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시선] 블랙프라이데이

입력 2017-11-2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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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을 향한 신선한 시각……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블랙프라이데이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투자자 여러분 지금쯤 자녀분들 수능 고사장에 들여보내고 정성으로 기도하고 계신 분들도 더러 있으시겠죠? 아직까지는 포항에 별다른 여진이 없는 모양입니다만 오후 수능이 끝날 때까지 아무 사고 없기를 바래보고요 모든 수험생들이 갈고닦은 실력을 모두 발휘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뒤 늦은 수능을 보고 있습니다만 미국은 최대의 명절인 땡스기빙데이를 맞이하고 있죠? 우리로 치면 추석 명절 같은 거죠. 미국에 살다 보면 이 땡스기빙데이가 가족들에겐 훨씬 중요한 명절이란 걸 느끼게 되죠. 멀리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부모님 집에 모여서 터키를 굽고 시즌이 시작되는 미식축구를 보고합니다만 그래도 이 추수감사절 하면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쇼핑이죠. 바로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이 곧 시작됩니다.

    증시에 블랙 무슨 데 이하면 대폭락을 의미하는 얘기입니다만 이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에 장사하는 분들에게는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는 날입니다. 바로 방부에 흑자가 나면 검은색, 적자가 나면 붉은색으로 기입하는 것을 빗대어 이날 매출을 기점으로 연간 수지가 흑자로 돌아선다는 뜻으로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합니다.

    사실이 그렇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부터 시작된 연말 쇼핑 시즌이 크리스마스, 뉴이어세일로 까지 이어지면서 한해 장사를 마무리하는 건데 제가 10년 전쯤 경험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은 정말 대단한 거였습니다.

    미국사람들은 주로 도시 외곽의 대형 쇼핑몰에서 쇼핑하죠? 이맘때가 되면 가족들이 한 차를 타고 쇼핑몰을 가서는 게이트 그러니까 쇼핑몰의 출입구에서 되도록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고 노력을 합니다. 손에 가득한 쇼핑백을 차에 실어놓고 또 사 오고 또 실어놓고 또 사 오고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정도로 완성한 쇼핑을 하는 겁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에 제가 간혹 가보면 거의 이런 광경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저 한두 개의 쇼핑백을 든 가족들이 쇼핑보다는 오히려 푸드 코트에서 저렴한 음식을 먹으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오히려 더 흔한 광경이라고 합니다.

    온라인, 모바일 쇼핑이 일반화되면서 미리미리 쇼핑했거나 집에서 혹은 일터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더 늘었기 때문일 텐데 사실 본질은 미국 경제보다 소비가 제대로 살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올해 미국 경제를 보는 대부분의 경제학자, 분석가들이 갸우뚱하는 부분이죠. 성장률이 좋아서 실업률이 낮아지면 임금이 올라가면 소비가 살고 그러면 물가가 오른다. 이런 상식적인 메커니즘이 끊어졌다는 거죠. 자넷 옐런 연준 의장마저도 잘 모르겠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 대부분의 학자와 분석가들은 이건 일시적인 현상이다. 내년에도 경제가 좋다면 결국 임금이 오르고 물가도 오를 것이라고들 합니다. 연준도 그러고 하물며 우리 정부 우리 한국은행도 그런 스텐스인 것 같습니다.

    결국, 그렇게 되겠지요. 그러나 저는 그것이 당장 내년부터 벌어질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성장률도 큰 폭으로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올해와 같이 양호한 성장이 나온다고 해서 임금이 오르고 그로 인해 물가가 오르는 이른바 필립스 곡선이 자연스럽게 완성되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사실은 이 필립스 곡선이 완성이 돼야 그때 가서 긴축정책이 나오고 금리를 올리고 하면서 경기의 한 싸이클이 마무리가 되면서 다시 경기 하락의 시간을 갖게 될 텐데 미국 사람들 평균적인 임금도 많이 오르지 않겠지만 임금이 다소 오른다고 해서 예전처럼 왕성한 소비를 할 수도 없을 겁니다.

    미국에 살다 보면 주로 저임금 근로자들 2주에 한 번 페이체크를 받게 됩니다만 그럼 가장 먼저 랜트비를 냅니다. 그다음엔 폰빌을 비롯한 통신비를 내고 다음이 차에 들어가는 비용 즉 기름값이라든지 할부라든지 보험료를 내고 그다음부터 소비를 하기 시작합니다만 랜트와 통신비의 비중이 예전보다 상당히 커져 있습니다. 여기에 금융위기의 혹독한 경험을 한 뒤로 길어진 수명에 대한 걱정으로 미래를 위한 저축이나 투자를 해야 한다는 각성이 소비를 도 움츠러들게 합니다. 미국뿐 아니라 복지가 미흡한 전 세계 산업 국가들이 공통으로 닥치는 일입니다. 어쩌면 우리나라가 가장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쇼핑의 결과를 한번 보시죠. 반짝 좋다고 해서 미국의 소비가 살아난다는 분석은 다소 과장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아마존을 비롯한 새로운 유통 플랫폼을 구축한 기업들의 실적에 눈을 기울여 보시기를 바랍니다. 여기서 유통혁명으로 인한 가격 인하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미국 물가가 오르지 않는 큰 이유라고 보니까요.

    요는 올해처럼 경기는 나쁘지 않은데 물가도 오르지 않아서 금리를 올릴 이유도 딱히 없는 새로운 환경이 어쩌면 당분간 계속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곡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으로 돈이 더 몰리고 조금씩 버블을 키워나가는 그런 환경이 금세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말씀입니다.

    한국경제TV  제작1부  박두나  PD

     rockmind@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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