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 국면..외국인 선호주에 관심"

입력 2013-01-0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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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경제연구소 정명수 >
증시 주변의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가 중요한데 그 지표는 환율이다. 원화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은 미국이나 일본에서 양적완화를 통해 풀린 돈이 아시아 시장, 즉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머징 마켓으로 모이고 이런 과정을 통해 돈이 흘러온다는 뜻이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우리와 같이 경쟁하는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는 우리에게 불리한 면이 있다. 그렇지만 잘 생각해 보면 우리 경제에 득이 되는 면도 상당히 있다.

지난 9월 이후부터 미국은 3차 양적완화를 시행했고 일본은 자민당이 집권하면서 아베 신조 총리가 강력한 통화 팽창, 즉 엔화 살포를 통해 엔 약세를 이끌고 그것을 가지고 수출을 늘리는 정책을 하고 있다. 9월 이후 양적완화 조치가 진행되면서 환율이 1100원대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돈을 푸는 일본이나 미국이 자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조치로 우리 원화의 강세, 환율 하락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굉장히 좋기 때문에 우리 원화가 강세를 나타낸다기 보다 외환시장의 메커니즘에 따른 상대적인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돈을 살포하니 외환시장은 달러와 엔에 대해 숏 포지션을 건다고 표현하고 그러다 보니 조금 더 위험성이 있는 원화에 대해서는 롱 포지션이 이루어진다.

이런 기작들이 달러와 엔은 기축통화이고 국제통화이기 때문에 자기네들이 돈을 풀면 전체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지만 원화의 경우 그런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인 강세에 의해 달러와 엔의 움직임에 종속되는 모습으로 원화 강세, 환율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이 양적완화를 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은 자국의 필요에 의해 돈을 살포하고 있는데 금리를 최대한 낮게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30년 만기 장기 국채금리를 낮게 유지해 모기지 금리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지금 모기지 금리는 평균 3.3% 정도 되는데 사상 최저 수준이다.

예를 들어 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0억 조금 넘는 집이 있다면 미국에서 50만 달러 정도는 자기 돈을 쓰고 나머지는 대출을 받아 집을 샀을 때 월 이자는 15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는 이런 이자부담이라면 집을 사는 것이 굉장히 유리한 상황이다. 방 한두 개 자리 아파트에 렌트비가 2000~3000달러 정도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버냉키 의장이 노리는 것이 이런 부분이다. 초저금리를 유도해 집을 사게 만들고 그것이 경기부양으로 이루어지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이 터지고 리먼 사태 이후 미국의 주택경기가 굉장히 안 좋아졌다. 그런 것을 살리기 위해서 저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고 그래서 미국의 부동산경기를 좋게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부동산경기 지표들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일본도 이런 부분을 흉내 낸 것이다. 미국과는 다르게 일본은 원래부터 제로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으니 미국과 같이 부동산을 부양하는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베 정부가 노리는 것은 수출에 있다. 엔 약세를 통해 수출을 늘려 일본경제를 강화시켜보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일본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초반에 불과하다. 엔 약세가 반짝 효과를 내기는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엔 약세 정책이 실패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결론적으로 미국과 일본이 양적완화, 환율전쟁을 통해 자국의 경제를 살리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우리 경제에도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우리도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만 보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서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조금 다르다. 원화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글로벌 통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구잡이로 일본과 미국처럼 돈을 풀 수 없다.

만약 우리가 미국처럼 돈을 살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과 일본과 달리 우리 통화는 국제적인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인플레를 자극할 위험성이 커진다. 미국이 돈을 살포한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연방정부가 국채를 많이 발행하는데 그런 국채 발행이 궁극적으로 재정절벽 문제 등을 야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세금을 올려 정부의 재정을 부양하고 경기를 부양할 수 없으니 국채를 찍어 재원을 마련하는데 공화당은 그것이 못마땅하니 자꾸 안티를 걸고 있다. 이렇게 국가부채 한도를 올려주지 않는 것이 재정절벽 문제다.

여하튼 미국정부가 장기국채를 찍으면 그 국채는 시장의 중앙은행, 연준이 사주기도 하지만 아시아나 중국, 일본, 한국 같은 나라들이 가진 외환보유액으로 미국 국채를 산다. 그래서 미국이 아무리 국채를 찍고 돈을 많이 풀어도 그런 부분들이 외국의 중앙은행 수요에 의해 흡수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한국은 그런 메커니즘이 없기 때문에 국채를 질서 있게 발행해야 한다.

미국이 국채를 발행하면 그것이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다른 나라들이 사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도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미국정부는 다른 나라가 이를 사줄 수 있다는 점과 달러가 기축통화인 점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일본정부도 엔화를 발행하면 그것을 일본 국내에서 대부분 소화해주고 있다. 이런 부분이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진다거나 어느 정도 소화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메커니즘이 사실 강하지 않다. 박근혜 당선인도 필요하면 국채를 더 발행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말이 바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돈을 마음대로 찍어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지금도 장바구니 물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래서 인플레에 대한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는데 환율은 추세적으로 하락할 개연성이 높고 궁극적으로 미국과 일본경제, 글로벌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방향으로 간다면 우리에게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투자전략 측면에서는 외국인이 선호하는 우량주 등이 관심을 받을 수 있다. 그런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유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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