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풍향계] <오늘 뭐먹지?>는 어떻게 사람들의 침샘을 정복했나

지수희 기자

입력 2016-10-2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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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쟁한 대기업 사이에서 당당히 페이스북 팬 수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음식 공유페이지 <오늘 뭐 먹지?>다.

25일 현재 <오늘 뭐 먹지?>의 페이스북 페이지 팬 수는 397만명. 1위 에버랜드를 불과 4만명 차이로 위협하고 있다. 하이마트와 롯데월드, 삼성그룹 등 3~5위 그룹과는 팬 수가 60만명 넘게 차이 난다.


(▲ 사진 = 페이스북 팔로워 순위 / 출처: 이노버즈미디어)

<오늘 뭐 먹지?>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벤처기업 그리드잇(greed eat)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다.

그리드잇은 <오늘 뭐 먹지?> 외에도 올해 2월 레시피 공유 페이지 쿠켓을 런칭하며 300만명의 팬을 추가로 확보했다. 그 외 쿠켓코리아, 쿠켓TV,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유튜브 등을 모두 합치면 현재 그리드잇 콘텐츠 구독자는 900만명에 달한다.

그리드잇은 최근 50억 원의 후속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11월 실리콘밸리의 밴처투자회사로 부터 5억원의 초기 투자를 받은 뒤 1년이 채 안돼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10배 규모의 후속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그리드잇에 어떤 점에 주목한 것일까? 이문주 그리드잇 대표(30)를 한국관광공사 문화창조벤처단지에서 만났다.


(▲ 사진 = 이문주 그리드잇 대표 / 장소 : 한국관광공사 문화창조벤처단지)

◇ 지도에서 음식으로…"국내엔 없는 서비스에 집중"

이문주 대표는 2013년 <모두의 지도>라는 지도 서비스를 선보이며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네이버 지도처럼 모든 시설의 검색이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려고 했지만 구현하기 힘들다고 판단되자 범위를 맛집으로 좁혔다.

그러자 푸드테크에 관심이 많은 벤처캐피탈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을 수 있었고 <오늘 뭐 먹지?>를 운영하는 그리드잇이라는 회사도 만나게 됐다.

이 대표는 <모두의 지도>의 기획력과 개발능력 그리고 <오늘 뭐 먹지?>의 사람을 모으는 능력이 더해지면 큰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두 회사는 지난해 6월 합병했고 이문주 대표이사 체제로 재편됐다. 당시 <오늘 뭐 먹지?>의 팬 수는 280만명이었다.

이문주 대표는 휴대폰을 잠시도 손에서 떼지 않고 끊임없이 콘텐츠를 검색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해외의 푸드 레시피 채널이 눈에 띄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식재료와 조리법 대부분이 서양식이었다. 아시아권의 푸드 채널 역시 서양식 레시피를 소개하는게 대부분이었다. 우리나라에는 레시피 페이지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문득 아시아 음식을 중심으로 한 푸드 레시피 채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쳐갔다. 이렇게 탄생한 게 올해 2월 선보인 레시피 공유 페이지 쿠켓이다.

당장 레시피 영상을 만들어 줄 전문가가 필요했다. 때마침 지상파 PD로 일하던 선배가 함께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제작 PD가 합류한지 1주일 만에 5개의 영상 콘텐츠가 탄생했다. 쿠켓TV, 쿠켓키친 등을 합친 쿠켓그룹의 총 보유 팬수는 300만명에 달한다.

현재 <오늘 뭐 먹지?>와 <쿠켓>은 시너지를 내며 팬 수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초창기 해외 페이지로 출발했던 쿠켓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한국 페이지인 쿠켓코리아도 오픈할 수 있었고 앞으로 일본, 중국, 홍콩, 베트남 등 아시아 전역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홍콩이나 대만은 집에서 음식을 잘 안 해먹는 문화가 있어 <오늘 뭐 먹지?> 페이지로 공략하고 필리핀이나 베트남은 레시피 콘텐츠가 인기가 많아 쿠켓으로 진출하는 등 지역별로 차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사진 = `오늘 뭐 먹지?` 페이스북 메인페이지)


◇ 해외진출 이끈 <식빵 치즈스틱 만들기>

<오늘 뭐 먹지?>는 하루에 12개의 콘텐츠만 올린다. 이들 콘텐츠는 직접 제작하는 것과 팬들 제보로 만든 것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보 콘텐츠가 더 많다.

하루 6천개의 제보가 들어올 정도로 사람들은 먹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 가운데 지난해 5월에 올린 <식빵 치즈스틱 만들기>라는 영상은 지금의 그리드잇을 있게 한 대박 콘텐츠다.

여학생들이 식빵을 눌러 납작하게 만든 뒤 스틱치즈를 넣고 김밥처럼 말아 계란과 빵가루를 묻혀 튀겨낸 영상이다. 영상을 보던 사람들은 치즈가 주욱 늘어나는 장면에서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이 영상은 해외에서도 빠르게 공유됐는데 총 1억명 넘는 사람이 시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 사진 = `오늘 뭐 먹지?` 페이스북 <식빵 치즈스틱 만들기> 콘텐츠 화면 캡쳐)

이 대표는 "치즈스틱을 집에서도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 때문에 공유가 많이 된 것 같다"며 "지금도 남미쪽에서 이 영상이 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도달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영상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 대표는 해외시장을 겨냥한 레시피 공유 페이지 쿠켓을 론칭할 수 있었다.

한국음식 레시피는 쿠켓의 초기 팬을 모으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막연히 불고기, 비빔밥 정도만 알고 있던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의 변형된 레시피를 보고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김치볶음밥을 변형한 음식 레시피의 경우 외국인들끼리 "이건 한국의 김치볶음밥이 아니"라며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꼭 만들어 보겠다"는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5,700개의 댓글과 3만건 이상의 공유가 발생했다.


(▲ 사진 = 쿠켓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 캡쳐)

이 대표는 "이미 중국 페이지는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아시아 진출을 위한 인원을 뽑고 있다"며 "내년에는 구독자를 4천만명으로 끌어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 그리드잇 `빅데이터`기업으로 거듭날 것

<오늘 뭐 먹지?>와 쿠켓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는 동안 침을 삼키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자 역시 이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음식 이야기가 나오면 입 안 가득 침이 고여 난처해질 정도였다.

이 대표 본인도 그리드잇을 맡으면서 몸무게가 10kg 찔 정도로 음식에 일가견이 생겼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침샘을 자극할 콘텐츠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했다는 의미다.

그게 바로 데이터의 힘이다. 그리드잇은 지난 3년 동안 콘텐츠를 올리면서 세부적인 내용을 꼼꼼히 정리해왔다.

어떤 날씨에 어떤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을 때 사람들은 반응이 좋았고 어떤 각도로 카메라 화면을 잡고 어떤 내용이 화면에 담길 때 사람들이 반응하는지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이 자료에서 얻는 결과를 토대로 그리드잇의 콘텐츠는 치즈가 주욱 늘어나는 장면이나 기포가 생기면서 매콤한 찌개가 끓어오르는 장면, 김치볶음밥 위에 올려진 계란 노른자가 흘러내리는 장면, 빵 속에서 생크림이 터져 나오는 장면 등 사람들이 반응할 수밖에 없는 짧은 영상으로 구성된다.

철저하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인 셈이다.

이문주 대표는 "현재 빅데이터 분석 툴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초 개발이 완료되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시장의 음식관련 사업으로 확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그리드잇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수준 넘어 다양한 분야로 비즈니스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조인트벤처 방식으로 디저트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했고 올 연말에는 고기집도 오픈할 예정이다.

세계시장으로 비즈니스 영역이 넓어지면 한국에 진출하지 못한 글로벌 식품기업의 제품 판권을 사와 판매하거나 직접 PB(Private Brand) 제품을 제작해 판매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 팬 수만으로도 영향력이 높아진 만큼 국내에선 이미 대기업의 제품이 콘텐츠에 녹여져 광고수입을 얻고 있고 지자체와 여행 프로그램(맛집 포함)을 제작하는 등 미디어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문주 대표는 "음식을 주제로 4천만명의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는 미디어가 된다면 이를 활용한 제조와 유통, 서비스업 등 여타 사업의 매출은 자연스럽게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사진 = 한국관광공사 문화창조벤처 단지 그리드잇 사무실)

그리드잇은 오는 11월이면 그동안 사무실로 활용했던 한국관광공사 벤처단지를 떠나 삼성동에 새 둥지를 튼다. 뿔뿔이 흩어져있던 촬영 스튜디오와 동영상 제작팀도 삼성동에 합류한다.

창업 초기 9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는 60명으로 늘었다.

이문주 대표는 실리콘밸리 같은 기업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독려하기 위해 새로 꾸며지는 사무실은 다다미방이나 키친, 바 같은 업무와 관련된 콘셉트로 꾸며질 예정이다.

이 대표는 외부활동이 많은 만큼 자신의 사무실은 따로 만들지 않고 임시 좌석을 활용할 생각이다.

최종 목표를 묻는 질문에 그는 "사실 회사가 얼마나 클지 나도 궁금하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딱 100억원 짜리 회사를 만들고 싶었는데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목표를 이뤘다"며 "앞으로는 한계를 정하지 않고 기회를 잘 활용해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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