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사도·육룡이나르샤' 유아인, 파더 트러블 메이커인 이유

입력 2015-11-02 12:42   수정 2015-11-03 12:41

▲영화 `베테랑`, `사도`,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유아인


영화 `베테랑`에서 유아인은 재벌가의 방탕아로 등장하는데 그 원인에는 아버지와 얽힌 관계도 한몫 했다. 그가 건실한 후계자 되지 못했던 것은 아버지와 관계가 바람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와 갈등을 빚고, 더욱 엇나가기 시작했으며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 갈등의 근본에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첫째 부인이 아니라는 요인이 작용하고 있었다. 더구나 첫째 아들도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인정도 못받지만 재벌가에 있으니 금력으로 일탈과 방황을 일삼게 되고, 그것이 더욱 아버지의 눈밖에 나도록 만들었다. 결국 그는 좌절했다.

하지만 영화 `사도`에서 유아인은 누가 뭐라해도 영조의 장자였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와 트러블 메이커의 관계를 만들었다. 사도세자는 영조가 매우 기특하게 여길만큼 총명함을 보였으나 갈수록 심하게 압박을 가하는 영조의 교육방식에 고통을 느끼게 되고, 마침내 아버지 영조를 향한 반항을 넘어 저항세력이 된다. 아버지의 교육방식은 물론이고 통치철학이나 치세의 방향까지 반대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자체를 거부하고 부정하는 단계에 이른다. 그리고 마침내 아버지 영조는 자신의 아들을 살려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도록 한다. 여기에서도 유아인의 좌절하는 인간이었다. 아버지와 갈등을 일으키는 존재는 모두 좌절하고 실패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좌절하지 않는 승자의 캐릭터였다. 이 드라마에서는 독특하게도 태종을 주인공으로 부각시켰다. 이성계와 정도전을 중심으로한 신진세력이 조선을 세운 것이 아니라 막후에 태종 이방원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뒤늦게 권력 쟁탈전에 나서 형제를 죽이는 살육전을 마다하지 않은 잔인한 품성을 부각하는 것이 일반이었던 그동안의 사극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그동안 아버지와 갈등을 벌이는 태종의 모습은 자주 부각돼 있는데. `육룡의 나르샤`에서는 청년기부터 이성계와 어떻게 다른 생각을 갖게 됐는지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아버지 이성계가 좋은 리더, 그러니까 왕이 되기에는 그릇이 부족하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이방원을 배제하기에 급급했다. 그런 이방원이 스스로 왕위에 나선 것은 아버지 보다 더 낫다는 것을 전제해야 할 것이다. 아버지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이방원으로 비쳐지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은 이중적인 복합성을 가지고 있다. 혈연으로 이어져 있고 아들은 부성애로 품어야 하지만, 아버지를 벗어나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난다. 아버지는 그의 통제 아래에 여전히 놓기를 바란다. 아들은 어느 순간 절대적인 존재 아버지가 허점이 많은 단지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이때부터 아버지의 통제와 간섭을 거부한다. 그리고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어느 순간 아버지는 아들을 스스로 놓아주어야 한다. 또한 아들은 아버지를 역시 이해하고 공격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할 시점이 온다. 그동안 자신의 차별점은 아버지에 대한 비난과 공격이 보장해준 부산물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스스로 주체적인 존재로 서려할 때 아버지를 이해한다.

동물의 관점에서 수컷은 자신의 무리를 이루고 이끌어야 한다. 인간의 속성도 동물과 다를 바가 없으나, 그 속성은 폭력에만 의존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오디이푸스 콤플렉스는 이를 극적으로 말해주는 개념이기도 하다. 너무 극적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잘 볼 수 없지만, 수컷이라는 동물적 본성 앞에서 둘은 경쟁관계가 성립된다는 점을 담아내고 있다. 정치권력을 두고도 경쟁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다. 이는 모계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김혜수와 김고은이 잘 보여줬다. 두 사람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이 일치하지 않을 때 권력 즉 유일한 의사결정의 주인에 대한 다툼은 일어날 수 있고, 그것은 죽음과 삶을 결정해 버린다.

유아인이 아버지 태종이 돼 자신에게 대들어 저항하는 양녕대군을 어떻게 대할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 아버지에 저항하지 않았던 이들 충녕대군이 세종이 되는 과정도 흥미롭기 때문이다. 아버지에게 저항한 태종, 그는 결국 자기에게 순응하는 아들을 선택했다. 반항아 이미지의 유아인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모든 아들은 아버지가 되고 아들이 딛고 넘어서야할 존재가 되니 그것을 잘 표현할수록 대중적인 호응을 한층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실제 가족안의 삶을 생생하게 담아낼 줄 아는 연기자님을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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