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서 1년 만에 대형산불…고온 건조한 날씨·태풍급 강풍이 원인

입력 2020-05-02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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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강원 고성 대형산불 흔적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1년 만에 또다시 화마가 덮쳤다.
1일 오후 8시 21분께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의 한 주택에서 난 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인근 야산으로 번지면서 주택 3채가 불에 탔다.
350여가구 600여 명 주민과 22사단 장병 1천800여 명은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동해안 봄철 대형산불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4월 동해안을 초토화한 대형산불 발생 이후 또다시 1년 만에 산불이 발생하자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불이 난 곳은 산불 당시 시속 59㎞(초속 16m)의 강풍이 불었다.
산불 초기에는 초속 6m 안팎이었으나 바람의 위력은 날이 저물면서 3배 가까이 강해졌다.
특히 미시령에는 최대순간풍속이 시속 94㎞(초속 26m)에 달했다.
마을 주민 이태윤(30)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의 태풍급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지고 있어 걱정"이라며 "작년 4월 대형 산불 때도 이렇게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4∼6일 고성·속초, 강릉·동해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 면적 3천966개에 해당하는 2천832㏊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재산 피해액은 1천295억원에 달했다. 658가구 1천524명이 보금자리를 잃었다.
571억원에 달하는 국민 성금이 모금되는 등 국민적으로 관심이 집중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이 같은 지난해 고성 대형산불도 양간지풍 탓에 피해가 컸다고 분석한다.
양간지풍은 봄철 양양과 고성(간성),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강하게 부는 바람으로, 이맘때 대형산불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남고북저`(南高北低) 형태의 기압 배치에서 강한 서풍 기류가 발생하고, 이 기류가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온 건조해지면서 속도도 빨라져 `소형 태풍급` 위력을 갖게 된다.
산불이 난 고성지역은 양간지풍의 길목이다.
양간지풍은 고온 건조한 데다 속도가 빠르다.
1일 삼척시 원덕읍의 낮 기온이 올해 들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33.6도를 기록하고 32.4도와 30.9도를 기록한 속초와 동해는 기상 관측 이래 5월 상순 일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고온 건조한 서풍이 불고 낮 동안 일사가 더해지면서 기온이 올라 양간지풍 위력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림청은 앞서 지난달 23일 동해안이 전형적인 양간지풍 영향권에 놓이면서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35m 이상 예상되는 등 대형산불 발생 위험이 크자 산불재난 국가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한 단계 상향 발령한 바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석가탄신일을 시작으로 어린이날까지 연휴가 이어짐에 따라 8천ℓ의 물을 담수해 진화 능력이 뛰어난 초대형 헬기(S-64)를 강원 동해안 지역에 2대, 원주에 1대를 배치했다.
진화 골든타임을 확보하고자 고성 등 산불 취약지역에는 산불 진화 헬기를 전진 배치했으나 헬기가 이륙할 수 없는 야간에 산불이 발생함에 따라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현재 강원 중부 산지와 고성 속초 양양 평지에 강풍주의보가 내려져 있으며, 해제 예고는 2일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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