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텅 빈 건설사…서울·부산서 '진검승부'

방서후 기자

입력 2024-04-18 14:49   수정 2024-04-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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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래미안, 푸르지오, 자이, 전부 없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건설사들의 브랜드가 올해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서 영 힘을 못 쓰고 있단 뜻인데요.

    어떻게 된 사연일까요.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정비사업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 아니었습니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1분기(1~3월) 기준 국내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총 4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5천억원에 비하면 10% 넘게 줄었고요.

    정비사업으로만 10조 클럽 입성을 목전에 뒀던 현대건설을 포함해,

    6곳의 건설사가 5조원 이상의 수주고를 쌓았던 2년 전에 비하면 40%나 쪼그라들었습니다.

    실제로 1분기 수주 마수걸이에 성공한 건설사는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 등 단 3곳에 불과하고요.

    시공능력평가 1위의 삼성물산은 물론이고,

    '자이' 브랜드로 잘 알려진 GS건설, '롯데캐슬'의 롯데건설, 'e편한세상'의 DL이앤씨 등 7곳의 수주 실적은 1분기엔 전무했던 상황입니다.

    <앵커>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역시 돈입니다.

    집을 짓고 팔아도 돈을 벌기는커녕 마이너스를 걱정할 지경이 되자 출혈 경쟁을 불사하던 건설사들이 점점 수주전에 나서지 않게 된 겁니다.

    실제로 전국 정비사업장 52곳과 리모델링 사업장 5곳의 3.3㎡당 평균 공사비는,

    지난해 기준 687만5천원으로 지난 2021년(518만7천원) 대비 약 33%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몇 년째 오른 공사비가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분담금이 증가하면서 조합과 건설사 간 갈등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수요가 많은 서울에서조차 시세를 웃도는 분담금이 책정된 사업장이 나오면서 공사 지연이나 중단까지 발생하는 실정입니다.

    여기에 건설사들의 붕괴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관리 비용에 대한 부담도 높아졌습니다.

    고금리와 적체된 미분양 역시 건설사들을 몸 사리게 하는 이유입니다.

    다시 말해 건설사들에게 정비사업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게 된 겁니다.

    <앵커>

    그렇다고 명색이 건설사인데 집을 안 지을 수도 없잖아요?

    당장 2~3년 뒤 주택 공급난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고요.

    건설사들의 대응이 궁금한데요.

    <기자>

    맞습니다. 사실상 국내에는 집을 지을 새로운 땅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정비사업을 포기한다는 건 곧 국내 주택사업을 접는다는 뜻입니다.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매출 비중이 최대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당연히 정비사업에 마냥 손을 놓을 순 없는데요.

    따라서 과거처럼 정비사업이면 무조건 수주한다기보다는 일반분양 수요가 많아 사업성이 우수한 지역 위주로 골라서 들어가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1분기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따낸 곳들을 보면 부산 촉진 2-1구역이나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등 대어급 사업장들인데요.

    2분기에도 이같은 선별 수주 움직임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현재까지 정비사업 1위를 달리고 있는 포스코이앤씨는 기세를 몰아 노량진1구역 재개발 수주가 예정돼 있고요.

    2위 현대건설은 송파 가락삼익 재건축, 3위 SK에코플랜트는 중화우성타운 재건축 사업에서 각각 수주가 유력한 상황입니다.

    수주가 없던 건설사들도 2분기부터는 서울이나 부산 같은 사업성이 비교적 우수한 지역에 슬슬 깃발을 꽂는 분위기인데요.

    최근 서울 잠원강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삼성물산은 부산 광안3구역, 서울에서는 한남4구역 재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요.

    대우건설은 신반포16차와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DL이앤씨는 도곡개포한신 재건축 사업에 각각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앵커>

    드디어 일 좀 해보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주변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이번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규제 완화를 표방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가령 준공 후 30년 지난 노후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도시정비법 개정 필요한 사안인 만큼 여야 간 협의가 어려워 보이고요.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으로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재현되며 업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요즘 같은 인플레이션 시기에 유가가 오르고 금리가 뛰면 지금보다 원가 부담과 금융 조달 비용이 더 커진다는 의미거든요.

    가뜩이나 주택사업으로 예금이자보다도 못 번다는 볼멘소리가 업계에서 나올 정도인데 최악인 줄 알았던 실적이 더 나빠질 수도 있고요.

    환율이 높아지면 달러로 계약하는 해외 수주에는 단기적으로 유리할 지 몰라도 원가 상승과 금리 부담이 가중되면 역마진은 시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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