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1년새 불법된 맥주배달...사업 접는 스타트업

입력 2017-08-1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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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규제 때문에 사업을 접는 스타트업의 사례도 전해드리겠습니다.

    혼자 또는 집에서 술을 마시는 '혼술·홈술족'들에게 맥주 배달 허용은 반가운 소식이었는데요.

    하지만 1년도 채 안 돼 법이 바뀌면서 맥주 배달 서비스는 불법이 돼 버렸습니다.

    법 테두리 안에서 시작했던 창업가들은 한순간에 범법자가 돼 사업을 접어야 했고, 고객들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신선미 기자입니다.

    <기자>

    마트나 편의점에선 찾아보기 힘든 수제맥주를 집이나 직장에 배송해주던 서비스는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 달에 두 번 새로운 맥주를 보내주는 데다 어울리는 안주까지 짝을 지어 배달해주다보니 ‘맥덕(맥주덕후)’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고객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4월 회사를 열고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던 벨루가는 몇 달도 못가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국세청이 주류 관련 고시를 개정하면서 사업 자체가 불법이 돼버렸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직접 조리해야하는 것은 물론 음식이 ‘주’고 술은 ‘부’가 돼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인터뷰> 이옥경 직장인 (벨루가 이용자)

    “서비스 시작하자마자부터 쭉 이용해왔어요. 이번 무기한 휴업이 청천벽력같아요. 배달시 문제 되는 부분, 예를 들어 인증부분의 경우 절차를 강화해서 해결을 해나가면 좋았을텐데.. 무작정 이런 서비스는 안 된다고 규제를 하니까 소비자로선 불편하네요”

    <인터뷰> 나인기 직장인(벨루가 이용자)

    “너무너무 아쉽죠. 배달오기 전에 문자 메시지를 받고 어떤 맥주가 올까 기다리는 재미가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서비스가 없어지니..”

    지난해 7월 ‘음식과 함께 배달되는 맥주 배송은 합법화’라는 법 개정에 따라 8개월 가까이 서비스를 준비했지만 창업가는 꿈을 다 펼쳐보지도 못하고 접게 된 겁니다.

    <인터뷰> 김상민 벨루가 대표

    “사업을 불법적으로나 음성적으로 운영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성인인증이라든가 주류 배달에 따른 부작용을 잘 운영해서 주류배달 문화에 선두주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가 어떤 점에서 위법인지 개정된 고시에 가이드라인이 상세하게 잡혀있다면 의도치 않은 범법행위를 하지 않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문제는 치킨집에서 치킨과 맥주를 배달시키는 건 되고, 수제 맥주집에서 맥주와 안주를 주문하는 건 안 된다는 이상한 논리란 점입니다.

    새로운 사업이 생겨나고 관련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규제에 대한 규제’를 만들어내다 보니 국세청 스스로 혼란에 빠진 탓입니다.

    <인터뷰> 국세청 관계자

    “대한민국은 술에 관해 통신판매가 없습니다. 유일하게 있는 건 전통주입니다. 단지 국민 불편 해소 차원에서 소량의 주류를 음식과 함께 부수해서 배달하는 것을 허용했을 뿐이지 술을 편하게 받아서 마실 수 있도록 법을 바꾼 것이 아닙니다."

    이상한 규제에 가로막힌 스타트업은 또 있습니다. 지난 3월부터 매장에서 직접 만든 수제 맥주를 배달했던 ‘어메이징 익스프레스’는 아예 사업을 접었습니다.

    생맥주를 배달하기 위해선 캔이나 페트병에 담아야 하는데 이 과정을 국세청이 위법하다고 고시했기 때문입니다.

    주류에 물리적 또는 화학적 작용을 가해 규격에 변화를 가져오는 건 주류의 가공이나 조작(주세법 15조)인 만큼 판매면허 취소 사유가 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한준 직장인 (어메이징 익스프레스 이용자)

    “정책을 바꿨으면 더 좋게 바뀌어야 하는데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니까 소비자나 업주 입장에서도 불편하고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정책이 일관됐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김태경 어메이징 브루어리 대표

    “예전에 양주 같은 경우는 한 병이 다 소비가 안 되고 손님이 가시면 이걸 모아서 한 병을 새로 만들어 다시 유통하는 경우가 있었대요. 주류 재포장·유통 질서를 문란화한다라는 이유로 금지시켰던 건데.. 맥주는 그럴 위험이 적잖아요. 조금씩 모아서 페트병이나 캔에 다시 포장한다고 해도 한 캔을 만들기도 어렵고, 테이크아웃이나 배달로 드린다고 해도 다시 유통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탄산이 빠지는 등 여러이유로...맥주 재포장에 대해 엄격하게 규제를 가할 이유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수제맥주를 선택하면서 주류 규제 완화에 대한 관심은 한층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모호한 법 개정 탓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법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했던 스타트업과 소비자들이 받게 됐습니다.

    한국경제 TV 신선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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