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개발로 외길 40년을 이어온 CEO, 미래포장박스 오명준 대표

입력 2021-03-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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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기에는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종이박스 하나에 40년을 바친 기업가가 있다. 바로 미래포장박스의 오명준 대표이다. 생산 단가도 낮다는 골판지 박스만으로 튼실한 기업을 이끌어 온 비결은 다품종 소량 전략을 통한 끊임없는 연구개발에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제지회사에서 18년 동안 근무해 온 오 대표는 2000년 미래포장을 설립했다. 미래포장박스는 2013년 클린사업장 인증을 받는가 하면 2014년에는 자동결속기 등 기계설비를 증설하고 2016년 삼면 자동 접착기를 도입하는 등 설비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미래포장박스 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보통 1개씩 설치하는 인쇄 기계를 두 대나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박스 생산 시간은 5분밖에 걸리지 않는데 인쇄판을 교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0분이라 생산량을 맞추기 힘들다”며 다품종 소량 생산을 위해 기계를 추가 설치했다고 설명한다.

오 대표가 처음 설비투자에 나설 때 동종 업계에서는 그를 별난 사람으로 취급했다고 한다. 불과 100~200개가량의 물량 때문에 추가로 기계를 들이면 손해가 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선견지명은 시장의 수요와 맞아떨어졌고 현재 미래포장박스가 생산하는 제품은 무려 3000여 가지이며 금액으로 따지면 3억 원 규모에 이른다.

특히 장기 거래처들이 많다 보니 20년 가까이 보관 중인 인쇄판도 있다. 새로 주문이 들어오면 주소만 새로 바꿔 인쇄한다고. 상조회 같은 경우 매년 거래처를 바꾸게 되는데 몇 년 후 다시 주문이 들어올 것에 대비해 비용이 들더라도 인쇄판을 꾸준히 보관하고 있다. 5년 전부터 오 대표에게 일을 배우고 있는 아들은 “부친이 이처럼 포장박스 업계에서 이뤄놓은 성과가 있으니 누군가 그걸 계승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미래포장박스에서 무엇보다 공을 들이는 분야는 바로 ‘개발’이다. 특히 외부 충격으로부터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원가가 더 들더라도 튼튼한 박스를 만드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고객이 요구한 수준이 품질을 넘어서는 저가형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지식과 실전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오 대표는 자신한다. 사내 인라인 시스템으로 구축된 다양한 인쇄기와 설비를 통해 거의 모든 종류의 박스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좋은 품질로 정성 들여 생산한 제품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박스 공정의 철저함이 중요하다고 협력업체들은 말한다. 특히 같은 재질을 사용한 박스라고 하더라도 제조 방식에 따라 내구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박스에 50원, 100원을 아끼려다 내용물이 파손되면 3000원 이상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 제품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한 박스 투자는 장기적으로 거래처와 박스회사 모두에게 이익을 준다.

오 대표는 “내 욕심만 차리고 당장만 생각해서 재질이나 무게를 낮추면 돈은 금방 들어올 수 있겠지만 거래처와의 관계를 꾸준히 이어가기는 어려워진다”며 “조금 마진율이 떨어지더라도 재질을 가지고는 장난치지 않는 것이 우리 회사의 경영철학”이라고 강조했다.

미래포장박스 공장에서는 불량률을 줄이고 속도를 빠르게 유지하도록 정기적인 기계 점검도 빼놓지 않는다. 가령 수작업으로 붙이면 한 시간에 100개를 만들기도 빠듯한 긴 박스의 경우 기계를 사용하면 30분이면 공정이 끝나기 때문이다. 3명의 인원을 동원해야 하는 수작업에 비해 인건비 역시 절약할 수 있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기계를 설치한 그는 자신을 말리던 지인들은 이제서야 기계 설치에 나서고 있다며 웃는다.

한편 미래포장박스는 소량 생산 제품이 많다 보니 영업용 트럭을 사용하는 대신 대표를 포함한 직원들이 돌아가며 직접 납품을 한다. 그럼에도 남들이 한 대의 기계를 가지고 하는 일을 두 대로 처리하기 때문에 납기를 지키는 데는 자신한다고. 납기 엄수는 미래포장박스의 철칙과도 같아서 오 대표는 “일이 없을 때는 오후 3시에라도 퇴근을 시키지만 쫓기는 상황이라면 10시, 11시가 넘더라도 마무리하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래포장박스에서는 스티로폼 플라스틱 규제에 따라 친환경적이면서 재활용 가능한 골판지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플라스틱 소재가 자주 쓰이는 달걀 상자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박스를 개발하려면 자재 구매에서부터 테스트 등 최소 4~5번의 공정을 거쳐야한다. 오 대표는 “저희는 업체에서 요구가 들어왔을 때 충족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리 수고가 들더라도 개발에 몰두하는 것”이라며 “업체 쪽에서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희 제안을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도록 많은 설득을 하면서 개발에 나선다”고 말한다.

직원들을 가족처럼 챙기는 일도 오 대표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은 이곳에서는 고향 음식을 해먹을 수 있도록 공장 텃밭에서 야채며 허브를 기르도록 배려해 주기도 한다. 이런 배려는 직원들과 회사는 함께 가야 하고, 나아가 협력업체와도 하나가 돼야 한다는 오 대표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미래포장박스와 오랜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협력업체들은 “발주가 늦어서 재고가 없을 때도 급할 때 바로 납기를 맞출 뿐 아니라 품질과 원가 면에서도 만족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규격이 맞지 않으면 재가공 때문에 납기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오 대표의 대처 능력이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미래포장박스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경영컨설팅사업부의 김종환 이사는 “클라이언트가 어떤 요구를 하고 어떤 정도의 스펙을 가진 상품을 원하더라도 그 니즈에 맞춰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가장 큰 무기”라며 “미래에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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