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적' 나발니 사망…서방-러 정면충돌

입력 2024-02-17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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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세이 나발니 사망의 책임과 원인을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가 16일(현지시간) 정면충돌했다.

서방은 나발니 사망의 책임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돌리며 맹비난했다. 서방의 반응이 타살 의혹으로까지 번지자 러시아 측은 용납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나발니 사망 소식에 격분했다며 "푸틴은 우크라이나 등 다른 나라의 국민을 공격할 뿐 아니라 자국민을 상대로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발니가 암살됐냐는 질문에 "우리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발니의 죽음이 푸틴과 그의 깡패들이 한 어떤 행동에 따른 결과라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출연해 "러시아 정부가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해를 끼친 추악한 역사를 고려하면 나발니의 사망을 두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관한 명백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푸틴 정권에서 숱하게 벌어진 정적 암살의 역사를 감안했을 때 푸틴 대통령이 3월 대선을 앞두고 최대 정적인 나발니를 제거한 것 아니냐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깊은 슬픔과 혼란을 느낀다"며 "우리는 모든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러시아는 그의 죽음에 대한 모든 심각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그(나발니)는 자국민의 반대를 두려워하는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정권에 의해 서서히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는 러시아 지도부와 당국에 책임을 묻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안보 협정 서명 후 기자회견에서 나발니의 사망에 대해 "매우 슬프다"며 "나발니는 용기의 대가를 목숨으로 치렀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푸틴이 책임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폭압적인 푸틴 정권에 정면으로 맞섰던 나발니의 용기를 기리는 서방 지도자들도 적지 않았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러시아 민주주의를 가장 열렬하게 옹호하는 사람으로서 평생에 걸쳐서 놀라운 용기를 보여줬다"며 극찬했다.

에마뉘엘 마크로 프랑스 대통령은 "오늘날 러시아에서는 자유 영혼들이 수용소로 보내져 사형 선고를 받는다"고 애도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우리는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하며 이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완전한 진상이 밝혀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방에서 나발니의 사망을 의문사로 규정하며 푸틴 배후설을 제기하자 러시아는 광기에 가까운 주장이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발끈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사망 원인에 관한 정보는 아직 없다. 하지만 그런 성명이 나오고 있다"며 "분명히 이것은 완전히 광기다. 우리는 그러한 성명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텔레그램 성명에서 서방 국가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비난 대신 자제력을 보이면서 의학적 검사의 공식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발니의 죽음을 "살인"이라고 규정하며 교도소의 환경이 나발니의 죽음을 초래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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