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리뷰]복수와 제2의 인생, 당신의 '퍼펙트'한 선택은? ('퍼펙트')

입력 2013-08-29 17:20  

힘없는 한 남자가 딸과 아내를 잃는다. 가진 건 엔지니어링 기술과 분노심 뿐. 하지만 복수의 대상이 명확하다. 불법을 일삼고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조직이다. 과연 이 남자는 어떻게 할까? 그는 힘은 없지만 우둔하거나 막 나가는 타입이 아니었고, 오히려 가장 무서운 능력을 갖고 있었다.(심지어 한국 남자들처럼 `군대`도 다녀왔다!).

문제의 힘없는 남자 라즐로(콜린 파렐)는 이 영화의 한국 개봉 제목처럼 `퍼펙트`한 복수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끝에, 그 조직의 보스뿐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가장 신뢰받는 요원이 되어 몇 년에 걸친 준비를 마친다. 그런데 그 시점에 의외의 요소, 새로운 사랑의 조짐이 나타난다. 과연 이 남자,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인간적인 감정에 빠져가는 그, `퍼펙트`한 복수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퍼펙트`는 복수극이다. 하지만 우리가 복수극이라고 하면 생각하는 일반적인 여러 가지 요소들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 대신, 다른 것들이 화면을 채운다. 물론 약간의 카체이싱 장면과 액션이 첨가돼 있고 프로페셔널 킬러처럼 총을 다루는 주연배우 콜린 파렐, 그의 멋진 몸매도 조금은(?)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이 영화는 `복수만을 생각하던 인간에게 또 다른 인생의 기회가 다가왔을 때`에 대한 탐구다. 흔히 관객은 복수극을 볼 때, 주인공에게 `또 다른 인생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본다. `복수`라는 과정을 이루기 위해 엄청나게 잔혹해지고 때로는 상식 밖의 행동도 얼마든지 하는 주인공들을 많이 봐왔다. 대뜸 생각나는 영화들을 무작위로 들면,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킬 빌`(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그랬고 `친절한 금자씨`(박찬욱 감독)가 그랬으며 `세븐 데이즈`(다니엘 그로우 감독)도 그랬다.

그러나 `퍼펙트`의 라즐로는 이른바 `복수의 화신`이 아니다. 복수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몇 년의 인생을 피말리며 살아오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행복해지고 싶은, 따뜻한 피가 흐르는 남자이다. 그는 자신과는 또다른 아픔을 가진 여인 베아트리스를 만나고, 그녀의 개인적인 복수를 다소 황당한 상황에서 부탁받는다. 하지만 남녀 주인공의 복수를 위한 의기투합은 자신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황량하기 짝이 없는 배경에서 어색한 배경음악, 나눌 대화도 없이 복수 얘기만 하던 두 사람은 어느 새 복수보다 새로운 인연이 더 중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행인 것은 이 과정이 매우 세련되게 묘사돼 이른바 `금사빠(드라마 등에서 주인공들이 `금세 사랑에 빠지는` 것을 비꼬는 말)`라는 생각은 들 틈이 없다는 것. 이것은 자칫하면 뜬금없어질 수 있는 로맨스를 배우들의 세심한 연기와 연출로 잘 풀어낸 이 영화의 미덕이다.
복수극 자체도 소홀하게 하지 않고 넘어간다. 복수를 위해 준비한 모든 것이 잘못하면 날아갈 상황에 처해서도 자신이 선택하기로 한 인생을 꿋꿋이 선택하고, 운이 아닌 실력으로 이를 돌파하는 일관성 있는 과정이 콜린 파렐을 더 멋져 보이게 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민폐형 여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의 복수극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려 하는 당찬 여주인공 베아트리스 역을 맡은 누미 라파스에게서는 그녀의 전작 `프로메테우스`에서의 여전사 캐릭터가 언뜻 겹쳐지기도 한다.
일관성 있는 캐릭터, 완벽한 준비를 다 마쳤다 해도 복수극이 과연 성공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아마 엔딩까지 복수극의 성공 여부를 놓고 마음 졸이게 될 것이니, `뻔한 영화 아니야?`라는 생각은 접고 들어가는 편이 좋다. 원제는 `Dead man down`으로 9월 5일 개봉, 러닝타임 107분.

★재미로 보는 기자 생각
기자는 `콜린 파렐이 주인공이다` 외에는 아무런 정보 없이 이 영화를 관람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이 영화에 은근히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나름의 `깨알 재미`들이 있다. 여주인공 베아트리스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프랑스 국민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곱디 고운 자태, `아이언맨`의 테렌스 하워드가 죽어 마땅한 악역으로 변신하는 모습 등이 흥미롭다. 어리버리하면서도 촉은 좋은 조직원 달시 역을 맡은 도미닉 쿠퍼의 매력도 눈여겨볼만 하다.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yeeuney@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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