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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의 '주적' 된 네카토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 기자

입력 2022-11-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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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비교서비스 놓고 설계사·빅테크 갈등
금융당국, 세부 가이드라인 조율 중


금융당국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플랫폼의 보험비교추천서비스 허용"
보험설계사 "45만 보험영업인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


지난 8월 금융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보험비교추천서비스 운영을 허용해줬습니다. 소비자의 편리한 디지털 금융생활을 지원하는 동시에 디지털 금융혁신을 촉진시킨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 아직 보험비교추천서비스는 시작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온라인에서 보험상품을 비교해볼 수 있는 서비스인 만큼 기대감도 높은데, 아직까지 첫 발을 떼지 못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주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 다뤄보겠습니다.

◆ 보험설계사 "밥그릇 빼앗긴다"

온라인플랫폼의 보험비교추천서비스가 허용되자, 즉각 보험설계사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온라인플랫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네이버와 카카오, 그리고 토스입니다. 일명 `네카토`로 불리는 빅테크사들입니다.

수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네카토가 보험비교추천서비스까지 운영하게 되면 45만 보험설계사들이 생존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설계사들의 설명입니다. 보험대리점협회는 "편리성만을 내세운 거대자본 온라인플랫폼의 이익추구에 보험산업의 혼란과 보험 본연의 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실제 과거 사례가 있습니다. 은행창구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일명 `방카슈랑스` 제도가 시행된 후 보험설계사와 보험대리점은 `밥그릇`을 빼앗겼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생명보험사의 보험료 수입 중 51.5%는 방카슈랑스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속설계사 역시 방카슈랑스 도입 전 2022년 12월 16만7,000명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6만7,000명으로 무려 60%가 줄었다는 게 보험대리점협회의 설명입니다.

특히 온라인플랫폼 비교추천 후 네카토의 자회사 대리점에서 후속 절차를 진행할 경우, 사실상 온라인플랫폼의 보험판매를 허용한 것과 동일한 만큼 생존권 사수를 위해 결사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입니다.

◆ "시대적 흐름…디지털 환경 따라가야"

이런 분위기 때문에 금융위는 아직 수수료 상한이나 취급상품 등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 한 상황이지만, 빅테크사들은 나름대로 준비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최근 첫 비교추천상품으로 여행자보험을 지정하고,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등 5개 손해보험사들과 함께 준비작업에 나섰습니다. 설계사들의 반발이 있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인 만큼 소비자 접근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외에 카카오와 토스 등도 조만간 이 서비스 시작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여행자보험을 비롯해 비교적 단순한 구조의 자동차보험 등이 주력 상품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금융소비자는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에서 보험상품을 검색해, 온라인상에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실제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시대적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며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점차 늘고 있는 상황에선 빅테크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 보험비교추천서비스, 수수료가 `관건`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해결과제로 떠오르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수수료입니다. 플랫폼에 보험사들이 입점하게 되면 소비자들에게 비교정보를 편리하게 제공해줄 수 있는 대신, 그 대가로 보험사는 플랫폼에 수수료를 줘야 합니다.

현재 보험사들은 플랫폼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가 2%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빅테크 플랫폼이 운영하는 비교쇼핑 서비스에서 2% 수준의 수수료가 책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플랫폼 업체들은 초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수수료율을 제한할 경우 시장 활성화가 저해될 수 있다며 자율경쟁을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수수료가 오르면 보험사의 비용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보험업계의 입장과, 여러 플랫폼업체가 뛰어들어 경쟁구도가 성립되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수료가 낮아지는 선순환 구조의 시장이 될 수 있다는 플랫폼업체들의 입장이 팽팽히 대립 중입니다.

당초 금융위가 지난 달 말께 수수료 상한 등을 포함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로 했는데, 양측 의견 조율이 난항을 겪으면서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업계간 밥그릇 싸움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소비자입니다. 소비자에게 가장 득이 될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인지, 금융위의 결정만이 남아있습니다.

★ 슬기로운 TIP

온라인상에서 보험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곳은 없나요? 있습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2015년부터 `보험다모아`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보험사별 보험료와 보장내용 등을 비교할 수 있고 가입경로도 안내합니다. 비교 대상 상품은 온라인전용 상품과 방카저축성 상품, 실손의료보험 등입니다. 현재 보험다모아 외에 `보험비교`가 가능하다고 안내되는 서비스들은 판매 전문 보험대리점에서 운영 중인 곳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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