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는 왜 삼성물산·대우건설을 고발했나 [기자수첩]

신인규 기자

입력 2020-05-2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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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노른자위 땅 재건축 수주전 `D데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3주구 재건축 조합은 30일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가운데 한 곳을 시공사로 선정합니다.

공사비만 8천억원 이상인데다 입지가 가진 상징성이 커 정비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최근 서초구청이 반포3주구 조합과 함께 삼성물산, 대우건설을 모두 고발조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자체 행정명령을 넘어선 강도높은 대응인데요. 이 곳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고발의 단초는 수주를 위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반포3주구 단지 내에 지은 홍보관입니다.

두 회사는 소규모 견본주택 수준의 홍보관을 지어 막판 조합원 표심잡기에 나섰습니다.

서초구청은 이 홍보관 건축 자체가 공동주택관리법을 어긴 불법이라고 봤습니다. 최대 징역 1년까지 가능한 사안이라는 게 구청 측의 설명입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최근 들어 재건축조합과 시공사들이 행정지도에도 불구하고 편의에 따라 법이 정한 기준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고발 건에 대해서는 구청으로서 규정에 맞추어 할 일을 한 셈입니다.

그런데 건설사들이 어째서 `불법` 딱지를 받게 되는지 조금 더 들여다보면 마냥 이들을 탓할 수만은 없어 보입니다.

국토교통부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지침에는 정비사업에 입찰한 시공사들이 홍보할 수 있는 기간을 합동설명회 이후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합동설명회에서 시공사선정 총회까지, 그러니까 건설사들이 실제로 적법하게 홍보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통상 2주를 넘지 못합니다.

반포3주구의 경우 허락된 공식 홍보 기간은 열흘이었습니다.

홍보관 건축에 대한 규정 자체가 미비할 뿐만 아니라, 짧은 기간 안에 구청이 제안한 내용에 맞춰서는 도저히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게 시공사들의 입장입니다.

구청은 조합사무실 내부에 홍보관을 운영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었는데, 십여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좁은 조합 사무실에 수천 명의 조합원을 상대로 한 홍보관을 만드는 건 물리적으로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감염병 확산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렵다는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래미안갤러리나 써밋갤러리처럼 각 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견본주택에 지자체 측의 감시 인원을 배치하고 홍보관을 운영하는 일도 고려해봄직했지만, 그런 준비과정을 거쳐 운영하기엔 주어진 기간 자체가 짧다는 하소연도 나옵니다.

그래서 서초구의 이번 고발 건은 오히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지침의 개선 필요성을 방증하는 사례로 보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주거종합계획 발표를 통해 “정비사업 투명성 제고를 위해 보증금·홍보 기준을 오는 9월까지 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행 합동설명회 이후로 정한 홍보 기간을 입찰제안서 제출 시점으로 앞당기면 한 달 정도의 기간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인데, 정부의 제도 개선이 진짜 `클린 수주` 사업장을 만들어나갈 바탕이 될지 지켜볼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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