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충격 안긴 1월 CPI…낙관적 전망 뒤집혔다

김종학 기자

입력 2024-02-13 23:25   수정 2024-02-14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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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소비자물가지수 전월비 0.3%
주거비용 0.6% 상승, 식료품 0.4%
상반기 금리인하 가능성 급감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현저히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년만에 첫 2%대 물가지수를 기대하던 뉴욕 증시는 개장 전 3대 지수 선물 가격이 1%대 급락하고, 달러인덱스가 폭등하는 등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지시간 13일 미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한 달간 0.3% 상승했다. 12개월 기준 연간 3.1%로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낮은 물가 상승속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지표는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전월대비 0.2%보다 높고, 연간 기준으로도 2.9%를 기대한 시장 전망을 크게 뛰어넘은 수치다.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의 핵심 지표인 근원 소비자물가는 오히려 상승하면서 통화정책의 전환이 더 느려질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

에너지와 식품 등 가격 변동이 큰 항목을 제외한 1월 근원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4% 올라 예상치인 0.3%는 물론 전월 기록인 0.2%를 대폭 상회했다. 1년 전과 비교한 상승폭은 3.9%로 예상치 3.7%를 웃돌았다.

(소비자물가지수 전월대비 상승폭, 출처:미 노동통계국)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상승한 것은 가중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 비용이 한 달간 0.6%, 1년간 6%의 강세를 보이고, 에너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항목이 기준선이 0.2%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노동통계국은 주거비의 이번 상승분은 1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0.2% 상승으로 둔화하던 식품 가격도 한 달간 0.4% 상승으로 돌아섰고, 자동차 보험은 한 달 만에 1.4%, 1년간 20.6% 뛰었고 유틸리티, 메디컬 서비스 비용이 강세를 보였다. 반면 중고차 가격이 3.4% 내리고, 휘발유 가격은 3.3% 하락해 일부 상승분을 상쇄했다.

이달 들어 랠리를 이어가던 시장은 예상치 못한 지표에 급락세로 전환했다. 개장 전 현지시간 9시 21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 연동된 선물 가격은 360포인트, 0.93% 내린 3만 8,522선, S&P500선물 지수는 65.5포인트, 1.3% 급락한 4,976.25, 나스닥은 307.7포인트, 1.71% 빠진 1만 7,657.25를 기록했다. 미 3대 지수는 개장 직후 낙폭을 키워 나스닥 지수가 한때 2% 넘게 밀렸다.

미국 국채금리도 지표 발표 직후 일제히 올라 10년물은 비슷한 시각 10.9bp 오른 4.279%, 2년물은 13.1bp 뛴 4.601%를 기록 중이다. 외환 시장도 크게 타격을 받아 미 달러인덱스는 0.64% 오른 104.71로 105선에 바짝 근접하고 있다.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부정적 시각도 부쩍 증가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가 집계한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3월 금리 동결가능성은 93.5%로 굳혀졌고, 5월 인하가능성을 기대하던 시각도 사라졌다. 5월 동결 확률은 이날 59%, 인하 가능성은 38.6%로 바뀌었고, 6월 첫 인하 확률만 51.8%로 전날 수준을 유지했다.

지표 발표 직후 공개된 월가 전문 투자자들의 발언에도 부정적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주노는 "오늘의 CPI 보고서는 견조한 노동 시장으로 인해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연준의 우려를 강화했다"며 "3월 인하는 물론 5월 인하 가능성도 현저히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BMO 역시 이날 지표 발표 이후 보고서에서 "1월의 매우 나쁜 인플레이션 지표는 1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의 회복세와 함께 연준에 우려를 안겨줬다"며, "올해 공격적인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로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어쩌면 마지막 마일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글로벌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 역시 "예상대로 라스트 마일은 더 험난하고 견고한 것으로 드러나 연준의 가장 비둘기파적인 입장조차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연방준비제도 고위 인사들은 이날 발표에 앞서 올해 통화정책을 데이터에 기반하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해왔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준 총재도 전날 "몇 달 더 데이터를 확보함에 따라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고 확대되길 바란다"며 물가, 고용 데이터에 기반한 더딘 금리인하가 예정돼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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