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드리블' 손흥민, 프리미어리그 2G 연속골 기록

입력 2016-05-0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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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토트넘 홋스퍼 FC

봄인데 추풍낙엽이 떠오르는 명장면이었다. 상대 팀 수비수들이 만든 오프 사이드 함정을 허물어버리는 배후 침투 순간도 놀라웠지만 공을 잡은 뒤 좁은 공간에서 공을 모는 몸놀림이 압권이었다. 그렇게 손흥민의 프리미어리그 연속골이 흥겹게 만들어졌다.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3만5748명 홈팬들을 향해 양팔을 벌리고 함께 기뻐하며 응원할 것을 제안했다. 자신감이 넘친 표정이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FC가 한국 시각으로 8일 오후 9시 30분 런던에 있는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벌어진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사우스햄튼과의 홈 경기에서 손흥민의 선취골로 앞서나갔지만 스티븐 데이비스에게 2골을 내주며 1-2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지난 3일 스탐포드 브리지에서 벌어진 첼시 FC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44분에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도움으로 추가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이 경기 시작 후 16분만에 멋진 선취골을 터뜨리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두 경기 연속골 기록을 만들어냈다. 남다른 스피드와 부드러운 드리블 실력, 무엇보다도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이 돋보이는 명장면이었다.

팀 동료 에릭 라멜라의 찔러주기가 골잡이 해리 케인을 향했지만 그는 오프 사이드 포지션이었기에 공이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었다. 이 순간 대부분의 선수들은 공 소유권이 당연히 수비 팀인 사우스햄튼으로 쉽게 넘어갈 것이라 생각하지만 손흥민은 포기하지 않고 배후침투를 선택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빨리 공에 접근하여 엔드 라인 바로 앞에서 공을 살려낸 것이다.

여기서 당황한 사우스햄튼 골키퍼 프레이저 포스터는 골문을 비우고 나와 손흥민으로부터 공을 가로채려 몸을 날렸다. 하지만 손흥민의 부드러우면서도 빠른 방향 전환 드리블은 절정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곧바로 수비수 둘이 한 명씩 차례로 달려들어 몸을 날렸지만 이 역시도 소용없을 정도로 손흥민은 침착하게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는 빈 골문을 향해 가볍게 왼발 인사이드 킥을 성공시켰다.

그냥 보기에는 쉬워보이는 골 장면이었지만 손흥민의 스피드와 판단력, 집중력, 그리고 드리블 기술력은 불가능이라 여겼던 순간을 멋진 골 순간으로 뒤바꿔 버린 것이다.

그러나 토트넘 홋스퍼의 득점 행진은 여기서 멈추고 말았다. 레스터 시티 FC와의 리그 우승 경쟁에서 밀려난 허탈함도 영향을 주고 있지만 득점왕 경쟁에서 해리 케인(1위 25득점)이 쐐기를 박도록 도와주기 위해 노골적으로 그를 밀어주는 공격 성향도 문제였다. 그러다보니 더 좋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동료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점점 시야 좁은 공격 작업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원정 팀 사우스햄튼은 차근차근 정신을 차리고 역전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미드필더 스티븐 데이비스가 전후반 나란히 한 골씩을 터뜨리며 정말로 역전승을 만들어낸 것이다.

31분에 동점골이 나왔다. 동료 미드필더 두산 타디치가 방향을 바꿔준 공을 향해 달려든 스티븐 데이비스가 절묘한 타이밍의 오른발 돌려차기로 토트넘 골문을 연 것이다.

스티븐 데이비스는 후반전에도 두산 타디치가 밀어준 공을 받아서 드리블하다가 낮게 깔리는 오른발 슛으로 역전 결승골(72분)까지 터뜨렸다. 공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오른쪽 구석으로 굴러들어가는 공의 궤적이 토트넘 골키퍼 우고 요리스를 화나게 만들 정도였다.

마침 이 결승골은 손흥민이 65분에 교체 아웃되고 약 7분만에 터진 것이어서 한국 축구팬들에게 더욱 씁쓸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이처럼 역전패를 당한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은 이제 15일 오후 11시 세인트 제임스 파크로 들어가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EPL 최종전을 치러야 한다. 오는 12일에 열리는 37라운드 연기된 일정에 따라 싱거운 마지막 라운드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1부 잔류를 위해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쓰고 있는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고전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7R 결과(8일 오후 9시 30분, 화이트 하트 레인)

★ 토트넘 홋스퍼 1-2 사우스햄튼 [득점 : 손흥민(16분,도움-에릭 라멜라) / 스티븐 데이비스(31분,도움-두산 타디치), 스티븐 데이비스(72분,도움-두산 타디치)]

◇ EPL 강등권 경합 팀의 남은 경기 일정표(왼쪽이 홈 팀)
17위 선덜랜드 AFC(36경기 35점)
- 5월 12일 선덜랜드 vs 에버턴 / 5월 15일 왓포드 vs 선덜랜드

18위 뉴캐슬 유나이티드(37경기 34점)
- 5월 15일 뉴캐슬 유나이티드 vs 토트넘 홋스퍼

19위 노리치 시티(36경기 31점)
- 5월 12일 노리치 시티 vs 왓포드 / 5월 15일 에버턴 vs 노리치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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