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새로운 동맹 시작"…반도체에서 백신까지

정원우 기자

입력 2021-05-24 18:07   수정 2021-05-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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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백신 글로벌 포괄적 파트너십' 구축
    삼성바이오, 모더나 코로나백신 완제 위탁생산
    바이든, 삼성·SK·현대·LG 부르며 "땡큐"
    공동성명에 '4·27 판문점 선언' 명시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현지시간 21일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청와대 제공)

    <앵커> 지난 주말 사이 한미정상회담이 모두 마무리 됐습니다. 경제 분야에서 워낙 다양한 협력 방안들이 나왔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먼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어떤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까?

    <정원우 기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D.C를 떠나면서 SNS 메시지를 올렸는데요.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 "회담의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라고 남겼습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었죠.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마스크를 벗고 오찬을 겸하고 정상회담 171분을 포함해 6시간 가까이 시간을 같이 했습니다.

    양국간 백신을 포함한 바이오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까지 경제와 산업 분야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한미동맹을 첨단산업 분야로 넓혔다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럼 구체적으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백신이 큰 관심이었지 않습니까? 기대했던 백신 스와프는 없었습니다.

    <정원우 기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국군장병 55만명에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먼저 발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깜짝 선물’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현했고요.

    일각에서 백신 스와프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우리나라보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좋은 나라들이 많고 전세계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백신 스와프까지는 도달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양국이 백신 글로벌 포괄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는 점은 성과입니다.

    [문 대통령 : 당면 과제인 코로나 극복을 위해 힘을 모을 것입니다. 미국의 선진 기술과 한국의 생산 역량을 결합한 한미 백신 글로벌 포괄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양국의 협력은 전 세계에 백신 공급을 늘려 코로나의 완전한 종식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

    문 대통령이 앞서 이번 미국 방문을 “글로벌 백신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었는데 그 목표에 한단계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현지시간 21일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청와대 제공)

    <신동호 기자> 실제로 한국과 미국이 백신 글로벌 포괄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의 위탁생산 계약,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노바백스의 MOU도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 가장 관심이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의 계약을 살펴보겠습니다. 모더나의 코로나19 mRNA 백신에 대한 완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겁니다. 구체적인 생산물량과 금액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계약기간은 내년까지입니다.

    완제 위탁생산이라는 건 쉽게 이야기해서 원액을 들여와 병에 나누어 넣는 원료를 병입하는 방식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해외에서 백신 원액을 받은 다음 이를 용기에 넣어 상품으로 제조하는 최종 마감 단계입니다. 3분기부터 미국 이외의 시장으로 수억 회 분량의 백신 생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에 반해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계약은 위탁생산이 아닌, 노바백스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을 위한 백신과 코로나와 독감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결합백신 등 차세대 백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생산시설을 활용한 백신 생산에도 서로 협력하기로 했는데요.

    이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안동공장에서 노바백스 백신의 원액부터 완제품까지 위탁생산하고 있는데 나아가 백신 개발 생산에 대한 MOU를 체결한 겁니다.

    <앵커> 오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둘다 주가가 괜찮은 흐름을 보였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쪽이 오히려 더 많이 올랐습니다. 계약에 있어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신동호 기자> 아무래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의 계약이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의 파트너로 낙점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입니다만 앞서 말씀드렸다싶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체결한 위탁생산 계약은 모더나의 mRNA 백신 원액을 들여와 공장에서 병에 주입한 뒤 밀봉하는 완제의약품 공정에 한정되기 때문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경쟁사에 알맹이를 빼앗기고 껍데기인 포장만 담당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물론 완제의약품 공정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최대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지를 갖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소규모 설비만 가지고도 할 수 있는 걸 담당한다는 것이 아쉽다는 의견입니다.

    향후 완제의약품 위탁생산을 계기로 원료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을것이라는 긍정적 의견도 나오지만 현재로선 스위스 론자가 모더나와 원료의약품 생산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노바백스의 계약에서도 당초 예상했던 기술이전 계약 연장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앞서 지난 4월 노바백스 최고경영자를 만나 SK바이오사이언스가 노바백스 백신 원액을 생산할 수 있는 기간을 올해 말에서 내년 이후로 연장하기로 했으나, 이후 합의가 구체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것에 반해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계약은 개발 생산 MOU이고, 또 오늘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개발을 위해 2천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금을 확보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양사의 주가가 갈린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다소 아쉬운점은 있지만 이번 파트너십이 다소나마 백신 도입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국제사회에도 긍정적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앵커> 글로벌 백신 허브 구축까지 과제는 더 남아있군요. 그런가하면 전기차 배터리나 반도체 부문에서도 협력이 더 강화된다고요?

    <정원우 기자> 이번 정상회담에 맞춰 삼성과 현대차, SK, LG가 우리돈 44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죠. 바이오 분야 뿐 아니라 반도체와 전기차배터리 부문에서 미국 내 공급망이 강화되게 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 기업 이름을 직접 부르면서 고마움을 직접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25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삼성, 현대차, SK, LG 등에서 약속했습니다. 여기 자리에 계신지 모르겠는데, 자리에 계시면 잠시 일어나 주시겠습니까? (박수) 감사합니다. 또 감사합니다. 우리는 함께 위대한 일을 할 것입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현지시간 21일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청와대 제공)

    <신용훈 기자> 현재까지 확정된 내용은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 우리돈 20조원 들여서 반도체 생산라인을 짓겠다는 계획입니다.

    아직 미국지방정부와 구체적인 인센티브 안이 결정되지 않아서 세부적인 공장 건설계획이 나오진 않았지만 새롭게 짓는 공장은 5나노미터 이하의 최첨단 반도체칩 생산라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현지투자로 삼성전자의 국내 부품협력업체들이 호재가 될 것인지, 아니면 현지업체를 통해 조달을 하게 되는 것인지 의견이 갈리고, 또 글로벌 반도체 수요라는게 한정이 돼 있기 때문에 미국에 투자를 한만큼 국내에서 생산비중을 줄일 거다 이런 우려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전문가들 분석은 어떻게 나옵니까?

    <신용훈 기자> 우선 반도체 수급에 대해서는 중장기 적으로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삼성전자를 포함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기반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당장보다 미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IT를 비롯해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4차산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고 글로벌 시장도 산업의 고도화가 가속화 되고 있거든요. 이 말은 앞으로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전동화 부품들이 많아질 것이고 그만큼 반도체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미국에 투자한 만큼 국내 생산비중을 줄이는 일은 생기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미국 진출시 부품업체들에게 호재가 될지 여부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삼성전자가 새롭게 짓는 생산라인 위치와 별개로 국내 소부장업체와 테스트·패키징 외주 전문 기업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에 다른 소부장 업체와 테스트·패키징 업체가 있지만 이들은 경쟁사의 공급사이기 때문에 국내 후공정 업체들과의 협업체제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여건에 따라서 후공정 업체가 동반 진출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문 대통령은 현지시간 2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했다. (청와대 제공)

    <앵커> 배터리 협력 같은 경우는 이번에는 SK이노와 포드의 협력 정도만 눈에 띄는데 얼마나 의미가 있다고 봐야 되는 겁니까?

    <신용훈 기자>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배터리 동맹을 선언했지만, 사실 배터리 협력은 정상회담 이전부터 진행이 되고 있던 터라 이번 정상회담 통해서 기존 추진해온 사업이 더욱 공고히 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는 이미 GM과 합작투자법인 세우고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2개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상황이고요. SK이노베이션도 조지아주에 1,2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여기에 포드와 합작해서 또 다른 공장을 짓는 겁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인 GM과 포드와 국내 배터리 1,2위 기업과의 합작이 이뤄진 만큼 향후 미국 시장에서 K-배터리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 외에도 지금 또 첨단산업 분야에서 다양하게 협력 얘기가 나오죠? 원전에다가 5G, 6G 언급됐고, 우주탐사 얘기도 나오던데요

    <정원우 기자> 먼저 문 대통령이 “기쁘게 소식을 전한다”고 했던 한미 미사일지침 완전 해제는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도약 계기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지난해 4차 개정이 있었는데요. 4차 개정은 우주발사체에 고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에도 한국판 스페이스X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1979년에 만들어진 이 지침을 42년 만에 완전히 해제하기로 하면서 항공우주산업과 방위산업 부문에서 우리나라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한미가 원전산업에서도 협력해 제3국 공동진출을 모색하기로 했다는 합의도 있었는데요. 우리 탈원전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거꾸로 탈원전에 따른 국내 원전산업의 위축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신용훈 기자> 5G, 6G 등 차세대 통신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합니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오픈랜 기술 활용해서 차세대 통신기술 개발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오픈랜이란 것이 지금처럼 통신장비 제조기업이 장비와 프로그램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따로따로 분리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화웨이 같은 중국 통신 장비업체들이 프로그램까지 같이 공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구도를 깰 수 있는 복안인 거죠. 미국의 속내는 통신시장에서 오픈랜 이용해서 프로그램 기술력 우위에 있는 미국 업체들의 참여를 늘리겠다는 겁니다. 이런 의미로 차세대 통신기술 개발 협력 발언은 이해하시면 되겠고요.

    양국의 우주 탐사 협력은 아르테미스 협정 체결에 따른 것인데. 아르테미스 협정은 2020년에 미국이 주도해서 영국과 캐나다 등 8개국이 참여한 협정입니다. 평화적이면서 상호 호의적인 우주 탐사에 협력한다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전에 협정체결에는 이르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 통해서 우리도 이 협정에 참여하게 되면서 글로벌 우주 탐사 계획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현지시간 21일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청와대 제공)

    <앵커> 한편으로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 큽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 중 하나였죠?

    <정원우 기자>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모두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4.27 판문점 선언’을 명시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판문점 선언에는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 전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전환 등 다양한 남북협력 방안들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북한의 호응이 있어야겠지만 남북교류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 것이고요.

    미국의 경우 외교와 대화를 통한 대북 접근, 긴장을 완화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하면서 북한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트럼프 정부에서도 북미대화를 조율해왔던 성김 대북특별대표를 이번에 깜짝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접근 방식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대화 재개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앵커> 전체적으로 들어보면 한미동맹의 근간인 안보를 포함해서 경제 분야로까지 양국 협력이 넓혀졌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만, 정상간의 합의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지켜봐야겠군요. 잘 들었습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현지시간 21일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청와대 제공)


    워싱턴·애틀랜타=공동취재단 / 서울=신용훈·정원우·신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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