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우후죽순' 난립...실제 거래되는 곳은

입력 2019-06-20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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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 규제에도 가상화폐 거래소가 우후죽순 생겨 200여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거래소의 이른바 `벌집계좌` 운영을 금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점이 거래소 난립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근 가상화폐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된 만큼 가상화폐 거래소를 규율한 근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업계에서 취합한 한 자료에 따르면 5월 4일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모두 205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개설 예정인 28곳과 운영을 중단한 7곳 등을 제외하고 실제 거래가 되는 거래소는 151곳이었다.

지난해 가상화폐 시세 급락으로 거래액이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어 기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데도 거래소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은 제도 미비 탓이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1월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면서 벌집계좌를 금지하는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벌집계좌 사용 금지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로 무력화됐다.

벌집계좌는 가상화폐 거래소 법인계좌로 가상화폐 거래자의 투자금을 받고 거래를 장부로 관리하는 형태를 말한다.

엑셀 등 파일 형태로 저장돼 거래자 수가 많아지면 자금이 뒤섞이는 오류가 있을 수 있고 법인계좌의 자금이라 법적 소유권이 거래자가 아닌 법인에 있다.

제도 시행 이후 거래 실명제에 따른 가상계좌는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등 기존 주요 거래소에만 사실상 허용돼 일부 후발 거래소들은 `불법`인 벌집계좌로 투자금을 받으며 영업을 했다.

하지만 코인이즈라는 거래소가 자신의 법인계좌에 대해 NH농협은행이 입금정지한 조치가 부당하다며 낸 가처분 소송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법원은 코인이즈가 농협은행과 체결한 예금계약에 따라 "계좌에 자유롭게 돈을 입출금할 권리가 있다"고 봤다.

본안 소송에서 결론이 나기 전까지 일단 벌집계좌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거래소 설립 요건을 규제하는 제도가 없는 데다가 거래 실명제를 우회할 벌집계좌라는 수단이 생기다 보니 투자 사기, 기획 파산 등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는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의 법제화 동향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행정지도 정비계획에서 명시적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는 행정지도 중 하나로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꼽았다.

현재 이와 관련한 법안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금융정보분석원에 상호와 대표자 성명 등을 신고해야 하는데, 거래 실명제에 따른 가상계좌를 이용하지 않는 거래소는 신고 수리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즉, 벌집계좌를 이용한 거래소는 `미신고` 거래소가 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물론 개정안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실명거래 계좌를 보유한 기존 주요 거래소의 기득권만 인정하는 개정안이라는 비판이 벌써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실명 거래제를 도입한 이후 어떤 거래소에 실명거래 가상계좌를 내줄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은 탓이 크다.

은행들은 현재 기존에 거래하던 거래소에만 실명 거래 가상계좌를 내준 상태다. 실명 거래제 이후 새롭게 가상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한 곳도 없다.

가상계좌를 보유한 기존 거래소도 6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은행 `눈치`를 본다고 볼멘소리를 할 정도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특금법 개정안과 같이 벌집계좌를 규제할 근거가 필요하다"면서도 "근본적으로는 특금법이라는 형태가 아니라 가상화폐 거래소에 관한 법률과 같이 거래소 전반을 규제하는 법령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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