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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와 증시, ‘코로나 무기력증’…올해는 복원될까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1-01-1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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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첫해를 맞아 그 어느 해보다 희망과 기대를 걸고 출발했던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예기치 못한 사태를 맞아 아직까지도 절망과 불안으로 점철된 어두운 터널을 헤매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모든 분야에서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오고 있지만 세계 경제 면에서는 기존의 이론과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면서 한순간에 ‘원시형 구조’로 바꿔 놓았다. 원시형 경제는 앞날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절벽형’, 선점 여부가 중요한 ‘화전인식’, 하늘만 쳐다보는 ‘천우신조형’, ‘계층적 양극화 구조’라는 네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원시형 경제의 특징을 코로나 이후 지금까지 세계 경제에 적용해 보면 세계 경제 앞날은 사이먼 쿠츠네츠가 국민소득 통계를 개발했던 1937년 이후 올해처럼 엇갈리는 적이 없었다. ‘I’자형, ‘L’자형, ‘W’자형, ‘U’자형, ‘나이키형’, ‘V’자형, 심지어는 ‘로켓 반등형’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예측 시각이 나왔다.
각국 경기 모습은 전적으로 경제활동 재개 시기에 좌우됐다. ‘발병 진원지’라는 오명을 극복하고 가장 빨리 재개한 중국 경제는 지난 1분기 성장률이 -6.8%까지 급락한 이후 2분기 3.2%, 3분기에는 4.9%로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가장 늦게 재개한 미국 경제는 4분기 이후 ‘W’자형으로 재둔화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순환에 있어서는 돈이 더 많이 풀리고 디지털 콘택트 산업이 부상하면서 진폭이 더 커지는 ‘순응성’이 뚜렷해 졌다. 미국 경제의 경우 2분기 성장률이 -33.4%로 추락한 이후 3분기 성장률이 33.4%로 급등한 것은 통계방식에 따른 기저 효과 요인이 크지만 외부충격에 대한 완충 능력이 취약하다는 점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질적으로도 ‘잘되는 기업과 잘 사는 계층’은 더 잘 되고 ‘안 되는 기업과 중하위 계층’은 더 어려워지는 ‘K’자형 구조가 심화됐다. 더 우려되는 것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바이든 국’과 ‘트럼프 국’으로 분리됐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체제, ‘경합성’과 ‘배제성’ 원칙을 전제로 하는 시장경제가 위협당하고 있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는 성장률과 실업률, 그리고 물가 상승률 간에 종전에 알려진 ‘정형화된 사실’까지도 흔들어 놓고 있다. 성장률과 실업률 간의 역관계는 코로나 사태 이후 직장에서 완전히 쫓겨나는 영구 실업자가 급증해 성장률이 높아지더라도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더 거친 경기회복’ 구조로 바뀌면서 약화되는 추세다.
금융위기 이후 나타나기 시작했던 필립스 곡선의 평준화 현상도 더 심해져 ‘물가 안정’과 ‘고용 창출’을 놓고 헤매는 각국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돈을 무제한 푼다면 ‘굳이 Fed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극단적인 비판까지 받고 있을 정도다.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간의 정관계도 흐트러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디지털 콘택트 산업의 범세계화로 경기가 개선된다 하더라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구조가 더 심화됐다. 일종의 착시 현상에 빠진 각국 중앙은행은 돈을 더 풀고 출구전략을 지연시켜 각종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코로나 대책 후유증’이라 일컫는 수많은 불균형 과제 중 가장 대표적인 예가 세계 경기 부진 속에 크게 오른 증시 거품이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92%, 특히 코스닥지수는 무려 110%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주가수익비율(PER) 등 전통적인 주가평가지표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달 20일 조 바이든 정부 출범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국 의회를 점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 체제가 위협당하고 있다는 쪽으로 귀결되고 있다.
’1인 1표‘를 지향하는 민주주의와 참가자 간 완전경쟁을 추구하는 시장경제가 잘 작동되기 위해서는 두 체제 기반이 평평해야 하고 그 위에서 활동하는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양대 전제는 두 체제가 태동될 때부터 ’과연 충족할 수 있을까‘는 논쟁이 붙을 만큼 어려운 과제다.
양대 전제가 무너진다면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공정한 게임을 해야 하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두 체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정당성을 부여해 주기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공산주의, 계획경제, 혼합경제, 국가자본주의가 파고들 수 밖에 없다.
‘코로나 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격변을 치렀던 경자년이 마무리됐다. 신축년인 올해는 코로나 이후 나타나고 있는 과도기 현상이 정상화될지, 아니면 그대로 정착될지 판가름이 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정착되거나 정상화와 정착 간 중간지대로 고착화될 경우 종전의 이론과 시스템을 개편해야 하는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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