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단' 정체는? 말레이는 北배후설에 ‘신중’…의문 증폭

입력 2017-02-16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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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나면서 암살단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말레이시아 경찰이 체포한 일부 용의자는 핵심 관여자가 아님을 시사하는 여러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건 해결에 큰 진척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암살 주모자와 배후에 대한 여러 추정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은 사건 전모를 단정 짓기엔 모호하고 의문스러운 점들이 많다.

일단 북한 김정은 정권이 수차례 김정남 암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한 배후설이 현재까진 추측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아직은 북한 소행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체포된 여성 용의자의 허술한 행각 등을 고려할 때 공작원이 저지른 범행이 아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청부살해` 가능성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정남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당하자 전 세계의 시선은 북한으로 쏠렸다. 과거 북한 김정은 정권이 김정남을 암살하려고 시도한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정남은 2009년과 2010년 각각 평양과 베이징(北京)에서 암살을 가까스로 모면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차례 망명설도 제기됐다.

김정남은 과거 이복동생인 김정은에게 자신과 가족을 살려줄 것으로 부탁하는 편지까지 보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김정남 암살을 북한 김정은의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주문)에 따라 정찰총국 등 북한 정보당국이 실행한 것으로 설명했다.

말레이 경찰에 처음으로 체포된 베트남 여권 소지 여성의 경찰 진술에서도 북한 연관성을 읽을 수 있다.

이 여성은 경찰에 남성 4명 가운데 베트남 국적과 북한계가 있다고 진술했다고 현지 언론매체들은 전했다.

말레이 매체인 더스트레이트타임즈는 범행 현장에 있던 한 남성이 정찰총국 소속의 40세 남성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도주한 남성 용의자 4명이 북한 정보기관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이 밝혔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뒤이어 나왔다.

아흐마드 자히드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현재로썬 북한 배후설은 추측일 뿐"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북한과 중국의 고위급 인사들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북한은 김정남(살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북한이 김정남을 죽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김정남 피살을 둘러싸고 미스터리한 부분이 많고 의문이 쌓인다면서 "현재까진 말레이 정부가 북한과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명확한 사실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다만 말레이 정부의 신중 모드가 "북한이 이번 공격을 조직하지 않았다는 걸 뜻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1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등 외신을 종합하면 말레이시아 경찰이 용의 선상에 올려놓은 암살 가담자는 모두 6명으로 남자 4명, 여성 2명이다.

이 가운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김정남 독살에 직접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2명은 모두 체포됐다.

베트남 여권을 소지한 여성에 이어 두 번째로 붙잡힌 여성은 인도네시아 여권을 갖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두 번째 여성이 자국민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26살의 무함마드 파리드 잘라루딘이라는 말레이시아인 남성 1명이 붙잡혀 경찰조사를 받고 있으나 그는 암살 가담 용의 남성 4명과는 무관하다.

경찰 책임자는 "이 남성은 중요 용의자가 아니며, 우리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면서 "그의 제보로 (그의 여자 친구이자) 두번째 용의 여성을 체포했다"고 말한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했다.

제일 먼저 잡힌 `베트남 여권` 여성의 행동과 경찰 진술은 `수상한` 냄새를 풍긴다.

이 여성이 공항 폐쇄회로(CC)TV에 그대로 노출됐고 공항을 다시 찾았다 체포된 점 등을 고려할 때 고도로 훈련된 공작원이 아닐 가능성이 짙다.

여성은 경찰에서 `수상한` 진술을 펼치기 했다. 자신은 여성 친구 1명과 말레이시아 여행의 동행 남성 4명으로부터 승객들을 상대로 `장난`을 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상대가 김정남인지도 알지 못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여성 용의자의 행동이 어설픈데다 너무 쉽게 체포됐고 지금까지 붙잡힌 용의자들의 국적이 제각각인 점을 보면 살인을 청부받은 집단이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말레이시아 중문지 동방일보(東方日報)는 이날 현지 고위소식통을 인용해 체포된 2명의 여성 용의자와 도주 중인 4명의 남성이 모두 살인 청부를 받은 암살단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김정남 살해를 의뢰받은 암살단이 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특정 국가 정보기관 소속의 공작원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따라서 현재로썬 달아난 4명의 남성을 체포하는 게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부검에서 정확한 사인이 나오지 않거나 추가 용의자 검거에 실패할 경우 사건이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도 없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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