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5% 대미 보복관세 '맞불'…한국, 선택의 기로

입력 2019-06-02 06:22   수정 2019-06-0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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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관세' 중국 화물선 美 도착


미국의 25% 관세 적용을 받는 중국 화물선이 미국 항구에 도착한 가운데 중국도 이달부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 조치에 돌입했다.

미국과 첨예한 관세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칫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양자택일에 내몰릴 수 있다는 불안한 전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와 업계,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상품 600억 달러 어치에 대해 관세를 5∼10%에서 5∼25%로 올리면서 미국과의 관세 보복전을 개시했다. 중국의 대미 관세는 작년 교역액 기준으로 평균 13.3%로 인상되는 것이다.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약 239조 원) 어치에 대해 부과한 25%의 고율 관세 조치도 이달부터 본격 발효된다.

앞서 중국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미국의 추가 관세를 적용받는 중국 화물선이 지난 1일 처음으로 미국 항구에 도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3,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25%의 관세 부과에 나서겠다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미국산 대두(콩) 수입 주문을 중단하고 반도체 등 첨단 제품의 원료인 희토류의 대미 수출 제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보복관세가 당장 한국 통상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면서 "한국이 중국을 통해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한국이 미국을 통해 중국에 수출하는 물량은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중 관세전이 전방위에 걸친 힘겨루기로 격화할 경우 한국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래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도 "중국의 대미 보복관세는 이미 예고된 것이라서 한국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업계가 더 걱정하는 부분은 미중 무역분쟁이 서로 타격을 줘 양국 경제가 하향선을 그릴 경우 우리에게 미칠 간접적 피해"라고 했다.

김 차관보는 "두 개의 큰 경제권이 부딪히면서 글로벌 밸류체인이 흔들리면서 그동안 국제적 분업구조에 잘 들어와 있던 우리 기업들도 경쟁심화에 따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중 양국이 한국 무역의 36%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고스란히 양국 갈등에 따른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문 수석연구원은 "경제 심리 차원에서도 미중 무역분쟁 교착이 장기화되면 주가가 떨어지고 투자와 소비가 부진해 결국 성장률도 둔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동시에 최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를 둘러싼 미중 기술냉전에 따라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한국에 접근하고 있는 점은 한국에 또다른 위험과 기회 요인이다.

미국이 화웨이 거래를 봉쇄하고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제재 전선을 구축하고 나서자 화웨이의 고위 임원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미국 제재에 따른 대체 거래처 확보를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이 미국산 소고기, 과일, 채소 등 농축산물에 대해 25% 고율관세를 부과하기 앞서 앞서 지난 달 16일엔 소니 퍼듀 미 농무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를 요청했다.

무협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농산물은 53억 달러로 전년보다 19% 급증했다. 이는 한국 전체 농산물 수입 188억 달러의 28.2%에 달한다.

이 같은 미국과 중국의 대한국 접근은 일면 구애의 성격도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압박으로도 볼 수 있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일 수 있는 대목이다.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으로선 업종별로 피해나 기회 요인이 서로 다를 수 있다"면서 미중 분쟁이 격화될수록 정교한 통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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