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시아 “지금까지의 대표작은 ‘터널’, 앞으로 만들어 가야죠”

입력 2017-05-29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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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할 때마다 대중에게 큰 신뢰감을 준다면,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닐까. 묵묵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이시아는 그런 배우다. 진정으로 일을 즐기는 사람의 여유와 에너지가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여기에 욕심도 많고 열정도 넘친다.

이시아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OCN 드라마 ‘터널’을 촬영하며 느낀 소회와 아날로그 캐릭터를 그려내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털어놨다.

“멋진 선배님들과 감독님과 같이 ‘터널’이라는 작품을 함께 해서 영광이에요. ‘터널’이 잘 되고 사랑 받을 줄 몰랐는데, 많은 분들에게 제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된 작품이에요. 원래는 특별출연 정도로 4회까지 나오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분량이 계속 늘어나더라고요. 팬들이 늘어나고, 팬클럽도 생겼다고 해서 놀랐어요.”

이시아는 ‘터널’에서 강력계 형사 박광호(최진혁 분)의 아내 신연숙으로 분했다. 터널을 지나 2016년으로 가버린 남편 박광호,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며 다시 시작된 30년 전 연쇄살인사건의 답을 찾는 수사물 이야기 속 1986년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계속해서 상기 시키며 시청자들에게 휴머니즘을 불어 넣었다.

“전작인 ‘시그널’과 캐릭터가 겹쳐 걱정을 했어요. 똑같이 봐주실까봐 의상, 성격,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많이 주려고 노력했어요. 열심히 했기에 후회는 없었어요.”

80년대 단아하고 청순했던 첫사랑을 연상케 하는 이시아의 지고지순한 모습은 남성 시청자들에게 가슴 떨리는 설레임을 주었다.

“연숙이는 이미지가 예쁘게 나올 것 같았어요. 그리고 광호를 향한 순수하고, 둘이 같이 있으면 예뻐 보이고, 애절한 사랑을 나누는 게 좋아서 해보고 싶었어요. 감독님이 ‘연숙이는 무조건 예쁘게 나와야 한다’고 하시면서 반사판을 많이 써주셨어요. 반사판이 신의 한수였죠.”

설레임 뿐만 아니라 가슴 찡한 멜로도 녹여냈다. 2화에서 사랑의 결실을 맺고 결혼에 골인한 행복도 잠시, 광호가 터널에서 행방불명이 되어 연숙이 오열을 하는 장면에서 이시아의 감정연기는 시청자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며 2016년에서 1986년으로 돌아와야만 하는 주인공에게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조금은 느리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애틋한 사랑을 하는 광호 부부의 아날로그적 사랑방식은 시청자들에게 힐링이 됐다.

“결말이 해피엔딩이라서 맘에 들었어요. 죽을 줄 알았는데, 살려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모니터를 하면서 이유영 씨가 딸이라 깜작 놀랬어요. 예상치 못한 전개였죠.”





‘터널’은 모든 배우들이 적재적소에서 맹활약했다. 그 중에서도 자신 만의 스토리로 제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한 이시아는 ‘터널’을 통해 주인공 다음으로 각광받은 배우이다.

“(최)진혁 오빠가 있기에 가능했던 거죠. 오빠가 연기를 잘 이끌어 주는 스타일이에요. 격려도 많이 해주시고, 항상 밝게 놀아 주셨어요. 어떻게 하면 연숙이랑 광호가 사랑하는 모습과 애절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대화도 많이 했어요. 오빠가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에요. 코드는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사실 다른 배우들과는 종방연에서 처음 봤어요. 연예인 보는 느낌이었어요.”(웃음)

이시아는 좋은 결말을 냈다는 사실에 천사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신연숙 캐릭터를 노력으로 만들어 냈다고 조곤조곤 설명했다. 단지 캐릭터가 지고지순했기에 사랑받은 건 아니었다. 첫사랑 캐릭터를 만나 그의 연기력이 빛났다는 평가도 많았다.

“대본을 받으면 이 사람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목적이 뭔지를 분석해요. 어떻게 하면 좀 더 캐릭터의 특성을 잘 나타낼 수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하죠. 연숙이는 많은 분들이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만족해요.”

2013년 연기자로 데뷔한 뒤 이시아는 첫사랑 역을 도맡아 했다. 이후 다양한 변신에도 성공하며 이미지를 확 바꿨으나 지금처럼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건 ‘터널’이 처음이었다. ‘이시아’라는 이름을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 시켰다.

“일일드라마 ‘별난가족’ 끝나고 침체기였어요. 8개월 촬영하면서 체력적으로 지쳐 있었어요. 긴 작품이었는데, 사람들이 기억을 못 하시더라고요. 짧게 나오는 작품만 기억하시는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훌훌 털어버리고 신경을 안 쓰는 스타일이에요. 지나간 거는 어쩔 수 없잖아요.”

배우들은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는 다시 맡고 싶지 않은 게 일반적이지만, 이시아는 달랐다. 그는 또 첫사랑 캐릭터 제안이 들어오더라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제가 옛날 사람처럼 생겼나 봐요. ‘참하고, 착하게 생겼다’는 말을 들어요. 밝고, 낙천적이고. 털털해요. 흥도 많고요. 보이는 이미지와는 반대죠. 반전매력의 소유자라고 할까요. 너무 좋아해 주시니까, ‘연숙이처럼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해봐요.”

이시아는 걸그룹 치치 출신이다. 2013년~2014년 때 활동하면서 노래를 맡았다. 일본에 관심이 있었던 찰나 그룹의 일본 활동 제의가 와서 잠깐 활동했다. 이후 연기를 하고 싶어 연기자로 전향했다.

“일본에 관심이 많아 일본어를 열심히 했어요. 그러던 중에 제의가 들어와서 활동을 하려고 했는데, 원전 사고가 나서 한국으로 돌아와 연기를 시작했어요. 5인조 걸그룹이었는데, 제가 메인 보컬이었어요. 노래실력을 발휘한 적은 공개적으로는 없어요.”

20살에 연기를 시작한 이시아. MBC 일일연속사극 ‘구암 허준’, SBS 드라마스페셜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JTBC 금토드라마 ‘하녀들’, OCN 일요드라마 ‘귀신 보는 형사 처용2’, SBS 드라마스페셜 ‘리멤버: 아들의 전쟁’,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KBS1 일일연속극 ‘별난가족’, OCN 주말드라마 ‘터널’, SBS 드라마스페셜 ‘수상한 파트너’ 등 다양한 장르에서 출연하며 지금까지 연기자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연기는 20살에 시작했고,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 했어요. 미술 하다가 다른 것을 해보고 싶어서 연기를 택했어요. 부모님은 제가 하는 것을 밀어 주셨죠. 일일드라마 ‘별난가족’ 주인공도 했는데, 잘 된 작품으로 하면 ‘터널’이죠. 앞으로 만들어 가야죠.”

20살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이시아가 배우에 도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확신이었다. 배우에 대한 확신이 든 순간부터 계속해서 노력했고 그 선택을 번복하지 않았다.

“다양한 인물의 삶을 살아보고 싶었어요. 제 삶은 단조로운데, 배우의 가장 큰 매력은 타인의 삶을 산다는 것이잖아요. 드라마틱하고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요. 제가 표현해 보고 싶기도 하고요.”




열심히 노력했기에 그는 지나온 세월에 대해 아쉬움도 없었다. 그에게는 뜨거운 인기, 지나온 과정들보다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믿음이 더 중요했다. 사랑 받는 여배우가 된 이시아. 그는 지금의 위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거라고 생각하고 나가면 많이들 알아봐 주셔서 당황할 때도 있어요. 평상시에는 화장도 잘 안 하고, 해맑게 하고 나가는데,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놀랐어요, 어느 날 생얼에 선글라스만 끼고 버스를 타고 가는데 ‘이시아씨 아니냐’고 사인을 해달라고 하셔서 당황했어요. ‘터널’을 많이 사랑해 주시는구나 생각했어요.”

한국나이로 20대 후반. 이시아는 이제 연애뿐만 아니라 결혼을 논해야 시기이다. 결혼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20대 후반이다 보니 결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지금은 일이 최우선이에요. 남자친구가 나타나면 또 모르죠. 어렸을 때는 외모를 많이 봤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성격을 보게 되더라고요. 이상형은 같이 있으면 내가 행복하고, 즐겁고, 위안이 되고, 존경할 수 있는 분요. 어딘가에 있겠죠. 아직은 결혼 생각은 없고, 연애는 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운동도 좋아하고, 등산. 유기견도 관심이 많아요. 메이크업 자격증도 있어요.”(웃음)

이시아는 정우성이 설립한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의 1호 여배우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시그널’ 끝나고 소속사가 없었는데 광고를 찍다가 만난 에이전시 대표님이 소개를 해주셨어요. 연기도 직접 맞춰 주시고, 같이 영화를 보면서 얘기를 하기도 하고, MT도 가요. 가족적이고 분위기가 좋은 회사에요. 친구들이 부러워해요. 대표님을 많이 궁금해 하더라고요.”

이시아는 더 많은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높은 곳을 올라가려는 것보다는 꾸준히 연기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배우라는 직업을 오랫동안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스스로 내려놓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차근차근 밟아가는 것 같아서 좋아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인기가 있으면 좋겠지만 어느 위치에 가든 고민이 있는 거니까, 행복한 삶이 중요하죠. 연기를 잘 하고 싶은 욕심은 당연히 있죠. 다음 작품은 보고 있어요. 우선은 여행을 계획 중이에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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