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 대신 총 들었다…페더러 꺾었던 테니스선수 참전

입력 2022-03-1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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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를 윔블던에서 물리쳤던 우크라이나의 테니스 선수가 조국을 위해 라켓 대신 총을 들었다.
세르게이 스타코프스키(36·우크라이나)는 올해 1월까지 테니스 선수로 활약했다.
그는 2010년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세계 랭킹 31위까지 올랐고, 메이저 대회에서도 32강에 6번이나 진출한 선수다.
스타코프스키의 하이라이트는 2013년 윔블던에서 페더러를 3-1(6-7<5-7> 7-6<7-5> 7-5 7-6<7-5>)로 물리친 것이다.
당시 페더러는 메이저 대회에서 36회 연속 8강 진출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2013년 윔블던 2회전에서 스타코프스키에게 덜미를 잡혔다.
통산 상금은 558만 달러(약 69억원)를 벌어 생활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그는 조국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침공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입대했다.
아내와 세 자녀는 헝가리에 남겨두고 우크라이나로 향한 그는 13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내가 이렇게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키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전쟁 초기에는 (전쟁이 금방 끝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고 말했다.
올해 1월 호주오픈 예선까지 출전한 스타코프스키는 "노바크 조코비치나 리샤르 가스케 등 동료 선수들로부터 격려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고 소개했다.
특히 조코비치가 스타코프스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제안한 사실은 잘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할머니, 아버지, 형제들이 살고 있다는 스타코프스키는 "이런 생활이 길어지지 않으면 좋겠다"며 "사실 아이들에게는 전쟁에 나간다고 얘기하지도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8살 딸과 6살, 4살의 아들이 있다.
스타코프스키는 "아내에게 `(우크라이나로) 가겠다`고 말했더니 울기 시작하더라"며 "아이들이 통화할 때 `언제 오느냐`고 물을 때가 힘들다"고 괴로워했다.
이어 "사실 나로서는 (가족을 버리고) 여기에 와 있는 것도 올바른 결정이 아니고, (조국을 버리고) 집에 있는 것 역시 올바른 결정이 아니다"라고 혼란스러워하며 "지금 상황 자체가 올바른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은 나라의 미래, 우리 아이들의 미래, 또 위험에 빠진 유럽의 미래를 위해서"라며 "조금이라도 더 좋게 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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