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10시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를 앞두고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이후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는 데다 날씨마저 쌀쌀해 과거 월드컵만큼 광장이 뜨겁게 달아오르지는 않았다.
숭례문 앞 광화문광장 정중앙에 설치된 주무대와 대형 스크린 앞에는 이른 저녁부터 시민들이 집결하기 시작했다.
가족 단위 응원객보다는 친구나 연인과 함께 한 20∼30대가 대부분이었다.
응원 구역은 육조마당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 인근까지 다섯 곳으로 나뉘어 마련됐다.
킥오프를 한 시간 앞둔 오후 9시 다섯 개 구역에 모두 1만 명 넘는 시민이 가득 찼다.
밀집도가 높아지자 경찰은 5번째 구역 뒷부분 펜스를 걷어내고 응원객 자리를 더 마련했다.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붉은악마` 머리띠를 한 시민들은 준비해온 돗자리를 펴고 앉아 치킨과 맥주를 먹고 마시며 경기 시작 휘슬을 기다렸다.
밴드가 무대에 올라 사전 공연을 시작하자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일부 시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타와 드럼 소리에 맞춰 몸을 흔들거나 응원 배트를 치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도봉구에 사는 김영빈(22)씨는 흥분된 목소리로 "고등학생 때는 월드컵 응원을 하러 나와본 적이 없어서 올해는 꼭 한번 참여해보고 싶었다"며 "날씨가 좀 추운데 곧 경기가 시작되면 열기로 추위도 다 날아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친구 4명과 함께 온 대학생 홍지호(20)씨는 "월드컵 거리 응원은 다 같이 즐길 몇 안 되는 기회이고 우리만의 문화"라면서 "3-0 정도로 크게 이기고 기분 좋게 집에 들어가고 싶다"며 웃었다.
이태원 참사 이후 가라앉은 분위기 탓에 응원하러 나오기를 망설였다는 시민도 있었다.
대학생 박인형(25)씨는 "아무래도 또래가 150명 넘게 사망한 사건이 난 지 한 달밖에 안 되다 보니 마음도 착잡하고 사람 많은 곳에 가기가 조금은 망설여졌다"면서도 "막상 오랜만에 탁 트인 곳에서 한마음으로 대표팀을 응원하니까 기분 전환이 된다"고 했다.
남양주에서 온 홍모(49)씨는 "솔직히 참사 때문에 마음이 착잡해 거리 응원 승인을 안 했으면 했는데 주최 측에서 아픔을 승화하는 취지로 응원한다고 하기에 멀리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퇴근한 직장인들은 치킨집이나 호프집에 삼삼오오 모여 중계를 기다렸다. 그러나 과거 대형 스포츠 이벤트만큼 손님이 몰리지는 않아 빈자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치킨집에서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던 박금준(45)씨는 "황금시간대라서 사람이 많이 올 줄 알았는데 자리가 너무 많아 놀랐다"며 "다들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으면서 경기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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