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이후 국채금리 급등··대내외 금융시장 ‘대변화’ 오나

입력 2016-11-2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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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각국의 국채금리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거래일 기준으로 당선 이후 불과 1주일 만에 40bp(1bp=0.01%p) 가 급등했다. 이럼에 따라 작년 12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이후 우려해 왔던 국채가격의 ‘프래쉬 크래쉬(flash crash?순간 폭락)’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옐런 수수께끼’(금융완화 기조 속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현상)라 불리울 만큼 국채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다른 금융시장도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가장 눈에 띠는 것은 미국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점이다. 선진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알 수 있는 달러인덱스 지수는 ‘101’을 넘어섰다. 트럼프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도 40원 이상 뛰었다.

글로벌 자금도 빠르게 이동되고 있다. 크게 두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예상치 못한 변화에 따른 ‘금융 노마드’ 현상이 발생하면서 시중자금이 부동화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국채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선진국 증시로의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대이동)’되면서 주가가 비교적 좋은 흐름(대내 문제가 많은 한국은 소외)이 전개되고 있다.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년 1월에 출범할 트럼프 시대를 맞아 ‘금융완화’보다 ‘재정정책’이 선호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금융위기 이후 8년간 지속돼온 초(超)금융완화 정책이 마무리될 경우 채권에 낀 거품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9월말 기준으로 마이너스 금리 채권만 하더라도 12조 6천억 달러(원화로 1경 5천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시대에 추진될 경제정책, 즉 트럼프노믹스도 국채금리를 급등시키는 요인으로 가세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트럼프의 캐치 프레이즈인 ‘미국의 재건’을 위해서는 도로, 철도만 등 낙후된 사회간접자본(SOC)을 복구하는 과제가 가장 적합하다. 월가에는 1930년대식 ‘트럼프판 뉴딜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총수요 진작책 뿐만 아니라 총공급 면에서 법인세, 소득세 등 대폭적인 감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책도 국채금리를 급등시키는 요인이다. 트럼프의 감세정책은 2차 오일 쇼크로 ‘스테그플레이션(경기침체에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라는 정책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미국 경제를 구해냈던 1980년대 초 ‘레이건노믹스’을 연상케 한다.

감세정책의 이론적 토대인 ‘래퍼 곡선(Laffer curve)’을 보면 세율과 재정수입 간 정(正)의 구간을 ‘표준 지대’, 부(負의 구간을 ‘비표준 지대’라 부른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출마 이전부터 너무 높아 경제효율을 떨어뜨리는 세 부담을 낮춰줘야 경기가 살아나고 재정수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외쳐왔다.
재정지출과 감세를 동시에 추진한다면 ‘재정적자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점에 의문이 든다. 최소한 경기가 살아나기까지는 재정적자가 불가피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때 전통적인 공화당의 관행처럼 국채로 메운다면 국가채무가 늘어나고 국채금리가 빠르게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국채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융완화의 필요성을 여전히 느끼고 있는 각국의 중앙은행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나라의 ‘금리체계(interest system)’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책금리(기준)금리를 인상해야 또 다른 부작용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등 각국 중앙은행 총재는 ‘그린스펀 수수께끼(정책금리는 인상했는데 시장금리는 내리는 현상)’보다 ‘앨런 수수께끼’를 더 우려한다. 여건이 성숙되지 않는데도 정책금리를 올리는 것은 성급한 출구전략과 같은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 경우 1930년대에도 당시 Fed 의장이었던 에클스가 성급한 출구전략 추진으로 대공황을 낳게 한 ‘에클스 실수(Eccles`s failure)’에 대한 우려가 급부상할 수 있다.

금융사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8월 잭슨 홀 미팅에서 재닛 옐런 Fed 의장의 추가 금리인상 시사 발언 이후 국채시장에서 자금이 빠지고 있지만 대부분 금융사는 지난 8년간 매입한 국채를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금융사는 북한 문제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정국혼란이 겹치면서 보유국채를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까지 겹치면서 신흥국에서 자금이탈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의 강력한 신기후 협상과 탄소세 부과 반대에 따라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원유 등 원자재를 수출하는 국가(러시아, 브라질 등)에서는 이 우려가 의외로 높다.

앞으로 앨런 수수께끼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 앞날이 결정된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간단한 것은 장기채 금리상승에 맞춰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이다. 경기가 과열일 때에는 이 방안은 바람직하지만 최근처럼 경기가 받쳐 주지 못할 때에는 오히려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발권력을 동원하거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로 조성된 재원으로 장기채를 매입해 장기채 금리를 내리는 일이다. 가뜩이나 매도 세력이 실종돼 수요 위주의 국채수급 구조를 더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 유동성도 더 풀려 경고등이 켜진 자산시장에 거품을 더 심화시켜 현실적으로 곤란하다.

이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올리거나 OT를 추진하기보다는 종전과 다른 제3의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채 위주로 왜곡된 수급구조를 풀기 위해 기한을 정해 국채 매도 물량을 수요에 맞춰 조절해 나가는 `스무딩 오퍼래이션`을 추진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것은 내년 1월에 출범할 트럼프 정부로서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재정지출을 통해 늘린다 하더라도 국채금리가 급등하면 민간수요가 상쇄돼 총수요가 늘어나지 않는 이른바 ‘구축 효과(crowding out effect)’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경기회복에도 역행한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는 기업인 출신답게 민간자본을 대거 참여시켜 이런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추진했던 ‘BTL(Build Transfer Lease/민자 사업)’ 방식과 유사하다. 전제조건인 수익률 보전은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민간투자 수익률이 떨어져 대체투자가 대세인 만큼 오히려 인기를 끌 것이라는 시각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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