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번의 재판…'사법농단' 양승태 첫 선고

입력 2024-01-26 05:45  


'사법농단'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1심 판단이 5년간 약 290번의 재판을 거친 끝에 26일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 임정택 민소영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1심 판결을 이날 오후 선고한다.

사법부 전직 수장이 법정에 서는 초유의 일인 데다 '재판 독립'이라는 사법부의 핵심 가치를 정면으로 다루는 사건인 터라 어떤 결론이 나오든 후폭풍이 클 수밖에 없다.

◇ 이탄희가 쏘아 올린 의혹, 김명수 코트가 전격 조사

이 사건은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판사 시절인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발령받은 뒤 사직서를 제출하며 시작됐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견제하라는 지시에 이 의원이 항의하자 발령이 번복됐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자체 조사에 나섰다. 2017년 4월 18일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부실 조사'라는 반발이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나왔다.

각 법원 대표 판사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상 최초로 구성돼 재조사를 요구했으나 양 전 대법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황은 2017년 9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급변했다. 대법원은 2017년 1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2차·3차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을 광범위하게 남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거래하려는 의도로 강제동원 손해배상 사건 등 각종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하려 했다는 조사 결과는 사회에 충격을 줬다.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파악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사법농단'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들끓는 여론에 결국 김 전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초유의 '대법원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 '윤석열 중앙지검장·한동훈 팀장'이 수사…사법부 수장 구속

검찰 수사는 2018년 6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사건을 재배당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사를 지휘했고, 당시 3차장검사였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수사팀장을 맡았다.

검찰은 수사 개시 한 달만인 7월 21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임 전 차장은 10월 27일 검찰에 구속됐다.

그해 11월 19일에는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이, 11월 23일에는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듬해 1월 11일에는 전직 사법부 수장 최초로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추가 조사 끝에 영장이 청구됐고 양 전 대법원장은 1월 24일 구속됐다.

사법부 수장이 피의자로 소환된 데 이어 구속 수감까지 된,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수사는 2019년 3월 5일 마무리됐다. 검찰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등 전·현직 판사 10명을 추가로 재판에 넘기고 현직 판사 66명의 '비위 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했다.

◇ 무죄, 무죄, 또 무죄…양승태·임종헌 재판은 공전

의혹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의 재판은 5년간 공전했다. 그러는 사이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판사들은 대부분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핵심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성립하는지였다. 법원은 '직권 없이는 직권남용도 없다'는 법리를 고수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행정처 법관들이나 수석부장판사 등에게 일선 재판부의 판단에 개입할 권한이 없고, 각 재판부는 법리에 따라 합의를 거쳐 판단했을 뿐이어서 권리행사를 방해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법리에 따라 임성근·신광렬·조의연·성창호·유해용·이태종 6명의 법관은 1∼3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일부는 변호사로 등록해 활발히 활동 중이다.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도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하급심에서 일부라도 유죄가 선고된 것은 이민걸 전 실장과 이규진 전 상임위원이 유일하다. 항소심에서 각각 벌금 1천500만원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의 재판은 하염없이 늘어졌다.

피고인들이 검찰 증거에 동의하지 않아 211명을 증인으로 신청해야 했고 재판부 교체로 지나간 재판의 녹음파일만 7개월 가까이 재생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겹쳤고 양 전 대법원장이 폐암 수술을 받아 재판이 두 달가량 열리지 못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의 재판도 다르지 않았다. 편파 진행을 이유로 두차례 재판부 기피신청을 제기해 2019년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2022년 1월부터 3월까지 재판이 중단됐다.

임 전 차장의 1심 판결은 내달 5일 선고될 예정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관한 사법부의 최종적 판단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1심 판결 이후 항소심과 상고심이 남아있고, 법리가 워낙 복잡한 탓에 대법원에서 파기돼 다시 재판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민걸 전 실장과 이규진 전 상임위원의 재판은 2022년 2월 18일 상고심에 돌입했으나 대법원은 2년째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조시형  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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