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게 추출한 커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카페라테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에스프레소가 알츠하이머병 원인 물질 중 하나로 꼽히는 타우 단백질 응집을 막는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베로나대 마리아피나 도노프리오 박사팀은 20일 미국 화학회(ACS) 학술지 '농업 및 식품 화학 저널'(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에서 시험관 실험 결과 에스프레소 화합물이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타우 단백질 응집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에스프레소는 물이나 수증기를 고온고압으로 곱게 분쇄한 커피 원두에 통과시켜 추출하는 짙은 농도의 커피로, 그 자체로 마시거나 물이나 우유에 섞어 아메리카노나 카페라테 등을 만들기도 한다.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생 메커니즘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타우 단백질 응집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우 단백질은 건강한 사람의 경우 뇌 구조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서로 뭉쳐 응집체(원섬유)가 되면 신경독성을 띠면서 알츠하이머병 발병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연구자들은 타우 단백질 응집을 방지하면 알츠하이머병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최근 연구에서 커피가 알츠하이머병 등 특정 신경 퇴행성 질환에 유익한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는 것에 착안, 시험관 실험을 통해 에스프레소에 들어 있는 화합물이 타우 단백질 응집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먼저 시중에서 판매되는 원두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핵자기공명(NMR) 분광법으로 성분을 분석했다. 이어 시험관 실험을 통해 성분 중 알칼로이드인 카페인과 트리고넬린, 플라보노이드인 제니스테인과 테오브로민의 작용을 조사했다.
각 분자와 에스프레소 전체 추출물을 짧은 형태의 타우 단백질과 섞어 최대 40시간 동안 배양하면서 타우 단백질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했다.
그 결과 에스프레소 추출물, 카페인, 제니스테인의 농도가 증가할수록 타우 단백질이 뭉치면서 생기는 원섬유 길이가 더 짧아졌으며 큰 덩어리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응집 억제 효과는 에스프레소 전체 추출물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실험에서 타우 단백질이 뭉쳐 만들어진 짧은 원섬유는 세포 독성이 없었으며 추가 응집을 일으키는 '씨앗' 역할도 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실험 결과가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 퇴행성 질환에 대한 다른 생리활성 화합물을 찾거나 설계하는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에스프레소의 실제 효과를 알아보려면 생체 실험 등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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