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과 결별, 삼성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입력 2016-10-17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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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중일 감독. 감독 데뷔 첫해 우승 모습(사진 = 삼성 라이온즈)

과거로 돌아갔다.

15일 야구계에는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 전파됐다. 삼성 라이온즈는 새로운 사령탑에 김한수 코치를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삼성의 올 시즌 성적은 9위였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정규리그 5연패, 통합우승 4회를 이뤘다. 분명 좋은 선수 자원과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지만 결국 선수단을 이끌었던 수장은 류중일 감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성적이 지난날의 성과를 단 번에 무시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모든 책임을 류중일 감독에게 묻는다는 것이었다.

이는 단순히 분위기 쇄신을 위한 선택이 아니다. 과거 우승에 목말라 하며 수많은 감독을 내치고 또한 레전드들을 헌신짝처럼 버렸던 삼성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2016시즌 9위를 기록한 것이 감독의 책임일까? 어떤 이유에서 감독에게 절대적인 책임이 있는 것일까?

일차적으로 감독보다 구단이 문제였다.

리그 최고의 2루수로 활약했던 외국인 타자 야미이코 나바로와 재계약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뿐만 아니라 FA를 선언했던 프렌차이즈 3루수 박석민을 그대로 떠나보냈다. 악재가 이 뿐이었을까? 도박 스캔들로 인해 마무리 임창용이 방출됐고, 윤성환-안지만도 정상적인 시즌 준비를 하지 못했다. 심지어 안지만은 또 다시 물의를 일으키며 계약 해지가 됐다. 만약 이 모든 것을 감독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과연 구단은 뭘 하고 있었는가? 또한 어떤 감독이 중심 타자 2명과 마운드의 핵심 3명이 빠져 나갔음에도 성적을 낼 수 있을까?

삼성의 상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초 영입했던 3명의 외국인 선수는 싼 값에 계약을 했지만 고액 연봉자 1명보다 못한 활약을 펼쳤다. 또한 3명 중 투수 2명이 교체됐다. 그럼에도 한 명은 부상으로 사라졌다. 다시 말해서 외국인 선수의 선택도 최악이었다. 결국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필요한 선수를 잡지 못한 구단과 팀에 해가 되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외국인 스카우트 팀에 더 크다.

그럼에도 그룹에서 질타가 흘러나오고 결국 책임을 감독에게 돌린다는 것은 삼성다운 결정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분위기 쇄신’ ‘대대적인 변화’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로써 삼성의 방향을 확실하게 정해진 것을 의미한다. 이는 더 이상 야구단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성적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자생력을 운운하던 삼성. 그러나 이들은 자력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고 헛된 꿈만 꾼 것이었다. 이익을 내고 자생력을 갖추려면 기본 바탕이 있어야 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기존에 갖추고 있던 자원을 버리면서 자생력을 외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류중일 감독은 현장에서 물러나 기술자문이 된다고 발표했다. 30년 동안 선수와 코치, 그리고 감독까지 삼성맨으로 활약을 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도 아름다운 이별이 아닌 삼성다운 이별이었다. 이는 과거 많은 레전드들을 쫓아낼 때와 흡사한 이별이다.

구단이 환경을 무너뜨려 놓고 성적을 요구했다. 그리고 분위기 쇄신을 외치는 것. 이것이야 말로 ‘토사구팽’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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