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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사주 태우는 기업들…경영권 공방 시사점은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신인규 기자

입력 2024-03-07 08:47  

금호석유화학, 자사주 절반 매각 결정
밸류업 기조에 상장사도 주주환원 수용
해외서도 韓 밸류업 성공여부 주목

금호석유화학이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합성고무 등을 만드는 석유화학 기업인데, 최근 세계 3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 쪽의 수요가 폭증해 주목을 받는 곳이지요. 어제 장 마감 후에 이 회사 공시를 하나 냈습니다. 앞으로 3년에 걸쳐 보유중인 자사주 절반을 소각하겠다는 겁니다. 올해에는 오는 20일에 1,29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태우기로 했는데요. 금호석유화학측은 밸류업 기조를 따랐다고 하지만, 또다른 점도 살펴봐야겠습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회장의 조카이자 금호석유의 최대 개인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 측이 했던 제안이 일부 먹혔다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박철완 전 상무는 현재 금호석유의 지분 9% 정도를 갖고 있는 개인 최대주주입니다. 지난 2021년에 '회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자체 주주제안 올리고 경영권 분쟁 서막 열었는데 당시에는 표대결에서 참패해 상무자리에서도 해임된 인물입니다. 이번엔 사외이사 지명과 함께 2년 내 자사주 전량 소각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섰는데, 회사는 3년 간 자사주 절반 소각으로 방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철완 전 금호석유 상무 측이 자사주 소각을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금호석유화학이 갖고 있는 자사주는 18.4%에 달합니다. 자사주들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처분 또는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금호석화가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고 있다는 게 박철완 전 상무 측의 주장입니다. 보통주가 자사주 상태로 남아있을 땐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넘어가면 의결권을 갖게 되거든요. 때문에 경영권 분쟁 중 자사주가 우호 세력에게 넘어가면 백기사 지분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런니까 이번 공시를 경영권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회사가 자사주를 소각하겠다는 박철완 전 상무 측으로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명분과 함께 장기적으로 경영권 공격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한 수가 먹히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정부가 불붙인 '밸류업' 기조는 경영권 분쟁 연결고리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들 보면 주주환원을 걸어서 회사와 싸우는 곳들이 많습니다. 삼성물산이나 고려아연처럼 배당 증액, 자사주 매입 처분, 이런 요구 받는 회사들이 올해 주총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고요. 특히 그동안 대체로 이사회 편을 들어왔던 국민연금같은 연기금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있을지, 그래서 주주환원 요구 쪽에 힘을 더 실어줄지도 살펴볼 부분입니다. 연기금은 정부 기조를 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뒤집어말하면 주주환원이 우리나라가 그만큼 낮았던 것이고, 그 기저에 지배구조가 있는 것이지요. 해외에서도 한국의 주주환원 확대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기도 합니다.

미국 증시에서 '매그니피센트 7' 대신 떠오를 새로운 주도주 그룹, '판타스틱 4'란 말을 만들어 시장의 반응을 얻고 있는 사토리펀드 설립자 댄 나일스를 어제 인터뷰했는데요(영상과 전문을 곧 게재할 예정입니다). 미국 증시의 실적 변화가 인터뷰 주제였는데, 그는 오히려 최근 한국의 상황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밸류업 흐름도 이미 알고 있었고요. 한국은 신흥국 가운데서도 가치평가 측면에서 좋은 기업들이 많은, 지배구조만 좀 개선된다는 신호가 확실하게 나와주면 매력도가 높은 시장이라 밸류업 어떻게 될지 보는 사람들이 월가에서도 꽤 있다는 겁니다.

시각을 조금 더 넓혀 볼까요. 금호석유화학과 같은 기업들의 최근 움직임에서 또 하나의 시사점을 끌어낼 수 있겠습니다. 기업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쌓아놓은 기업이 많다면, 그 부분과 관련한 전향적 정책 결정이 기업 밸류업에 더 힘을 실어줄지 정부가 고민해볼 만하다는 점입니다. 단순 세제 혜택과 같은 인센티브 외에 차등의결권이라든가 포이즌 필과 같은 제도들이 기업들의 자사주를 더 쉽게 태울 수 있는 묘약이 될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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