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시선 <27홀의 의미>

입력 2017-02-1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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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27홀의 의미' 입니다.

    트럼프와 아베 간의 요란한 정상외교가 끝났습니다. 일본은 일본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이번 정상회담의 손익 계산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해봐야겠지요.

    알려진 대로 아베는 미국내 70만개 일자리 창출과 4,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511조 원 규모의 신시장 창출을 골자로 한 미-일 성장, 고용 이니셔티브라는 것을 준비했습니다. 일본 주요 기업들도 총출동 했습니다. 도요타, 소프트 뱅크는 벌써부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고 샤프, 닛신보, 이스즈 자동차 등도 미국 내 투자발표나 검토를 했습니다.

    사실 구체적으로 일본 기업과 자본으로 미국인들을 70만 명이나 고용하게 될지 알 수는 없습니다. 또 일일이 확인해서 진도율을 점검하기도 힘이 들 겁니다. 다만 70만 명이라는 숫자 하나로 미국 내 여론은 친 일본으로 확 돌아섰을 겁니다. 자기 나라에 70만 개 일자리를 만든다는 데 일본을 싫다고 할 미국 사람 있을까요? 트럼프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죠. 앞으로 미국을 찾을 각국의 정상들은 아베가 약속한 형태의 일자리 창출 계획을 내놔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습니다. 70만 명이 700만 명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핵심을 찌른 아베였고 그 핵심적인 조치를 이끌어 낸 트럼프입니다.

    그럼 일본은 뭘 얻었을까요? 혹자는 탈탈 털린 아베의 손에는 뭐가 남았냐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혹평을 합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정상회담의 주요 합의 내용을 보면 대부분이 미-일 간 안보동맹을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다분히 중국의 아시아 패권주의를 의식한 원론적인 동맹강화입니다. 굳이 70만 개 일자리 약속과 같은 조공외교를 안 했어도 미국의 국익에 부합되는 일이기에 얻을 수 있는 선물이었습니다.

    하물며 긴장과 기대를 갖고 워싱턴으로 향하는 아베가 받아 든 첫 번째 소식은 트럼프가 시진핑과 통화해서 하나의 중국을 인정했다는 거였죠. 김이 빠졌을 겁니다. 타이밍이 예술입니다.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을 쓸 정도로 거래에 관한 한 노련한 트럼프의 내공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아베가 얻고자 했던 경제분야는 오히려 부담스런 숙제를 앉고 왔습니다.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규칙에 따른 양자 및 지역 경제관계 강화 논의" 쉽게 얘기하면 일본은 미국과 무역에 있어서 공정하게 하라는 겁니다. 엔화를 너무 낮추지 말고 미국이 연 만큼 일본도 시장을 열라는 거죠. 이런 건 앞으로 부통령과 부총리간에 따로 논의하기로 하자. 이 정도가 미일 정상간의 경제분야 주요 합의입니다. 그렇습니다. 빈손이고 어쩌면 숙제를 받아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협상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중국을 대일본 정책의 지렛대, 이른바 레버리지로 사용하면서 외교, 안보와 경제를 분리함으로써 실리를 챙겼습니다.

    그럼 일본이 얻은 건 무엇일까요? 관계와 선점입니다. 어차피 그냥 있으면 수세에 몰린다는 걸 아는 아베는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자마자 일제 혼마 드라이버 한 자루를 들고 뉴욕의 트럼프 타워를 가더니 이번에는 그 드라이버로 27홀 골프를 같이 쳤습니다. 그것도 18홀을 치자고 했다가 트럼프 소유의 리조트로 옮겨서 나인홀을 추가한 겁니다.

    시청자 여러분 혹 골프를 쳐보셨습니까? 언제 나인홀을 추가합니까? 두 가지입니다. 골프가 너무 너무 재미있거나 아니면 큰 내기를 할 때죠. 승부를 내기 위해서 입니다.

    두 사람이 27홀 골프는 두 번째 이유가 더 컷을 겁니다. 골퍼로서 아베는 트럼프의 상대가 안됩니다. 회의실이나 식당에서 할 수 없는 얘기를 골프장에서는 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습니다. 무려 6,7시간이나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아마 아베는 경제적으로 더 큰 보따리를 달라고 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 보따리를 이번에 챙겨줄 수는 없다고 트럼프는 버텼고 나인 홀 추가를 하면서까지 둘간의 네고가 이어졌을 겁니다.

    그러면서도 아베는 트럼프와 미국 사람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선점했습니다. 이 정도면 의미 있는 27홀 라운딩이었습니다. 트럼프는 눈에 보이는 걸 가졌고 아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걸 가졌습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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