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 압박에 가격규제까지…관치개혁 없인 금융BTS도 없다

장슬기 기자

입력 2022-07-25 19:25   수정 2022-07-2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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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지원 압박, 글로벌 금융 혁신 저해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정부가 산정
    한국 車보험 경직성 가장 높아
    "가격규제에 로비 등 발생 불가피"
    <앵커>
    "금융권에서도 BTS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최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내놓은 비전입니다.

    하지만 정작 금융권은 "대출금리 낮춰라", "만기 늘려줘라" 등 당국의 각종 요구에 부응하느라, 혁신 추진에 전념하기 힘든 상황인데요.

    세계적인 금융 회사 탄생을 위해서는 관치금융부터 내려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보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고 각종 대출 금리를 내리던 시중은행들이 이번에는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아예 대출원금까지 깎아주겠다며 나서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고통분담 압박에 따른 결과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취약층에 대한 정부금융지원 대책 중 빠진 부분은 금융사가 답을 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는 아예 금융지주 회장단을 불러모았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21일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 최근 물가상승과 그에 따른 급속한 금리인상은 또다른 유형의 새로운 어려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금융지주회사 회장님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규제산업인 금융업 특성상 이러한 발언들은 모두 금융권에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이 잘 나오면 잘 나오는대로 압박이 더 커질까 눈치가 보인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당국의 이러한 개입이 금융주 전반의 투자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금융투자업권 관계자: 대출금리 인하 같은 규제리스크 이런 것이 향후 잠재적인 순이자마진 NIM을 낮추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로 당국의 금융지원대책 발표가 있던 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부 금융주들을 내다 팔았고, 4대 금융지주 중 3곳은 신저가를 경신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을 선도할 `혁신` 창출의 저해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혁신을 할 동기가 사실 별로 없는 것이죠. 금융당국에서 BTS 이야기를 하고 혁신이야기를 하려면 금융이라는 부분이 기업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기업에 대해서 지나친 간섭을 해서는 안되고요. ]

    기업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이익 추구’인데, 당국의 과도한 개입으로 이익의 일정 부분을 내려놓다 보면 그 과정에서 혁신 창출의 동기가 꺾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금융의 삼성전자, 한국판 골드만삭스, 그리고 금융권 BTS.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겠다며 제시된 비전들인데, 헛된 구호로 끝나지 않으려면 관치금융부터 뿌리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보미입니다.

    <앵커>
    규제로 시름을 앓는 곳은 은행뿐만이 아닙니다.

    제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카드사나 보험사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가격마저도 정부의 규제 속에서 정해집니다.

    주수익원마저 정부가 통제하는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합니다.

    이어서 장슬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3년 마다 한 번씩 정부가 직접 정하는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10년 전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된 이후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은 3년에 한 번씩 꾸준히 인하되면서 현재 전체 가맹점의 80% 가량이 0.5%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카드사의 주수익원인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지난 2017년 11조 원대에서 지난해 말 7조 원대로 35%나 줄었습니다.

    미국이나 호주의 경우엔 카드수수료의 상한을 두는 대신, 그 안에서 카드사와 가맹점의 자율계약으로 요율을 정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두고 있습니다.

    정부가 가격을 직접 정하는 사례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국내 대다수의 보험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이나 자동차보험의 보험료도 언뜻 자율책정이 보장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정부의 관리 하에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보험의 경우 한국에선 지난 2002년 보험료의 자율화가 시행됐지만, 당국의 규제로 인해 보험사들은 손해율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장기간 적자를 이어왔습니다.

    실제 보험연구원에서 해외 자동차보험시장과 국내를 비교한 결과, 한국의 자동차보험료 경직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 경직성이 높다는 것은 보험가격이나 공급량이 조정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조정되지 않아 수익성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 : 정부에서 가격을 규제할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하거든요. 시장의 유효경쟁이 없다던지, 서로의 상품을 전혀 모르는 정보 비대칭이 있다던지…금융위원장이나 금감원장이 보험료를, 이자율을 어떻게 한다는 것은 인위적이고 작위적이며 반시장적인 것이죠. 기업들 입장에서는 계속 로비를 해야 하고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것이죠.]

    업권간의 경계를 허물어 금융사의 다양한 시장진출을 독려하겠다며 `규제 혁신`카드를 꺼내든 금융당국.

    금융사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가장 근본적인 부분부터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한국경제TV 장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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