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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아파트 쇼핑…한은은 집값 잡으려 금리인상 '만지작'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1-11-22 11:05  



한국 증시의 고질병이었던 윔블던 현상이 최근 들어서는 부동산 시장에서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윔블던 현상이란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주최국인 영국 선수보다 외국인 선수가 더 많이 우승하는 것에 빗대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소유주가 외국인이 점점 많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올들어 지난 9월 말까지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거래는 1만 6,000건을 넘어 관련 통계가 작성한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역별·용도별로는 강남 지역의 아파트 거래가 가장 많았다. 거주 여부로 투자성향을 따져보면 소유주가 한 번도 거주하지 않는 비중이 30%를 넘어 실수요 못지않게 투기 성향도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날로 심해지는 윔블던 현상은 역차별 문제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가장 강하다는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우리 국민은 숨을 죽이고 있으나 외국인은 비교적 자유롭다. 외국에서 대출받아 자금을 마련하면 국내 금융규제는 무용지물이 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벌칙성 중과도 외국인은 빠져나가기 쉽다.

투자자금 원천별로도 증시와는 다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유커, 즉 중국인 자금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모든 외국인 부동산 취득금액의 50%에 육박하고 그 다음이 달러계 자금이 차지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기타’로 분류되는 검은 머리 외국인 자금과 가상화폐를 통한 신종 환치기 자금이 세 번째로 많은 점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심해지는 윔블던 현상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순기능으로는 각종 부동산 서비스 개선, 부동산 제도와 감독기능 선진화, 그리고 대외신인도 제고 등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이미 윔블던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증시의 경험을 보면 부작용이 더 크게 우려된다.

가장 큰 것은 현 정부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듯이 부동산 대책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은 점이다. 특히 국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처럼 투기성이 강할 때는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 정책에 비협조적일 때가 많다.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외국인 순응 계수는 ‘마이너스’로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경제와 함께 발전하는 공생적 투자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국부유출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최근 국제자금흐름을 주도하는 글로벌 펀드가 벌처펀드형 투자,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능동적으로 수익을 창출해가는 추세가 심해짐에 따라 종전과 같은 수준의 외국인 비중이라 하더라도 국부에 주는 위협 정도는 더 높다.

주식 등 다른 자산에 비해 자산 효과가 큰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항상소득가설(밀턴 프리드먼)과 생애주기가설(제임스 듀젠베리) 등 소비이론에 따르면 특정 가구는 전 생애에 걸쳐 소비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어 가계의 소비지출은 현재 소득과 미래에 기대되는 소득 뿐만 아니라 보유자산의 가치 등에 의해 결정된다.

자산 효과는 가계 자산구성, 금융자산 축적 정도, 주거형태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부동산이 주식보다 3배 이상 크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특히 수익성 이상으로 환금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 아파트의 경우 자산 효과가 0.23으로,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추정한 미국 집값의 자산 효과보다 2배 이상 높게 나온다.

자산 효과가 크면 경기 면에서 정점(peak)을 더 끌어올리고 저점(trough)를 더 끌어내리는 순응성을 심화시킬 확률이 높다. 경기순환 상 진폭이 커지면 이를 반영하는 주가, 금리, 환율 등 각종 금융변수들의 변동성이 커져 정책당국에서는 경제정책을 쉽게 추진하지 못하고 민간은 리스크 관리에 지나친 비용을 부담해 총체적 난맥상에 빠진다.

올해 마지막 11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지난 8월 많은 논란 끝에 단행했던 기준금리 인상조치에 대한 다양한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왜 단행했느냐”는 반문이 나올 정도로 부정적인 평가가 앞선다. 특히 환치기까지 동원해 아파트 쇼핑까지 하는 것을 맞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시 금리를 올린 가장 큰 목적은 가계부채를 줄이자는 의도에서다. 이 목적을 얼마나 달성했느냐는 가계부채 ‘증가율’보다 ‘절대 규모’가 감소됐느냐와, 질적으로 개선됐는가 여부를 중시해야 한다. 우리처럼 가계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어섰을 때는 증가율은 기조 효과 때문에 금리인상 여부와 관계없이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상 이후 가계부채 절대 규모는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질적으로도 은행을 비롯한 제도권에 대한 전방위 대출 규제로 사채 등 비제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어려운 국면에서는 MZ세대와 소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일수록 제도권으로부터 혜택을 받아야 하나 오히려 외면당해 부도 등 위험 징후들이 앞당겨지는 추세다.

물가안정 목적은 처음부터 회의적이었다. 금리인상 수단은 총수요 진작 인플레이션(이하 인플레)에 대한 대책이기 때문이다. 총수요 인플레 가능성을 알아볼 수 있는 오쿤의 법칙(GDP 갭=실제 성장률-잠재 성장률)을 토대로 지난 3분기 성장률을 평가해 보면 잠재 성장률을 아무리 낮게 잡더라도 0.5% 포인트 이상 디플레 갭이 발생한다.

지난 4월 이후 물가가 오르는 것은 비용상승 인플레 성격이 강하다. 3분기 이후처럼 성장률마저 둔화되는 슬로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세 감면, 생산성 증대, 사회적 연대를 통한 임금인상 억제와 같은 공급측 수단이 적절하다. 부적절한 금리인상으로 성장률이 더 떨어지면 슬로플레이션은 언제든지 스테그플레이션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3년 전 뼈저리게 경험했듯이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은 금리인상만으로 한계가 있다. 강남 지역처럼 공급 절대 부족 등으로 기대 수익률이 금리보다 월등히 높을 때는 집을 살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처럼 기존 주택공급과 신규 주택수요 간 불일치 요인까지 가세될 경우에는 금리인상의 집값 안정 효과는 더 떨어진다.

주택공급 증가, 신규 주택 수요에 맞춘 기존 주택 개량 등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 없이 집값 상승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려 나갈 의사를 밝히면 채권의 완충(buffer) 기능까지 무너져 금융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국면에서는 채권 매입은 고사하고 보유 국채마저 내다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의사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국내 금융시장 간 움직임을 보면 연계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추세다. 종전에는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되더라도 채권시장에서 완충시켜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채권의 완충 역할이 무기력해짐에 따라 중시 이탈자금이 곧바로 달러 수요로 연결돼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오르고 반대의 경우에도 하락 폭이 크다.

모든 정책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의도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지난 8월 금리인상 조치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것은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K자형 양극화 구조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GDP(국내 총생산)의 총수요 항목별 기여도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아졌다.

소득계층별 구조에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하위층이 과거보다 두터워진 여건에서는 금리를 올릴 경우 민간소비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상대소득가설(모딜리아니 & 듀젠베리)에 따르면 하위층의 평균소비성향(APC)와 한계소비성향(MPC)은 모두 있는 계층보다 높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금리인상 속도 조정론을 제기한 것처럼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인상에 신증을 기해야 한다. 2018년 11월 당시처럼 설립 목적 이외 다른 의도로 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를 더 위축시켜 한국판 에클스 실수에 해당하는 ‘이주열 실수(Lee’s failure)’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정책은 우리 국민보다 더 엄격하게 ‘포지티브 시스템’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기주의의 국치에 해당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 자금은 철저하게 색출해 규제해야 한다. 뒤늦긴 했지만 최근 한국은행과 관세청이 합심해 외국인 자금의 출처를 파악하는 작업에 희망을 걸어본다.


한상춘/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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