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암 발생 1위는 `위암`이다. 지난해 국가암등록통계사업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위암은 국내 전체 암 발생의 13.3%를 차지했다.
이런 위암 발병의 주요 위험요인으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위염, 전암(前癌) 단계의 장상피화생, 짠 음식, 흡연, 가족력 등이 꼽힌다.
그런데 쇠고기, 돼지고기 등의 적색육과 베이컨,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위암 발생 위험이 커지지만, 닭고기 등의 백색육을 많이 먹을수록 위암 위험을 낮춘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박상민 교수, 김성래 학생)은 적색육, 가공육, 백색육 섭취가 각각 위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 위해 2018년 11월까지 각종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국내외 43편의 논문을 메타 분석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주한 `한국인 특이적 식이요인 역학 연구를 위한 기반구축` 과제로 이뤄졌으며, 논문은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 최신호에 실렸다.
분석에 사용된 논문은 위암 발생과 육류섭취의 연관성을 장기간 관찰한 코호트(역학) 연구가 11편(연구참여자 176만명 중위암환자 4천314명), 위암환자(1만2천258명)와 건강한 대조군(7만6천806명)을 직접 비교한 연구가 32편이었다.
분석결과, 적색육 섭취량이 가장 많은 군이 가장 적은 군에 견줘 위암 발생 상대위험도가 41% 높았다. 가공육 상대위험도는 같은 비교 조건에서 57%나 증가했다.
반면, 백색육 섭취량이 가장 많은 군이 가장 적은 군보다 위암 발생 상대위험도가 오히려 20% 줄어드는 것으로 평가됐다.
세부적인 고기 섭취량(용량-반응 메타분석)을 기준으로 보면, 적색육을 매일 100g씩 먹을 경우 적색육을 먹지 않는 사람보다 위암 발생 위험도가 26% 높았다.
특히 매일 가공육 50g씩 먹을 경우 위암 발생 위험도를 72% 증가시켰다.
반면 통계적으로 유의하진 않았지만, 백색육 매일 100g씩 먹을 때 위암 발생 위험도가 14%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적색육 자체가 건강에 해롭다기보다는 과도하게 섭취하면 위암 발생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도한 적색육 섭취가 암을 발생시키는 메커니즘은 이미 여러 연구로 규명됐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결과를 보면, 적색육에 들어있는 철분 성분인 `헴철`이 발암성 물질인 `니트로소화합물`(NOCs) 생성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른 DNA 손상이나 산화스트레스는 위암 위험요인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성장시킨다.
또 가공된 고기의 경우 고온 조리과정에서 헤테로사이클릭아민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등의 유해물질이 생성되면서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5년에 가공육과 적색육을 각각 1군, 2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다만, 우리 국민의 적색육과 가공육 섭취량은 하루 평균 79.8g으로 100g을 넘는 미국과 유럽보다 적은 편이다.
박상민 교수는 "백색육이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좋은 선택지로 고려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메타분석 연구"라며 "하지만,백색육을 포함한 육류섭취와 위암과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처럼 근거 수준이 높은 연구가 추가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약대 서영준 교수는 "고기를 먹을 때 배추, 상추 등을 곁들여 먹으면 발암물질을 체외로 배출하는 `해독화효소`가 많이 생기는 만큼 야채를 듬뿍 곁들이고, 삶거나 끓여 먹는 우리의 전통적인 고기 섭취 습관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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