 966억원(0.49%) 줄어든다. 국산투자는 487억원(0.35%), 수입투자는 479억원(0.81%)씩 감소한다.

환율 상승이 소비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수입재 가격상승에 따른 실질구매력 악화, 즉 소득효과 때문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국산과 수입산 간 대체탄력성이 낮아 환율상승으로 수입제품 가격이 오르더라도 국산으로잘 대체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입가격 변화에 따른 국산소비의 대체탄력성은 0.095, 투자(건설 제외)의 대체탄력성은 0.280으로 계산됐다. 환율 상승으로 수입재 가격이 오를 때 국산 내수가 위축되지 않기 위한 대체탄력성 수준(1)에 턱없이 못 미친다.

환율이 1%가량 오르면 국내총생산(GDP)은 1,309억원(0.08%) 정도 늘어난다. 보고서는 "이처럼 환율 상승은 우리나라의 GDP를 개선하지만 (국산)내수는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환율 상승으로 소비가 위축되는 것을 막으려면 유통구조 개선 등 미시적 접근방법을 통한 가격 안정과 고용 창출 등을 통해 가계의 실질소득을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투자는 내수 위축과 수입재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이 가중하는 내수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장기적으로는 수입 재화와 국산 재화 간 대체탄력성을 높이는 산업정책을 펼쳐 환율변동으로 인한 소비투자의 변화폭이 축소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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