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위급 인사들의 개별 주식 보유를 금지하는 등 고강도 투자 제한 규정을 마련했다.
코로나19 대유행 후 증시가 급반등한 지난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이 거액 투자 논란에 휘말려 잇따라 사임한 것을 계기로 윤리 기준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방송 등에 따르면 연은 총재 12명과 연준 이사 7명 등 고위 인사들은 앞으로 개별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없게 된다.
연준은 지금까지 연준의 규제 대상인 은행과 금융기관들의 주식 매매만 금지해왔다.
뮤추얼펀드와 같은 금융 상품에는 계속 투자할 수 있으나, 여러가지 제약이 따른다.
새 규정에 따라 연준 고위층은 펀드 등의 허용된 금융상품을 사거나 팔기 45일 전에 미리 통보해 허가를 받아야 하고, 최소 1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 "금융시장의 스트레스가 고조된 시기"에는 펀드조차 매수 또는 매도할 수 없다고 연준은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성명을 내고 "이번에 마련한 엄격한 새 규정은 모든 고위 관리들이 연준의 공공 임무에만 전념해 봉사하고 있다는 점을 대중에게 확인시키기 위해 윤리 기준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새 윤리 규정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와 캐플런 댈러스 연은 총재가 부적절한 투자 사실이 드러나 비판에 휩싸인 끝에 조기 사임한 직후에 마련됐다.
캐플런 총재는 지난해 애플, 아마존, 델타항공 등의 주식에 1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여러차례 거래한 사실이 공개됐고, 로젠그렌 총재는 부동산투자신탁 펀드와 화이자 등 개별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파월 의장 본인도 인덱스펀드와 지방채에 거액을 투자했다는 사실로 역시 비판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는 연준이 코로나19 사태의 경기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거액의 채권을 매입하는 등 양적완화에 나선 시기라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컸다.
특히 이번 규정 강화는 내년 2월 임기를 마치는 파월 의장의 연임 여부가 다소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나왔다고 미 언론은 지적했다.
당초 파월 의장의 연임이 유력해 보이던 상황에서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등 진보 성향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이 월가에 대한 느슨한 규제와 최근 고위층 투자 논란을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