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룰·ESG로 '무장'…주총 입김 세진 개미

신재근 기자

입력 2021-04-15 17:14   수정 2021-04-15 17:14

    <앵커>
    소액주주들이 이번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했습니다.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인데요.

    특히 올해 주주총회부터 `3%룰`이 본격 가동되면서 앞으로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한 주주제안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증권부 정희형, 신재근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신 기자, 3%룰이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장치이지 않습니까. 구체적으로 뭔가요?

    <기자>
    3%룰에 따르면, `감사위원 분리선출`에 적용되는데요.

    대주주가 뽑은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하지 않고,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갖도록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임해 이사회를 견제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이때 감사위원이 사외이사를 겸하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3%로 제한되고, 그게 아니라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 모두를 합쳐 3%로 제한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주총에서 3%룰이 작동한 회사가 있었습니까?

    <기자>
    한국앤컴퍼니입니다.

    이 회사는 지분 19%를 보유하고 있던 장남 조현식 부회장과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던 동생 조현범 사장이 경영권 분쟁을 하고 있었는데요.

    형 조 부회장과 동생 조 사장은 각기 다른 감사위원을 내세워 표결 결과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지분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동생 조 사장의 쉬운 승리로 끝났을 텐데, 3%룰로 인해 형 조 부회장 측이 추천한 감사위원이 선임됐습니다.

    <앵커>
    소액주주들은 이번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죠?

    <기자>
    그렇습니다. 획기적인 변화는 아니더라도 향후 소액주주들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단 평가입니다.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주총 전체 안건(4,328개) 가운데 주주제안은 모두 30건으로 작년(25건)보다 늘었습니다.

    특히 감사위원 선임과 관련한 주주제안이 5건으로 작년 1건보다 늘어났습니다.

    <앵커>
    대표적으로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있었던 사례가 있습니까?

    <기자>
    사조산업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사조산업은 골프장인 캐슬렉스제주CC를 캐슬렉스서울CC로 흡수합병하려고 했는데요.

    소액주주들이 여기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주주연대는 합병안이 성사되면 주지홍 사조산업 부사장의 사익으로 이어질 수 있단 이유로 반발했고, 회사는 합병안을 철회했습니다.

    주주연대는 사조산업 경영 참여를 위한 법률자문계약을 체결하고 경영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는데요.

    주주연대가 조직적으로 회사에 목소리를 내고 쟁점화를 하자, 이에 부담을 느낀 회사가 주주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ESG 열풍과 함께 배당 확대도 큰 화두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선 재무배당과 관련한 주주제안이 4건 있었는데요.

    유수홀딩스는 당초 주당 250원의 현금배당을 하려고 했지만, 이는 주주에 가로 막혔습니다.

    배당액이 너무 적다는 건데요.

    소액주주들은 주당 1천원 배당할 것을 요구했고, 결국 회사는 주당 500원으로 배당액을 결정했습니다.

    대신증권도 주주제안에 혼쭐이 날 뻔했습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주당 1천원을 배당했는데 올해 주당 1,200원으로 배당을 늘리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외국계 펀드가 배당금을 주당 1,500원을 할 것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기존 계획대로 주당 1,200원 배당을 확정했습니다.

    <앵커>
    왜 이렇게 투자자들이 주주제안에 관심이 높아진 걸까요?

    <기자>
    먼저 ESG 경영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관심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한국 기업을 중심으로 ESG에서 G에 해당하는 지배구조 개편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를 적극적인 주주제안을 통해 바꾸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또 전자투표제와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직접 주총장에 가지 않더라도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인데요.

    실제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한 상장사는 작년보다 28% 증가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장기 저성장 국면이 길어지면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주주제안`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앵커>
    자, 이번 주총에서 눈여겨 볼 부분으로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세졌다는 점을 살펴봤고, 또 한가지 살펴볼 게 국민연금의 영향력 부분입니다.

    국내 증시에서 워낙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올해 주총시즌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가 궁금한데, 이 소식은 정희형 기자가 준비했죠? 어땠습니까?


    <기자>
    네, 국민연금은 최근 몇 년 동안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마다 적극적 주주활동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고 있었는데요.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 된 가운데 올해 성과에 대해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자면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은 사실상 무위에 그쳤다는 평가입니다.

    여러 기업들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대부분 아무런 수확이 없이 끝났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에 국민연금이 이번에도 반대표를 행사했는데요.

    하지만 국민연금을 제외한 대다수 주주들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80%가 넘는 압도적인 찬성률을 기록하며 원안대로 통과됐습니다.

    대한항공 뿐 아니라 주요기업들의 주주총회 가운데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결국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고요.

    삼성전자와 포스코, SK텔레콤, 삼성SDI를 비롯한 다수 기업의 이사 보수한도에도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결국 원안대로 통과됐습니다.


    <앵커>
    올해 주주총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소액주주와 달리 국민연금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군요.

    국민연금이 올해에만 유독 힘을 못 쓴 건가요?

    <기자>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한 것은 올해만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첫 주주총회시즌은 2018년이었는데요.

    지난 2018년 이후부터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 건수는 연간 500여건 수준입니다.

    이 가운데 실제 부결로 이어진 건수는 2018년도에 6건, 2019년도에는 21건, 2020년에는 9건이었는데요.

    이 수치를 비율로 환산해보면 반대의결권을 행사하고 실제 부결로 이어진 사례는 매년 1~3%대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전과 비교해보더라도 2017년도에는 373건에 반대표를 행사하고 이 중 1.88%인 7건이 부결된 것과 비교해보더라도 별반 차이가 없던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에 반대표 행사건수는 많아진 것 같은데, 실제 부결된 비율은 별반 차이가 없었군요. 이유는 어떻게 보는 게 좋을까요?

    <기자>
    네 국민연금의 보유한 지분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만한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이 지분 5%이상을 보유해 대주주에 올라있는 기업 수는 261개 기업인데요.

    이 기업들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13%대에 불과하고 평균 보유 비율은 약 8% 수준입니다.

    최대주주에 올라있는 기업 9개사 역시 평균 보유비율은 11%에 그칩니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안건 통과를 결정짓는 기준은 주주 절반 이상의 동의거든요.

    하지만 국민연금은 많아야 10% 내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기보다는 주요 쟁점에 대한 캐스팅보트 역할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그렇군요. 앞서 신기자가 언급했듯 소액주주들은 주주제안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주주제안은 국민연금역시 가능한 부분인데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어땠습니까?

    <기자>
    네 소액주주들이 주주제안에 활발한 모습을 보였던것과 달리 국민연금은 단 한 건의 주주제안도 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뿐 아니라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첫해였던 지난 2020년에는 주주제안 마감시한인 주주총회 6주전 시점을 맞추지 못하며 주주제안이 결국 불발된 바 있었는데요.

    지난 2월 초순까지만 해도 국민연금이 올해는 다양한 주주제안이 쏟아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는데요.

    지난해부터 삼성, LG, SK,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과 계열사를 포함한 80여개 기업에 대해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주주제안이 가능한 일반투자로 변경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포스코, 삼성물산,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주주제안 여부에 대한 논의만 이뤄졌을 뿐 결국 6주전이라는 기한을 맞추지 못하며 결국 한건의 주주제안도 하지 못 한 겁니다.

    <앵커>
    중요한 건 앞으로겠죠.

    어떤 점이 보완될 필요가 있는지, 또 앞으로 전망은 어떨지 짚어주시죠.

    <기자>
    의결권 자문사 사이에선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얘기하는데요.

    현재는 주주제안을 하려면요.

    비상장회사의 경우에는 3%, 상장사는 6개월 이상 보유를 조건으로 회사 주식을 1% 또는 0.5% 이상 보유해야 합니다.

    3%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보유기간 제한 없이 주주제안을 할 수 있게 되고요.

    이 기준을 완화해 줘 개인투자자도 적극적인 주주제안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임시주주총회에 대해서도 주주제안을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의결권 자문사는 지적을 하는데요.

    현재 상법상으로는 주주가 주주제안을 하려면 주총 6주 전(42일)까지 주주제안서를 회사에 제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임시주총은 보통 주총 개최 2주 전에 소집통보가 되는 걸 고려하면 현 제도하에선 물리적으로 주주제안을 할 수가 없습니다.

    <기자>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국민연금 역시 논의는 했지만 6주 전이라는 기한을 맞추지 못해 주주제안을 하지 못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만약 요건이 완화된다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이와 별개로 국민연금의 주주제안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세부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도 논의가 길어지게 만들었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국민연금은 올해 6월부터는 환경, 사회 문제기업에 대한 주주제안 근거를 마련하는 등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책임투자 활성화 관련 세부 지침을 마무리 지을 계획을 밝혔습니다.

    때문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매년 주주총회 시즌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내년도부터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앵커>
    네 증권부 정희형, 신재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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