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탈은 되고 복장은 안 된다?…아리송한 선거법

입력 2024-03-24 06:15  


4·10 총선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들이 선거운동 방식과 금지 사항을 촘촘히 규정한 공직선거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칫 방심하면 사소한 행동으로 선거법 위반 논란이 발생해 경쟁 후보로부터 공격받기도 하고, 심각할 경우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되더라도 의원직 상실까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10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이달 28일부터 내달 9일까지다. 후보자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고,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선거기간에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규정해놨다.

사전선거운동은 원칙상 금지이지만, 현행 선거법은 선거기간 전이라도 제한적인 방식으로 일부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선거기간 전 가장 골치가 아픈 제한 규정으로 꼽는 것은 마이크 등 확성기 사용 금지 규정이다. 선거법상 선거 기간 전 확성기를 활용한 선거운동은 제한돼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최근 지방유세를 다니면서도 대중 앞에서 목이 쉬어가며 마이크 없이 육성 발언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최근 거리 인사에서 "아직 선거법상 마이크를 쓰지 못한다"며 "다소 불합리해 보이는 규정이지만, 법을 지키고 법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최근 거리 인사 중 마이크를 사용해달라는 시민의 요청에 "지금은 선거운동 기간이 아니라서 마이크로 선거운동 행위를 하면 내가 다시 또 잡혀간다"고 답하기도 했다.

여야 후보들은 선거사무소 개소식 축사나 현장기자회견 등 자리를 빌려 지지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노골적으로 특정인의 당선이나 낙선을 주장하는 선거운동 행위로 판단될 경우, 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보수 원로 박찬종 전 의원은 지난 12일 나경원(서울 동작을)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마이크로 발언하던 중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마이크를 뺏기자 "이런 빌어먹을 선거법"이라고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후보 이름과 기호를 적은 피켓 등 '표지물' 규정도 까다롭다. 현행 선거법은 선거기간 전이라도 예비후보나 후보가 직접 몸에 입고 두르거나 쓰는 것, 또는 신체 일부와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표지물을 활용해 자신을 홍보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표적인 표지물인 피켓을 활용할 경우 후보의 신체에서 떨어지면 안 된다. 이 때문에 후보들은 목걸이로 피켓을 걸거나, 발등 위에 올리는 방식으로 피켓을 몸에 붙인다고 한다.

최근엔 판다 '푸바오' 탈과 복장을 한 예비후보에 대해 선관위가 표지물 관련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국민의힘 홍정석 전 용인을 예비후보는 통화에서 "지역에 에버랜드가 있고 닮기도 해서 푸바오 탈과 복장을 했더니, 선관위가 표지물 규정에 맞지 않다고 해 탈만 썼다"며 "선거법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다"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표지물은 자신과 다른 후보자를 구별하게 하는 표시나 특징을 드러내는 물건으로, 선거기간 전엔 길이와 너비가 각 100㎝ 이하여야 한다"며 "푸바오 탈은 규격에 맞지만, 푸바오 복장은 규격 제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사용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사소한 행동으로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은혜(분당을) 후보는 선거 운동복을 입고 마을버스에 올랐다가 선관위로부터 서면경고 조치를 받았고, 민주당 안귀령(서울 도봉갑) 후보는 지역 노래교실에서 마이크를 잡고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한 뒤 노래했다가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14일 대전 거리 인사 중 한 예비후보의 피켓을 들어달라는 요청에 "선거법 검토했나"고 호통을 치며 예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행 선거법의 선거운동 규제가 후보들의 '숨소리'까지 규제할 만큼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국내 선거운동 규제가 과도한 것은 사실"이라며 "시대의 변화에 맞춰 풀어줄 필요가 있고, 2주밖에 안 되는 선거운동 기간도 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들을 고려해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운동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 의견을 꾸준히 내고 있다"며 "이번 총선에서도 관련 법 개정을 제안했지만, 최종 의사결정은 결국 국회의 몫"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조시형  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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