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지현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아마도 첫 주연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치렀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드라마 ‘쇼핑왕 루이’에서 여주인공 고복실을 열연한 남지현은 지난 11월 18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바쁜 스케줄로 피곤할 텐데도 불구하고 인터뷰 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드라마 끝나고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고 있어요. 인터뷰를 하면서 드라마가 종영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뿌듯하고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시청자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좋은 결과도 얻었고, 촬영 내내 즐겁게 했어요.”
남지현, 서인국을 비롯해 주, 조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이끌어낸 ‘쇼핑왕 루이’.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서 단연 주목을 받은 주인공은 고복실 역의 남지현이었다.
“감독님 미팅을 두 차례 한 다음 합격했어요. 첫 번째 미팅을 하고 다시 한 번 보자는 연락이 왔어요. 두 번째 미팅을 하고 나서 5일 정도 연락이 없어서 ‘이번 드라마는 같이 하기 힘든가 보다, 아직 주인공을 맞기엔 어린 느낌이 났나. 뭘 하지’ 하고 있을 때 ‘같이 했으면 좋겠다’라고 연락이 왔어요.”
남지현은 ‘쇼핑왕 루이’에서 맑고 순박한 소녀 고복실 역을 맡아 열연했다. ‘무공해 드라마’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가 그려진 이 작품에서 남지현은 풋풋한 산골소녀 고복실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 안방극장 시청자를 웃음 짓게 했다.
“시놉시스를 처음 읽었을 때 ‘가족끼리 왜이래’의 강서울이랑 캐릭터가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설정, 사투리, 서울로 뭔가를 위해 올라온 아이 등 여러 설정들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대본을 읽으면서 서울이가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복실이의 청정한 매력이 좋았어요. 사람을 기분 좋아지게 하는 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루이랑 복실이랑 만나서 벌어지는 일과 둘의 모습이 사랑스럽고 귀여웠어요. 그래서 ‘내가 복실이를 하면 참 즐거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것들이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남지현은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고민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당연히 고복실도 마찬가지였다. 고복실을 복실이스럽게 연기하기 위해 고민에, 고민에, 고민을 더했고, 망가짐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강원도 사투리가 복실이에게 잘 녹아들어야 된다는 거였어요. 준비 기간이 촉박했거든요. 일주일 정도 밖에 없었어요. 급하고 빠른 시간 안에 많은 것을 익혀야 해서 버겁기는 했는데, 다행히 시청자들이 잘 받아들여 주셨어요. 대본에는 초반에 등장했던 복실이에 대해 ‘까만 피부, 하얀 치아, 순박한 미소’라고 설명되어 있었어요. 감독님이 화면에 잘 담아주신 것 같아요. 복실이는 순수한 믿음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아이. 그게 상황이 됐던, 사람이 됐던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작가님이 복실이는 ‘대자연을 닮은 여자’라고 하셨더라고요. 그거에 공감을 했어요. 살아온 환경도 강원도고 물과 산과 바람과 같이 살아서 그런지 그런 맑고 깨끗한 기운을 다른 사람들이 쉽게 해칠 수 없게끔 고이 간직하고, 그런 기운을 퍼뜨리는 것이 있던 것 같아요.”
당찬 복실 캐릭터는 남지현이 새로운 모습을 꺼내 보일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복실과 저는 비슷한 면이 많아요.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하고, 인간관계 속에서 취하는 태도가 저의 가치관과 비슷해요. 그래서 복실의 말이나 행동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의심 없이 충분히 이럴 수 있지 하고 이해가 됐어요. 그래서 연기가 편했어요. 있는 그대로의 사람을 인정해주고, 사람을 꼬아서 보지 않고, 어떻게 보면 단순하게 자신이 겪은 것과 본 것만을 믿어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데, 도움이 돼요.”
극 초반 꽃무늬 몽빼바지를 입고 약초를 캐러 다니던 오대산 날다람쥐녀는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고 하늘하늘한 매력을 자랑하는 아가씨로 거듭났다. 사랑을 하면서 점점 더 예뻐진 고복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복실이가 계속 강원도 산골에 살았던 모습으로 있을 수 없는 환경이었죠. 회사에 취직을 했고, 복실이는 똑똑한 아이였기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입고, 어떤 행동을 취해야 되는지 알았을 거예요, 그거에 맞춰서 외형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골드라인에 취직을 하고, 역경을 한 번 겪고 나서 새로운 마음을 다잡고 시작해야 하기에 바뀐 것 같아요. 싱싱라인 사장이 됐을 때가 마지막 변화였고요. 단계별로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쇼핑왕 루이’의 가장 큰 재미는 고복실(남지현)과 루이(서인국)의 로맨스였다. 순수하고, 착한 이미지의 두 사람이 그려낸 청량한 로맨스는 시청자들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다. 순한 강아지를 연상케 하는 얼굴로 남지현은 서인국과 ‘뭉실 커플’이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그의 타고난 사랑스러움으로 서인국과 알콩달콩한 케미스트리를 완성시키며 ‘차세대 로코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루이에 대한 감정이 점차 변했다고 생각해요. 처음 만났을 때는 남동생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잖아요. 기억이 돌아와야 하니까 정성으로 돌봐야하는 존재였죠. 그랬는데, 계속 같이 붙어 다니고, 큰 사건도 같이 겪고, 옆에 유일하게 있어준 사람이었고, 처음 회사에서 시련을 당했을 때도 기다려 주고 자기편이라고 것을 그 때 확실히 느꼈던 것 같아요. 그 때부터 주의 깊게 보게 되고, 그러면서 루이가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고, 복실도 그런 것을 느끼면서 사랑으로 커진 게 아닌가 싶어요. (서)인국 오빠와 촬영이 재밌었어요. 호흡도 잘 맞았고요. 정말 루이와 복실이 같은 그런 마음이었어요. 저는 조금 낯을 가리는 스타일이라 조심스러웠는데, 초반부터 너무 친하게 잘 대해주셨어요. 어려운 신도 많고, 복잡한 신도 많았는데, 새로운 것을 할 때 두려움이 없게 알아서 할 수 있는 믿음을 줘서 단 한 번에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극중 고복실과 루이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차중원(윤상현)의 마음은 더욱 아팠다. 차중원은 고복실과 루이가 행복해 하는 모습에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둘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차중원은 복실의 키다리 아저씨로, 루이의 든든한 조력자로 훈훈한 매력을 선사했다.
“차중원은 슬픈 역할이 아니었을까요. 안타까우면서도 고마웠어요. 차중원이 차중원이 집에서 루이랑 복실이가 스마일 붙은 오백원을 보고 복실에 대한 마음을 접잖아요. 복실의 키다리 아저씨고, 복실을 지켜주는 존재죠.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사람이죠. 엄마, 아빠 같은 보호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저도 방송으로 보는데, 차중원이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루이와 복실이가 예쁘게 나올수록 더욱 안쓰럽게 보였어요. 나중에 인연이 나타나는 것처럼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쇼핑왕 루이’는 완벽한 행복한 결말이었다. 루이는 고복실과 지내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되찾았다. 가족, 친구들. 루이는 행복에 겨워 웃었다. 하지만 하나 신경 쓰는 부분이 있었다. 고복실의 부모님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 없었던 것. 고복실은 루이를 보며 “괜찮다”라고 이야기 했지만 씁쓸함은 남아 있었다. 이때 홍재숙(윤유선)은 부산 집에 있던 비디오 영상을 보고 루이에게 갑작스럽게 연락을 취했다. 루이는 이 영상을 보고 의아해 했지만 이내 영상 내용을 보며 감격에 겨웠다.
“결말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적당히 동화 같으면서도 루이와 복실이를 설명해 주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잘 마무리 됐구나 싶어요.”
‘쇼핑왕 루이’는 방영 초 코믹한 코드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드라마였다. 폭소에 가까운 웃음을 선사하는 유쾌한 드라마에 로맨스가 더해지자 힐링 드라마가 됐고, 마지막에는 가족, 친구, 연인 모두가 소중하다는 걸 느끼게 만든 행복 동화가 됐다. 그리고 그 끝에는 사랑이 있었다.
“대본을 읽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동화 같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러다보니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비현실적인 게 많았죠. 워낙 동화 같은 이야기의 스토리 라인을 같고 있다 보니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울렸던 것 같아요. 만화나 동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였죠. 적절한 음악들과 인물이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루이나 복실이도 판타지스러운 캐릭터였기에 그런 장면이 나왔을 때도 웃음코드로 봐주셨던 것 같아요. 현실적인 장면을 추가를 하려고 현장에서 리허설 하면서 많이 신경을 썼어요.”
촬영장 에피소드를 묻자 입가에 미소부터 떠오른다. 고생스러웠던 순간들만큼이나 추억도 쌓였을 테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들과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났다.
“모든 출연진이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애드리브도 많은 드라마였고요. 현장에서 나온 얘기가 많이 반영됐어요. 제가 레드카펫을 피해서 올라가는 장면은 제 아이디어였어요. 레드카펫을 깔아놨는데, 동네 주민들이 아무도 안 밟고 올라가시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대본에 ‘사랑해’라는 대사가 없었는데, ‘좋아해’라고 끝나기는 아쉬워 ‘사랑해’ 대사를 넣자고 의견을 냈어요. 정말 현장 분위기가 좋은 촬영장이었어요.”
‘쇼핑왕 루이’는 SBS ‘질투의 화신’, KBS2 ‘공항가는 길’과 맞붙은 수목극 대전에서 첫 회 동 시간대 최하위 시청률을 기록하다 2위, 1위까지 올라서며 강력한 뒷심을 발휘했다. 기적의 역주행을 이끌어 냈다.
“현장 분위기가 좋았어요. 같이 출연한 배우들, 스태프들이 처음에 시청률 차이가 있어 동요할 법도 했는데, 그런 거에 분위기가 묻어지지 않고 좋은 분위기를 유지해 주셨어요. 그러다 보니 미니시리즈 첫 주연을 맡은 제가 긴장 안 하고 재미있게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복실을 연기할 수 있었어요. 뿌듯했어요.”
남지현은 아역 배우로 시작했다. 2004년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를 통해 데뷔했다. 2007년에 방송된 ‘로비스트’에서는 배우 장진영의 아역 마리아를 연기했고, 드라마 ‘대왕세종’에서는 탤런트 이윤지의 아역인 소헌왕후를 연기했다. 이후 여러 작품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이름을 알렸는데, 2008년에 ‘에덴의 동쪽’에서 한지혜의 아역인 지현 역을 통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작품 활동이 뜸하다가 이듬해에 ‘선덕여왕’에서 이요원의 아역인 어린 덕만을 연기하면서 일약 최고의 아역배우로 주목받는다. 이후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한예슬의 아역인 지완 역을 맡았고, 2010년 ‘자이언트’에서는 박진희의 아역인 정연 역을 연기했다. 시청자들은 남지현하면 ‘선덕여왕’의 어린 덕만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유명한 여배우의 아역으로 출연했는데, 그분들과 연락하기는 힘들어요. 핸드폰이 없기도 했거니와 아역과 성인 연기자가 만나기가 어렵잖아요. 만날 수 없는 존재들이죠. ‘선덕여왕’ 이요원 언니가 최고의 싱크로율이었던 것 같아요. 그 때는 현장에서 만났어요. 제가 봐도 똑같다고 느꼈어요. 언니도 얼굴에 점이 있고 저도 비슷한 위치에 점이 있거든요. 제가 요원 언니로 바뀌는 장면이 있는데, 바뀌고 나서도 모르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남지현은 귀엽고 풋풋한 학생의 모습 등 아역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쇼핑왕 루이’를 통해 아역 이미지를 지워냈다. 이젠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하고 있다.
“‘쇼핑왕 루이’는 대중들에게 이 아이가 성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 작품이에요. 스스로한테는 여유와 확신을 심어준 작품이죠. 20대에 어떻게 흘러갈지 큰 흐름을 짜는 데에 첫 포문을 잘 열어준 것 같아요. 시작점을 잘 열어준 작품이죠. 객관적인 평가는 시간이 흐른 뒤 판단할 수 있는데, 잘 끝냈다는 점에서 지금은 70점정도 주고 싶어요.”
남지현은 어느새 숙녀의 향기를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여전히 앳되지만 어려서부터 촬영 현장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아역스타의 내공이 또래와 다른 느낌을 줬으리라. 그는 인터뷰 말미 연기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아역 때도 대본을 보고 분석하는 것은 제가 했어요. 성인이 돼서는 멘토 선생님이 한 분 계신데, ‘쇼핑왕 루이’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같이 고민해 주셨어요. 아역 때는 제가 연기하면 감독님이 피드백을 주셨어요. 대본에 묘사 되어 있는 것을 충실하게 다가가려는 스타일이예요.”
‘차세대 로코퀸’으로 불리고 있는 남지현은 2016년에도 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성장하고 있다. 그는 데뷔 12년 차 베테랑이 됐다. 어떤 배우보다 빠른 발전 속도를 보여주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남지현은 그의 20대, 30대를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20대 목표는 시청자들에게 ‘이 아이가 완벽한 성인이 됐구나’라는 것을 보여드리는 거예요. 그런 모습을 차차 천천히 보여드릴 거예요. 20대 초, 중, 후반에 들어오는 작품을 잘 선택을 해서 최선을 다해서 작품에 임할게요. ‘쇼핑왕 루이’도 타이밍이 좋았어요. 좋은 결과까지 있어서 감사해요. 영화, 드라마를 꾸준히 할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꾸준히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길도 아니고. 하지만 저는 어려서부터 해왔던 일이라 환경은 주어져 있죠. 지켜봐 주시고, 믿어 주시면 믿음을 져버리지 않을 자신 있어요.”
남지현은 ‘쇼핑왕 루이’로 연기 인생에서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욕심 많은 배우다. 매 작품마다 의미를 부여했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우선 올해를 잘 마무리 하고, 일본으로 가족여행가요. 내년에는 작품이 언제 들어갈지, 드라마인지, 영화인지, 학교를 갈지 정해진 게 없다. 편안한 장르는 없어요. 어렵기도 하고, 항상 고민을 해야 하죠.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그 고민이 괴로울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고, 잘 풀릴 때도 있고, 안 풀릴 때도 있고, 쉬운 일은 없어요. 즐거운 고민을 할 수 있는 것은 내 나이 때의 연기를 하는 거예요.”
(사진 = 매니지먼트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