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써클’ 유영의 빛나는 연기열정 “신비서를 표현하기 위해 눈썹을 깎았어요”

입력 2017-07-1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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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락없는 귀여운 20대 초반의 아가씨다. 하지만 그 나이 또래 보다 훨씬 파이팅이 넘쳤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현재 잘하는 일을 알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도 생각한다.

직접 본 헬로비너스 멤버 유영은 그런 아가씨였다. 솔직하고 객관적이다. 그러면서 자신감과 겸손함을 함께 지녔다. 지난 6일 판타지오 사옥에서 드라마 한 편을 성공적으로 끝낸 유영을 만나 연기돌로의 변신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유영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써클: 이어진 두 세계’(이하 써클)을 통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여 앞으로 발전 가능성을 드러냈다. 시청자들도 그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연기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써클’에서 보여드린 신비서의 모습은 평소에 알고 계시던 헬로비너스 유영의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라 많은 분들이 보시기에 어색하지 않았는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한데, 많이 노력했던 작품이고, 애착도 굉장히 컸던 작품이에요. 평소 우상이었던 선배님들 사이에서 긴장 덜 하고, 꼭 해야 할 신비서의 역할이 있는데 ‘잘 풀어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SF 추적극 ‘써클’은 2017년 외계에서 온 인물의 등장과 함께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쫓는 대학생 김우진(여진구)과 2037년 감정이 통제된 미래도시 스마트지구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쫓는 형사 김준혁(김강우)이 현재와 미래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유영은 2037년 스마트 지구 휴먼비 본부장 이현석(민성욱)의 오른팔이자 휴먼비의 비밀을 지키려 하는 미스터리한 인물 신비서 역을 맡아 극에 활력소를 불어 넣었다. 비중과 분량은 크지 않았지만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신비서 캐릭터에 100% 녹아들어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처음부터 역할이 정해진 것은 아니었어요. 시놉에 나와 있는 인물들이 많지 않았어요. 주요 배역들만 나와 있었죠. 초반에 큰 틀만 잡혀 있는 상태에서 오디션을 봤어요. 감독님께 ‘작은 역할이어도 좋으니까, 이 작품 꼭 하고 싶다. 스쳐 지나가는 인물도 좋으니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어요. 놓치고 싶지 않았죠. 욕심이 났어요. 감독님이 꼭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예쁘게 봐주셨어요. 신비서의 캐릭터를 잘 만들어 주셨죠. 주인공을 누구나 꿈꾸기는 하겠지만 연기자로써 1년 반 정도 휴식기를 갖고 오랜 만의 컴백이고, 그만큼 저도 긴장을 많이 한 상태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욕심은 없었어요. 극에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디션에 임했어요.”

신비서는 스마트 지구의 비밀을 지키려 직접 몸싸움을 하고 김준혁(김강우)과 날카롭게 대립하는 등 등장 내내 걸크러시한 매력을 발산했다. 유영은 그런 신비서를 표현하기 위해 온 몸을 불사른 것은 물론,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 연기도 수월하게 소화했다.

“액션을 처음 도전해 봤어요. 초반에 찍기 전에 합을 두, 세 번 맞춰 보고 촬영에 임했어요. 신비서가 힐도 신었고, 긴장도 했죠. 다행인건 합을 맞춰주신 액션 배우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감독님도 확실하게 디렉션을 주셔서 거기에 맞게 연기를 하다보니까, 편하게 연기를 했어요.”

걸크러쉬 넘치는 액션 연기부터 시크한 표정까지 완벽 소화하며 ‘신스틸러’로 등극한 유영은 이전의 발랄한 캐릭터와는 상반되는 신비서 만의 마성의 매력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신비서를 연기하면서 평소에 하던 습관들을 다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미래의 인물이기도 하고, 말투도 ‘다나까’ 체를 쓰기도 하고, 신비서는 수행을 하는 입장이어서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을 하는데, 그런 ‘네’ 한 마디 조차도 다가가는데, 쉽지는 않았어요. 미래의 인물이기도 하고, 시크하고 차가운 인물이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을 했어요. 선배님들이나 감독님께 질문을 많이 하면서 충분히 대화를 통해서 많이 배웠어요. 끝나고 나서 보니까 초반에 많이 굳어 있었어요. 눈빛으로만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렀었는데, 그런 걸 확실히 촬영하면서 배우고, 연구를 하다 보니 다양한 표현법이 생겼어요. 감독님이 종방연 때 ‘유영이는 표정이 참 좋았다’라는 칭찬을 들어서 기뻤어요.”

신비서는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사실 이 부분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도 그가 풀어야할 숙제였다. 본인의 성격과 다르기 때문이었다.

“집에서도 막내이기도 하고, 팀에서도 동생라인이에요. 웃음도 많고, 애교도 많은 성격인 줄 알았는데, 스타일링을 다르게 하다 보니까 말을 안 하고 있으면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듣게 됐어요. 나에게도 이런 면이 있구나 싶기도 했어요. 무표정에도 많은 표정이 담겨 있어요. 그냥 쳐다보더라도 쳐다보는 속도나, 고개를 얼마나 돌리느냐, 그 얘기를 다 듣고 돌리느냐, 듣다가 깜짝 놀라서 돌리느냐 등 작은 포인트들에 따라 감정이 다르기 때문에 세세하게 쪼개서 연구를 많이 했어요.”




그럼에도 유영의 감정 연기가 안정적일 수 있었던 것은 상대배우 민성욱의 배려가 컸다. 덕분에 한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감정을 개성 있게 소화했고, 연기에 몰입하며 극의 흡입력을 높였다. 짧은 연기 경력이지만 캐릭터에 몰입한 모습으로 극이 전개될수록 점점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평소 민성욱 선배님의 팬이었어요. 연극도 재밌게 봤고, 관심이 많았는데, 본부장님 역할로 만나서 놀랬어요. 카리스마 있게 생겼는데, 섬세하세요. 힐이다 보니 빨리 뛰는 장면이 많아 어려웠는데, 그것을 보시고 ‘다리 많이 불편하지’ 하시면서 챙겨 주시기도 하고, 멀리 촬영을 가면 맛 집도 알려 주시고, 연기적으로도 ‘이럴 땐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신비서 답지 않을까’라며 많은 것을 알려주셨어요. 선배님들과 감독님이 좋은 말씀을 해주시면 집에 가서 다리어리에 적어 놓는데, 이번 촬영 끝나고 다이어리를 보니 감독님, 한상진 선배님, 민성욱 선배님이 해준 말들만으로도 세 페이지가 넘더라고요. 그것을 보면서 많이 도와 주셨구나 생각하며 감사했어요.”

드라마 출연을 결심하고 열정적으로 캐릭터 분석에 매진했다. ‘도전’에 초점을 맞췄기에 이 모든 과정이 즐거움 그 자체였다. 미래형 인간 신비서를 연출하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미래형 인간 신비서를 표현하기 위해 눈썹을 깎았어요. 원래는 일자 눈썹이었는데, 산을 만들었죠. 예리하고, 날카롭게 보이는 신비서에 다가가기 위해 눈썹을 바꿨어요. 그리고 향수도 원래 달콤한 향수를 썼다면 도시적이고 차가운 향으로 바꿨어요. 화장법도 차가워 보일 수 있도록 신비서에 맞게 미래형 느낌이 나도록 노력했어요. 의상과 헤어는 감독님과 얘기를 하면서 결정했어요. 캐릭터의 겉모습 뿐 아니라 한 장면 한 장면 감독님이 정확하게 그리는 것이 확고하게 있었어요. 말총머리, 검정 정장, 힐 등 미래형 신비서여서 그 설명을 듣고 맞겠구나 생각했죠.”

유영은 자신의 연기 중 최고의 장면으로 3회 신비서의 첫 액션 장면과 9회 신비서의 눈먼 동생과 마주하는 장면을 꼽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3회에서 신비서가 일반지구로 가서 일반지구 형사들이랑 저희 휴먼비 보안요원들이 패싸움을 하다가 마지막에 김강우 선배님이 제 머리에 총을 겨누며 상황이 정리가 되는 장면이 있는데, 시청자들이 그 장면은 기억을 많이 해주시고, 저 또한 첫 액션 장면이기도 하고, 감독님이 편집을 멋지게 해 주셔서 신비서 다운 모습을 보여드린 장면이에요. 그리고 9회에서 신비서의 눈먼 여동생이 집 앞에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는 제가 울면 안 되는데, 눈물이 나와 NG가 많이 났어요. 그만큼 신비서한테 중요한 장면이죠. 가장 많이 집중 되고, 공감 되고, 가슴 아팠던 장면이었어요.”

시청자들이 ‘써클’을 보면서 궁금해 하는 부분이 있었다. 신비서와 본부장 이현석과의 관계, 그리고 신비서의 이름이 그 것. 신비서로 열연한 유영도 그 궁금증에 여러 생각을 해봤단다.

“마지막 부분에 본부장이 여동생 이름을 알고 있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저도 감독님께 ‘이것이 사랑 인가요’라고 물어봤어요. ‘둘이 연애를 한 것은 아니다. 충성심과 동정이 섞여 있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사랑이지 남녀 간의 사랑은 아니다’라고 해주셨어요. 그리고 신비서의 이름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한상진 선배님이 ‘너는 이름이 뭐니’라고 물어 보셨어요. 그래서 신유영이라고 할까 고민을 하다가, 제가 내린 결론은 마지막 장면에 신비서가 본부장과 통화를 하면서 ‘서희가 많이 아파서요’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본부장이 동생 이름을 모르더라도 신비서의 이름은 알 테니까, 신서희가 아닐까 생각을 했어요. 그 때 이후로 제 이름은 ‘신서희입니다’라고 하고 다녔어요.”

시크한 매력의 신비서를 안정적으로 소화해낸 유영은 2012년 걸그룹 헬로비너스(앨리스, 나라, 라임, 유영, 서영, 여름)로 데뷔 이후 2013년 ‘원더풀 마마’를 시작으로 웹드라마 ‘방과후 복불복’, 2014년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 ‘앙큼한 돌싱녀’, ‘엄마의 정원’, 2015년 ‘후아유 - 학교 2015’, 2017년 ‘써클 : 이어진 두 세계’ 등에 출연, 차근차근 다양한 작품 활동을 보여주며 연기돌로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2013년 ‘원더풀 마마’를 시작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어요. 사실 대중은 저를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헬로비너스 유영하면 헬로비너스는 아는데, 멤버들이 누군지 모르세요. 나라 언니는 핫하니까 아시더라고요. 나중에 캐릭터로 저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얘가 유영이야. 아이돌이었어. 95년생. 이렇게 어렸어’ 하시며 놀라세요. 실제 저는 기억을 못 하시더라도, 극중의 캐릭터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많은 것으로 알아요.”




유독 요즘에는 걸그룹 출신 배우들이 ‘아이돌’ 꼬리표를 떼고 배우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영 역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내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연기자로 뛰어난 성장을 보여준 유영의 몸짓 하나하나에서 이제는 연기자의 포스를 느낄 수 있었다.

“작품을 하고 나서 계속 모니터링을 하다보면 조금씩 표정이 늘어나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어디가 늘었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보여요. ‘써클’ 연기에 점수를 준다면 10점 만점에 5점을 주고, 주변 선배님들의 도움이 커서 가산점으로 2점을 더 주고 싶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한 단계 성장했다고 믿고 있어요. 다음 작품에서 더 멋진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노력할게요.”

배우로서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는 유영이지만 헬로비너스 활동에 있어서도 고민은 있다. 배우 뿐만 아니라 가수로서 인정받고 싶은 그이기에 많은 생각이 뒤따른다. 데뷔 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자신을 각인시켰지만 헬로비너스가 가수로서 눈에 보이는 성적은 올리지는 못했기에 고민이 없을 수가 없다.

“헬로비너스 하면 생각나는 대표곡은 없는 것이 아쉬워요. 나라 언니가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다른 멤버들도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 곧 이름을 알리지 않을까 싶어요. ‘얼굴이 예쁜 걸그룹’이라는 타이틀도 감사해요. 하지만 비주얼에 집중이 돼서 멤버의 기량이 주목을 받지 못 했나 하는 생각도 있어요. 우리는 댄스그룹이다 보니 퍼포먼스 위주로 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그룹은 활동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에요. 콘셉트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 보니 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늦게 나오더라도 좋은 곡으로 나온다면 확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연기 역시 유영에게는 홀로서기가 아니다. 헬로비너스로서 또 다른 영역에서 최선을 다 하는 도전이고 또 다른 길 일 뿐이다.

“가수와 연기는 50대 50이에요. 뭐 하나 덜 중요한 게 없어요. 둘 다 죽기 살기로 하고 있어요. 꼭 다 이루고 싶어요. 헬로비너스로서는 멀리 봤을 때는 저희가 항상 하는 말이 ‘신화 선배님처럼 되자’예요. 부러워요. 헬로비너스의 대표곡을 만들고 싶어요. 배우로서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꼭 그 타이틀은 얻고 싶어요.”

‘써클’의 신비서를 통해 헬로비너스 멤버 유영의 애교 넘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한방에 날려버림과 동시에 연기돌의 진수를 여실히 드러낸 유영이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배우라면 한 캐릭터에 한정되지 않고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다. 유영은 다음 작품과의 만남에 벌써 설레어했다.

“계속 오디션을 볼 계획이에요. ‘써클’ 끝나고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요. 액션, 수영, 외국어 등도 배우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어요. 봉사 활동도 하고 싶어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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