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악화 우려"…전공의들, '혼합진료 금지'도 반대한다

입력 2024-02-22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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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의 의대 정원 2천명 확대뿐만 아니라, 혼합진료 금지 등을 담은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에도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급여 항목에 비급여 항목을 끼워 진료하는 '혼합진료' 금지는 비급여 진료 통제로 이어진다. 병·의원이 고수익을 올리던 비급여를 통제하려 하기 때문에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최선의 진료를 제한한다"고 비판했다.

'혼합진료'는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비급여 항목을 끼워서 진료하는 것을 말한다.

물리치료를 하면서 비급여인 도수치료를 함께 받도록 하거나, 백내장 수술을 할 때 비급여인 비싼 다초점렌즈 수술을 하도록 하는 식이다.

정부는 이러한 진료행태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하고,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한다고 보고 이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혼합진료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부담하는 비용은 연간 640억원에 달한다.

환자의 비급여 본인부담액은 2013년 17조7천129억원에서 계속 증가해 2021년 30조원을 돌파했고, 이듬해에는 32조3천213억원까지 늘었다.

이에 진료비 절감을 위해서라도 혼합진료를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유재길 국민건강보험노조 정책연구원 원장은 "공급자들이 수익을 위해 비급여 항목을 선택하기 때문에 환자의 선택권이 오히려 약화하는 문제까지 발생한다"며 "혼합진료를 금지해야 비급여 항목 양산을 막고, 진료비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혼합진료 금지는 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한 지나친 통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달 1일 정부가 혼합진료 금지 추진 등을 담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자 "의사에 대한 통제와 규제에 대해 큰 우려와 함께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의료계 단체인 바른의료연구소는 "아이러니하지만 현재의 급여 진료 인프라를 유지시킨 것은 비급여를 통한 수익 창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혼합진료 금지를 추진하면 저수가 체계에서 힘들게 버텨왔던 1, 2차 의료기관들의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혼합진료로 부당한 이익을 얻는 의사들을 정부가 아닌, 의협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부도덕한 혼합진료로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의사가 있다면 동료로 생각하지 않고 의협에서 강력히 징계하겠다"며 "의협에 자율징계권을 달라"고 요청했다.

의대생들도 혼합진료 금지는 의료계를 몰락시키려는 정책이라며 반발한다.

한림대 의대 의료정책 대응 태스크포스(TF)는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정부는 터무니없이 낮은 의료수가로 병원을 적자로 만들고, 이젠 비급여로 겨우 적자를 메꾸려는 것도 막겠다고 한다"며 "그 어떤 병원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혼합진료를 지금처럼 방치하면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계속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비급여는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수가 외에 추가로 수익을 창출하는 수단인데, 이를 제한하려니까 의사들이 반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필수의료과 의사들은 건강보험 수가 정도밖에 벌지 못하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로)더 버는 의사들에게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정부 정책은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든 관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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