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tea타임] '전설' 이경민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귀여운 이유

입력 2013-11-1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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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원장. 화장의 `ㅎ`자도 모르는 남자들조차 그 이름은 들어 봤을 정도로 전설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그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직접 그를 만나 보니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에게 빠져 벗어나올 수 없었으며, 인터뷰가 끝나자 기자는 어느새 ‘추종자’가 돼버렸다.
발색, 컬러, 텍스처 등이 좋다고 정평이 나 있는 이경민 아티스트의 화장품들. 그런 평가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실험을 깐깐하게 했을까. 그래서 그런지 이경민 아티스트는 깐깐하고 날카로울 것만 같았다.
그러나 기자의 생각은 그를 만나고 산산조각이 났다. 할로윈데이 파티에 가서 찍은 사진이라며 천진난만하게 사진을 보여주는 이경민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전설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말 귀여웠다. 이경민 메이크업 아티스트, 그는 푸근한 나머지 ‘우리 엄마’ 같았다.
눈 뜨면 바로 보이는 엄마의 화장대

“어릴 적, 아침에 눈을 뜨면 어머니는 항상 출근 준비를 하시며 메이크업을 하고 계셨어요. 그 모습을 매일같이 정신없이 빠져서 보곤했죠. 그러고 보니 어느 샌가 어머니의 메이크업을 따라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그는 어릴 적부터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대학교 때는 물감 살 돈으로 화장품을 다 사 버렸을 정도였다고. 친구들이 미팅에 나갈 때 메이크업도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된 건 정말 운명적이었던 것 같아요. 대학교 4학년 때 등록금을 벌기 위해 충무로에 위치한 메이크업실에서 광고를 찍는 모델들에게 메이크업을 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이게 제 메이크업 아티스트 일의 첫 시작이었죠.” 이경민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이 일이 나중에는 너무나 바빠져 졸업도 겨우 했다며 통쾌하게 웃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내로라하는 기업들 광고 촬영에 거의 다 간 것 같아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저한테 메이크업을 받은 모델들이 광고를 찍으면서 ‘이런 사람이 메이크업을 해줬는데 참 좋았다’는 얘기를 광고주들에게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부터 이 길이 내 길이구나 하고 확신하게 됐죠.”
우리 남편 최고야~
1980년대 후반, 여자가 대학을 나온 후 바로 결혼을 하지 않으면 노처녀로 취급받던 시대였다. 결혼 후 일을 하는 여자들도 있었지만, 사회에서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때다. 회사를 다녀도 집안일은 전부 다 해야 했던 시절, 밤낮이 없는 직업의 특성상 힘들지 않았을까.
“몇 십 년을 쉬지 않고 새벽이건 밤이건 제가 필요하다는 곳에서 일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집안일에 소홀해지기 마련이었는데, 이런 부분을 남편이 다 메워줬어요. 집에 먼저 온 사람이 빨래, 청소 등을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했었죠. 남편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이경민도 없었을 거예요.”
이경민 아티스트의 남편 자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경민 아티스트는 자신의 브랜드 비디비치나 이경민 터치가 생겨날 수 있었던 것도 전부 남편 덕분이라고 말한다.
“어느 날 남편이 저를 부르더니 ‘경민아, 이게 지금까지 네가 번 돈이야. 이제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봐’라며 제게 통장을 주더군요. 제가 집에서 ‘우리나라는 왜 이런 제품이 없을까?’라며 은연중에 투덜대는 것을 자주 들었던 남편은 제가 하고 싶던 화장품 사업이라는 것을 알았던 거죠.”
이경민 아티스트, 결혼까지 잘했다. 이제는 부럽다 못해 존경하는 마음까지 생긴다.
이경민과 연예인, 떼려야 뗄수 없는 관계

이경민 아티스트에게 메이크업을 받지 않은 유명 연예인은 없을 정도다. 이경민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정말 많은 연예인들 메이크업을 했죠. 그냥 다 왔었다고 해도 될 정도예요”라며 웃는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연예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아닌가. 유명 연예인들과의 친분을 자랑하는 이경민 아티스트에게 일담 하나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3평짜리 제 샵을 내서 메이크업을 했을 당시였어요. 그 때도 배우들에게 메이크업을 해주곤 했었는데 당시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신애라가 어느 날 ‘언니, 나 그 사람(차인표)이랑 사귈 것 같아’라고 말을 했어요. 애라가 데뷔했을 당시부터 메이크업을 담당했던 저였지만, 저한테 그런 이야기를 해 줄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었거든요. 그 때 그 두 사람이 사귀는 건 저만 알았을걸요?”
어디에 말을 할 데도 없었지만, 신애라와의 약속을 소중히 여겨 결혼을 하기 전까지 함구했었다는 이경민 아티스트는 연예인들을 가장 빛나게 메이크업을 해주는 동시에 그들의 말 못할 고충까지 함께 나누며, 진심으로 그들을 대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이경민 아티스트의 따뜻한 진심 때문일까. 그녀는 톱스타들에게 메이크업 아티스트 그 이상의 사람이다.

▲ 메이크업 아티스트에서 스승으로, 창시자로, 선도사로
이경민 아티스트가 만든 브랜드 비디비치의 임채열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인터뷰 당시 임채열 아티스트는 ‘아직도 이경민 선생님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이 꿈만 같을 때가 많다’며 이경민 아티스트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었다.
이경민 아티스트는 어떤 이에게는 친한 언니로, 어떤 이에게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어떤 이에게는 선생님으로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경민 포레를 차리고 난 뒤에 제자 양성에 많은 힘을 쏟았어요. 모든 열정을 쏟아 가르쳐놓으면 다른 곳에서 스카우트를 해가는 바람에 처음엔 상처를 많이 받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애기 때부터 가르쳤던 그 아이들이 청담동의 날고 기는 메이크업 숍 원장이 되었더라고요. 지금도 스승의 날이 되면 그 아이들이 찾아와요. 얼마나 뿌듯한지 모르실 거예요.”
이경민 아티스트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한 남자의 아내로, 제자들의 스승으로, 여러 사람들의 친구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이러한 그녀는 이제는 한 브랜드의 창시자로 한국 뷰티를 세계에 알리고 있기도 하다.
가슴에 타오르는 애국심까지?

그는 애국자이기도 하다. 농담이 아니라 그의 가슴 속에는 애국심이 뜨겁게 끓고 있었다.
“광고 일을 할 때 해외촬영을 가게 되면 쉴 때 꼭 화장품을 사러 다녔어요. 그러던 중 파리에 가게 된 적이 있었는데, 파리 백화점에 일본 브랜드가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어요. 놀라움 뒤에는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한국 브랜드들은 뭐하고 있는 거야!’라며 나중에 세계적인 한국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고 이경민 아티스트는 무엇보다 제품력에 사활을 걸었다고 했다. 그녀는 유명한 전 세계 벤더와 함께 제품을 하나씩 만들었다고 말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이란 나라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고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제품력에 모든 돈을 투자했어요. 제가 원하는 아이 섀도 컬러 하나를 위해 직접 프랑스에 간 적도 있어요.”
평생을 메이크업과 함께한 이경민 아티스트다. 화장품 하나에도 그녀의 노하우가 녹아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컬러, 한국인 피부에 잘 맞는 텍스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제품 출시일 5일 전까지 제가 원하는 아이 섀도 컬러가 안 나온 적이 있어요. 아이 섀도로 가장 유명한 벤더였는데, 제가 원하는 그 아이 섀도 컬러는 만들 수도, 만든 적도 없다고 했죠. 그래서 프랑스로 직접 갔어요. 세계 최고의 아이 섀도 벤더였는데, 동양인 하나가 가서도 계속 퇴짜를 놓으니, 자기들도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겠어요. 근데, 저도 참을 수가 없었어요. 나중엔 화를 내니 직접 만들어보라고 하더라고요. 이 때다 싶었죠. 랩실에 들어가서 한 방에 만들었어요. 그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었어요. 이런 아이 섀도를 랩에서 처음 만든 것이라고 하면서 극진한 대접을 해 줬어요.”
이러한 그녀의 노력 때문일까. 이경민 아티스트가 만든 비디비치는 여자라면 이젠 다 아는 브랜드가 됐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목이 마르다.
▲ 예뻐지는 법? 자신의 예쁜 곳을 찾아내세요
“비디비치를 만들 때도 홈쇼핑에서 연락이 많이 왔었어요. 하지만 그때는 돈보다는 제품력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에, 홈쇼핑에 대한 이야기엔 귀를 닫아버렸죠. 지금 생각해도 그것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아요. 제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던 것이고, 해외에 매장도 열게 된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제품력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대중과의 소통을 잊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대중과의 소통과 공유를 하기로 결정했죠. 이게 제가 홈쇼핑에 나간 이유예요.”
이경민 아티스트는 ‘완판녀’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얻었을 만큼 홈쇼핑에서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저를 만나러 오는 사람이 아무리 많다 해도 소수잖아요. 제 스킬, 제 노하우를 모두에게 공개하고 알려주고 싶었어요. 여자라면, 모두 예뻐지고 싶어 하잖아요. 다들 메이크업을 어려워하더라고요. 하지만 정말 메이크업, 쉽게 할 수 있어요.”
이경민 아티스트를 만났으니 메이크업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메이크업은 어떤지 물어봤다.
“요즘은 사람들이 참 유행에 민감해요. 그런 점은 좋더라고요. 하지만 유행에 너무 민감한 나머지 자신의 개성을 무시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참 안타깝더라고요. 우선 거울을 보고 자신은 어디가 예쁜지 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내가 피부가 좋다면 메이크업 할 때 깨끗한 피부 표현에 중점을 두고, 눈이 예쁘면 아이 메이크업에, 입술이 예쁘면 입술에 포인트를 주는 메이크업을 해보세요. 훨씬 예뻐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한국경제TV 블루뉴스 이송이 기자
songyi@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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