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해 그동안 켜켜이 쌓아온 시간을 걸쳐 성장하고 있는 배우 김유정. 18살 여고생 김유정은 아직은 어리다고 말할 수 있는 나이에 누구보다도 속이 깊었고,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 같았다. 인터뷰 내내 진솔한 대답들을 내놨다.
김유정은 영화 ‘추격자’, ‘우아한 거짓말’, 드라마 ‘앵그리 맘’, ‘해를 품은 달’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끝없는 연기 변신을 거듭해왔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물오른 연기력을 과시하며 성인배우의 어린 시절,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어엿한 여주인공으로 발돋움했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많은 걸 얻었어요. 사람도 얻고, 사랑도 많이 받고, 배우로써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 가면서 필요한 것을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힘도 많이 얻었어요. 가장 큰 거는 맞설 수 있는 힘이요. 책임감, 무게감도 느꼈고요.”
‘구르미 그린 달빛’은 왕세자 이영과 남장여자 라온의 사랑을 다룬 청춘 멜로 사극. 김유정은 왕세자 이영(박보검)과 사랑에 빠지는 남장여자 홍라온 역을 연기했다. 그의 연기는 극 중 자신의 이름인 라온처럼 시청자들의 마음을 라온으로 가득 채웠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많이 받았어요.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통통 튀고, 풋풋하고, 싱그러운 느낌이요. 라온이 캐릭터 자체가 사랑스럽고 귀여운 캐릭터여서 연기할 때 즐겁게 촬영했어요. ‘어떻게 하면 재밌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있었어요. 감독님과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면서 잘 자리 잡아간 것 같아요.”
라온의 삶은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여자임을 숨기고 궐에 있을 땐 내시 홍삼놈으로 불렸지만 속은 어엿한 여인 홍라온이었다. 김유정은 파란만장한 라온의 삶을 극적인 연기로 표현했다.
“대본으로 처음 접했을 때 삼놈이는 귀엽고 능청스러운 캐릭터였어요. 남장여자 캐릭터였지만 처음에는 소년의 모습을 보여줬죠. 초반에 능구렁이처럼 상황을 잘 넘어가고, 장난스러운 장면에서 어려움을 겪잖아요. 후반부에 라온의 힘든 과정이 그려질 때, 소년의 모습에서 소녀의 모습이 꺼내지고, 또 영과 사랑을 하면서 소녀에서 여인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을 연기함으로써 따라가면서 이끌렸어요. 끝나고 나서는 아쉽고 부족함을 느꼈어요. ‘조금 더 표현하고, 고민할 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걸 느낀 것만큼 다음 작품에서는 더 노력해 나가야겠어요.”
김유정은 시종일관 해맑은 웃음으로 타인까지 정화시키는 힘을 가진 남장내시 홍삼놈과 가족이 흩어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볼 수 없는 힘든 상황 속에서 눈물 짖는 홍라온을 몰입도 높은 감정 연기로 완성했다.
“삼놈이의 뜻이 뭐든지 할 놈, 뭘 해도 될 놈, 잘나서 장차 날 놈이잖아요. 그거에 해당 돼야 하기 때문에 사당패에서도 역할에 충실하고, 잘 놀고,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이어주고. 그런 캐릭터로 삼놈이의 이름이 잘 설명 됐던 것 같아요. 극 초반 삼놈이를 소개하는 장면이 있어요. 인기 쟁이, 스타, 국민 아들, 딸 같은 느낌. 그 장면을 찍을 때 뭐가 재밌는 게 없을까, 귀엽고 깜찍한 게 없을까 고민 하다가 총 쏘는 포즈를 취했는데, 스태프들이 좋아해 주셨어요. 그래서 밀고 나갔죠. 그걸로 삼놈이의 캐릭터가 보여 지지 않았나 싶어요. 라온이는 즐거운 아이라는 뜻이에요. 후반부에 라온이의 감정이 흔들리면서 극전개가 바뀌면서 슬프게 살아가잖아요. 하지만 영을 만나면서 즐거운 마음을 갖게 되고, 궐에 들어가면서 즐거운 감정들, 또 시너지를 궐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파 하고. 라온이의 캐릭터가 밝고 명랑하게 표현되지 않았나 싶어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 따뜻한 마음으로 채워 줄 수 있는 아이구나 느꼈어요. 장면 장면이 삼놈이와 라온이를 잘 표현한 것 같아요.”
홍라온은 세 남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예상치 못한 일로 만나게 된 왕세자 이영(박보검), 김윤성(진영), 김병연(곽동연)과 궁중에서 여러 사건들을 마주하며 사랑과 우정을 키워나간다.
“라온이한테 세 남자는 각기 다른 느낌이기에 그걸 느껴보려고 했어요. 영과는 초반에는 물어뜯을 것처럼 하지만, 서로 마음을 나누게 되고, 사랑하는 정인이 됐잖아요. 차곡차곡 감정이 쌓이는 게 아무도 끼지 못 하는 사이. 라온이에게는 영밖에 없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겠구나 느꼈어요.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줬고, 위로를 많이 받았고, 내가 오로지 믿을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내게 기댈 수 있게 배려할 수 있는 사람, 완전하게 마음을 나룰 수 있는 사람이에요. 윤성은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속사정을 알고 있어서 나에게 감싸주려고 하고 위로해 주려고 하지만 라온 입장에서는 불편하기보다 미안함이 컸어요. 마음을 못 주고, 그거에 대한 미안과 고마움이요. 병연은 형처럼 따뜻한 느낌을 받았어요. 무의식적으로 기대게 되고, 내가 궁금한 것을 물어 볼 수 있는 그런 형 같은 존재예요. 사람마다 대하는 태도가 확실했던 것 같아요. 어렵다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구르미 그린 달빛’의 가장 큰 재미는 박보검과 김유정의 로맨스였다. 순수하고, 착한 이미지의 두 사람이 그려낸 청량한 로맨스는 시청자들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다.
“나이 또래가 느끼는 풋풋함이 좋았어요. 서로 챙겨주는 장면을 찍을 때는 재밌다고 느꼈어요. 나이에 맞는 사랑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꿈꾸는 연애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밥을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연애에요.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얘기가 잘 통하고 취미 생활이 같은 사람이요.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나중에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걸 상상해봤어요. 제가 꿈꾸는 드라마 같은 사랑이에요.”
‘구르미 그린 달빛’은 완벽한 행복한 결말이었다. 이영은 모든 고난을 뚫고 왕이 됐고, 라온은 이영을 구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신분이 회복됐다. 두 사람은 마침내두 손을 맞잡고 꽃길을 걸으며 앞으로 만들 행복한 세상을 꿈꿨다.
“마지막 엔딩 장면이 가장 행복한 장면 아닐까요. 넓은 들판에서 예쁜 한복을 입고, 영과 함께 영의 백성으로써, 정인으로써 마주보고 있다는 것이 행복이죠. 찍으면서 행복했어요. 임금 된 영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갈지 둘의 모습이 찍으면서 기분이 좋고 행복했어요.”
김유정은 귀엽고 풋풋한 학생의 모습 등 아역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아역 이미지를 지워낸 느낌이다. 이젠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하고 있다.
“아역과 성인 연기의 경계선이 분명하지는 않아요. 자연스럽게 나이에 맞는 역할을 맡고,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하고 싶어요. 고민은 안 해 본 것 같아요. 나이 때에 맡을 수 있는 역할을 하면서 성장해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욕심을 내면 더 흔들리는 것 같더라고요. 라온 역시 소녀와 여인의 경계선이었잖아요. 연기하면서 배웠어요. 힘들 때도 있겠지만 그만큼 응원해 주시는 분도 많고,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회피하지 않고 노력해야할 것 같아요.”
김유정은 잘 자란 아역의 대표 여배우로 김소현, 김새론과 함께 차세대 여배우 3총사로 불린다. 연기력은 물론이고 미모도 출중해 남성 팬들의 이목을 한 몸에 사로잡는다.
“서로 바쁘다 보니 연락을 잘 못 해요. 같은 길을 걷는 또래 친구가 있다는 것이 힘이 되고, 자극제가 되고, 비타민이 되고, 고맙고, 감사해요. 소현이는 ‘싸우자 귀신아’, 새론이는 ‘마녀보감’으로 좋은 성적을 거둬서 ‘나도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부끄럽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했어요. 서로 믿고, 의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소현이는 정말 노력을 많이 하는 친구예요. 보여 지는 모습을 보면 작품마다 달라져 있어요. 노력하는 모습을 본받으려고 했어요. 새론이는 한 살 동생이지만 출연 작품을 보면 분위기가 묘해요. 시청자들을 빨아들이는 눈빛을 가지고 있어요. 장악하는 힘이 커요. 본 받고 싶어요.”
김유정은 어느새 숙녀의 향기를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여전히 앳되지만 어려서부터 촬영 현장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아역스타의 내공이 또래와 다른 느낌을 줬으리라. 그는 인터뷰 말미 연기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모든 배우들이 똑같겠지만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어요. 배우들이 바라는 점이죠. 못 해본 역할도 많고, 살아보고 싶은 삶도 많아요. 누구도 해볼 수 없는 좋은 경험, 역할이 주어졌을 때 잘 소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연기관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있어요. 바뀌기도 해요. 어느 정도 기준을 잡고, 나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기둥을 탄탄하게 새우려고 마음가짐을 다 잡아요.”
‘차세대 여배우’로 불리고 있는 김유정은 2016년에도 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성장하고 있다. 누군가는 18세 김유정을 두고 여전히 어린 배우라 생각하겠지만, 그는 데뷔 13년 차 베테랑이 됐다. 어떤 배우보다 빠른 발전 속도를 보여주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김유정은 그의 20대, 30대를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매 작품마다 큰 벽이에요. 그 벽을 넘어가려고 노력하죠. 방식이 다르기도 하고, 노력하는 정도나 방법이 달라요. 배우는 것이 다르다 보니 성장하는 것 같아요. 올해는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시작해서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끝난 것 같아요.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18살을 통째로 같이 했어요. 연말 시상식을 기다려요. 상을 타고 싶은 것이 아니라 ‘구르미 그린 달빛’ 테이블에 연기자 모두 둘러앉아서 서로 수고했다고 말하면서 함께 있는 게 즐거운 추억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조만간 차태현 선배님과 촬영한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가 개봉해요.”
(사진 = 싸이더스HQ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