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피하는 청년들…대기업과 임금 격차 2배·근로조건 열악

입력 2024-04-22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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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취업자 가운데 청년층 비중이 대기업과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심화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은 대기업과 2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육아휴직 등 근로 조건도 열악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다양한 성공 사례를 통해 청년에게 중소기업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일·가정 양립을 위한 사업주의 노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20대 대기업 근로자 임금, 중소기업의 1.6배…50대는 2.4배로 확대

22일 통계청의 '2022년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영리기업 중 대기업 근로자 평균소득은 월 591만원(세전 기준)으로 중소기업(286만원)의 2.1배다.

임금 격차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더 커졌다.

연령대별 임금 격차를 보면 20대는 대기업이 340만원으로 중소기업(215만원)의 1.6배로 나타났으며 30대 1.9배, 40대 2.2배, 50대 2.4배 등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는 근로조건에서도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7∼10월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5천38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을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52.5%였다.

그런데 300인 이상 사업체는 95.1%에 이르지만 5∼9인 사업체는 절반인 47.8%에 그쳤고 10∼29인 사업체는 50.8%였다.

여성의 출산 전후 휴가나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등 다른 일·가정 양립 제도도 비슷했다.

배우자 출산휴가도 필요한 사람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300인 이상 사업장은 84.1%로 나타났으나 5∼9인 사업장은 57.9%에 그쳤다.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도 300인 이상 사업장은 83.5%, 5∼9인 사업장은 54.8%로 각각 나타나 차이를 보였다.

일·가정 양립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심으로 활용되는 분위기다.

◇ 중소기업, 청년 기피에 인력난…외국 인력 확대 요구

중소기업들은 청년층의 기피로 인력난에 허덕이다 보니 외국 인력으로 눈길을 더 돌리고 있다.

정부는 올해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로 들어올 외국인 근로자 수를 역대 최대 수준인 16만5천명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중소기업계는 아직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 중인 중소 제조업체 1천200개를 상대로 조사한 '2023년 외국 인력 고용 관련 종합 애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 고용 한도 상향에도 아직 부족하다는 응답이 29.7%로 나타났다.

중기중앙회는 "전체 비전문 취업비자(E-9) 활용업체를 기준으로 추정하면 총도입 희망 인원은 20만명으로 올해 역대 최대 규모(16만5천명)에도 약 3만5천명이 더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단순 노무 근로자 중심으로 외국 인력을 받고 있지만 기술 인력 부족으로 중소 제조업 생산 건전성이 저해되고 있는 만큼 기술 인력 중심으로 전환해 중소기업에 더 공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구직자 취업 문제와 충돌할 수 있어 외국과 내국 인력의 조화로운 균형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오히려 중소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양질의 내국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 "중소기업과 성장한다는 꿈 제시해야"…유니콘 성장 사례 더 나와야

전문가들은 청년의 중소기업 취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회사)으로 성장하는 성공 사례 등을 통해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함께 성장하는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줘야 하고 적절한 보상과 주거·복지 시스템을 현실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장인 김도성 서강대 경영대학장도 "중견기업, 강소기업, 챔피언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 젊은 세대가 중소기업에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학회장은 "중소기업들에 골고루 조금씩 지원하며 영세업체로 끌고 가는 것보다는 잠재력 있고 혁신 성장할 수 있는 중소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유니콘 기업이 몇 개 나온다면 더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가족친화인증기업 등과 같은 인증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더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기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이 가족친화인증기업 등으로 지정되면 기업 평판이 좋아지고 채용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기업 간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전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정부가 중소기업 근로자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사용에 대해 업무 분담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도입하는데 민간 영역에서 확실하게 수당을 현실화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중소기업 근로자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주 10시간 이상 사용하고 그 업무를 분담한 동료 근로자에게 사업주가 보상을 지급하면 월 최대 20만원까지 사업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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