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00쌍 집단결혼, 무슨 일?

입력 2024-04-0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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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7년 만의 개기일식이 관측된 8일(현지시간) 수백 쌍이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며 결혼식을 올렸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완전한 개기일식이 지나간 미 남부 아칸소주 러셀빌에서는 '일로프 앳 더 이클립스'(Elope at the Eclipse)라는 이름의 대규모 합동 결혼식 이벤트가 열렸다.

'일로프'(Elope)란 사랑하는 사람과 눈이 맞아 함께 달아나는 것을 일컫는다.

이 합동 결혼식을 주최하는 측은 지난해 7월에 개기일식 축제의 한 부분으로 이 행사를 예고했고, 커플들은 축제 티켓을 구매하고 결혼 증서 발급 비용을 내면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CNN에 따르면 이 행사에 모두 358쌍의 커플이 참여해 이날 오후 개기일식으로 하늘이 완전히 깜깜해지기 직전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날 현지시간으로 점심때쯤 시작된 개기일식은 4분여간 이어졌으며, 이 시간 동안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려 하늘이 온통 깜깜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15년간 사귀어온 애슐리 스미스와 게리 크네벨은 2017년 결혼식을 올리려다 스미스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한 차례 미뤘고, 이번 개기일식에 맞춰 결혼하기로 했다.

이날 결혼식을 앞두고 스미스는 "내가 결혼하는 순간이 가장 기대된다"고 말했지만, 크네벨은 "어둠의 순간이 가장 기대된다"고 했다.

멤피스 출신의 유치원 교사인 미리엄 맥시(34)는 결혼식 준비로 스트레스를 받던 중 페이스북에서 러셀빌 결혼식 광고를 보고 참여하게 됐다고 NYT에 말했다.

평소 천문학에 관심이 많다는 맥시는 "작년 내 휴대전화의 메모를 보니 '4월 8일 일식을 잊지 말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날 내가 결혼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이렇게 높은 에너지가 발산되는 날에 (결혼식의) 에너지가 클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이날 개기일식 관측 경로에 있는 오하이오주의 작은 마을 티핀에서도 무료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이 지역 상공회의소 임원 브라이스 릭스는 지난 3월 말 등록이 마감될 때까지 150쌍의 커플이 참가 등록을 했다고 전했다.

릭스는 "(참가자의) 10%가 지역 주민이고 나머지는 여행을 온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결혼식을 하러 이동한 거리는 총 1만6천600마일(약 2만6천71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개기일식 관측 지역 인디애나폴리스에서도 여러 건의 야외 결혼식이 열렸다.

이날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결혼한 신랑 재크 호럴(27)은 "사람들이 일식을 볼 수 있도록 데려오니 (결혼식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 덜어졌다"며 "그들이 우리 커플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어서 좋다"고 말했다.

신부인 코를런 맥컬럼(21)은 "결혼식을 이런 이벤트와 연결하면 더 큰 의미를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월요일은 통상 결혼식 날짜로 선호되는 요일이 아니지만, 이날 결혼식 서비스 웹사이트 '더 나트'(The Knot)에는 약 750건의 결혼식이 등록돼 1년 전 같은 요일의 2배가 넘는 수준을 보였다고 NYT는 전했다.

이날 개기일식을 바라보면서 약혼을 하는 커플도 있었다.

CNN이 이날 버몬트주 스토우에서 개기일식을 생중계하던 중에 한 남성이 여성에게 프로포즈를 했고, 여성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했다.

이를 지켜보던 CNN 기자는 "지금 역사에 새겨진 개기일식의 어둠속에서 진정한 사랑이 굳게 맺어졌다"며 축하를 건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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