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시선 <의견거절>

입력 2016-11-1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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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의견 거절' 입니다.

    회계법인 딜로이트 안진이 대우건설의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대해 검토 의견 거절을 냈습니다. 보고서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부족해서 보고서가 제대로 작성이 됐는지, 안됐는지 판정하기가 불가하다는 얘깁니다. 한 마디로 대우건설이 작성해온 보고서의 근간이 되는 회계 장부를 못 믿겠다는 겁니다. 당연히 주가는 폭락을 했죠. 어제 하루에만 14% 가까이 주가가 내렸습니다.

    기업의 회계를 감사하면서 회계법인은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의 네 단계로 나눠 의견을 냅니다. 이중에 의견 거절의 의미는 회계법인으로서 의견을 낼 만한 자료를 받지 못한 바 의견을 낼 게 없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분기보고서인 만큼 감사를 해서 의견 거절을 낸 게 아니라 검토를 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부적정한 회계를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검토를 하기에 자료 자체가 불충분하다는 얘깁니다. 간혹 신규 상장 업체라든지 영세한 기업의 경우 회계 실무자가 업무를 잘 못 처리하거나 몰라서 회계법인에 자료를 충분히 주지 못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국내 최대규모의 건설사고 이런 류의 회계보고서를 수십 년간 해온 업체인 만큼 예년과 다른 자료를 냈을 리도 없습니다.

    회계법인이 검토 의견거절을 낸 이유는 준공 예정 원가율을 증명할 만한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겁니다. 앞으로 공사 대금이 얼마나 들어갈지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이 작성됐다는 거죠. 공사를 하다 보면 원가가 내려가는 경우가 많은 데 주요 발주처인 공공기관에서 아직 정식으로 승인을 내주지 않아서 자료를 낼 수가 없다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만약 원가가 하락하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하면 어떻게 됩니까? 또 예상치 못한 손실을 '빅베스'란 이름으로 털면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치는 일을 반복하게 되는 거죠.

    문제는 같은 방법으로 작성된 보고서에 대해 같은 회계법인이 3개월전에는 적정이라고 했다가 이번에는 아예 검토 의견거절을 낸 겁니다. 그럼 그 동안 이런 류의 건설, 조선, 플랜트 같은 공사를 해서 돈을 버는 업종의 감사는 다 이런 식이었다는 얘기도 됩니다.

    이 회계법인, 작년까지 대우조선 해양의 회계감사법인입니다. 2010년부터 대우조선 해양 보고서 아무 문제 없다고 적정을 줬다가 분식회계 의혹이 터지자 그제야 착오가 있다고 재무제표를 수정하라고 했고 감사실무책임자는 구속이 됐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냉정하고 타협이 없는 거 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숫자입니다. 문자와 말은 뉘앙스의 차이도 있고 해석의 여지도 있지만 숫자는 뜻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숫자 그대로 팩트입니다. 그 숫자로 구성된 회계 장부에 대한 판정이 3개월 만에 바뀌었다면 이건 비단 대우건설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국내 대기업에 대한 외부 감사인이 몇몇 대형 회계법인에 의해 과점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런 상황이 비단 이 회계법인의 문제 일리 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지금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혼란도 사실은 분명한 사실에 대한 자의적 해석과 왜곡이 낳은 결과물입니다.

    분기 보고서에 대한 검토 의견거절이니까 제재의 대상이 아닙니다만 앞으로 반기나 온기 보고보고서에도 이런 류의 의견거절이 다수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의외의 적자를 공시하는 기업이 늘 가능성도 있습니다.

    회계의 투명성, 지금과 같은 변혁기에 좋은 투자 기업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잣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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