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만에 3,200억 원 손실…시장 흔든 트레이더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기자

입력 2024-06-08 06:53   수정 2024-06-0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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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시가 월가 전망을 웃돈 5월 고용보고서로 인해 조정을 받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채금리가 일제히 치솟는 등 시장은 불안정한 모습을 이어갔다.

현지시간 7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97포인트, 0.11% 하락한 5,346.99, 나스닥은 1만7,133.13을 기록했다. 이날 S&P500 지수는 애플의 주가 상승과 엔비디아의 낙폭 만회로 장중 5,375선까지 올라 장중 사상 최고가를 썼지만 주말을 앞둔 관망세와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의 영향으로 보합권으로 다시 밀렸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역시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월마트 등의 약세로 전 거래일보다 87.18포인트, 0.22% 밀린 3만8,798.99로 거래를 마쳤다.

● 방심하던 시장 또 놀랐다…미국 일자리 다시 증가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이 이날 오전 공개한 5월 고용보고서에 따른 비농업 일자리 수는 시장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노동부 집계 기준 5월 신규 일자리는 27만 2천 건으로 월가 전망치인 18만 2천건은 물론 전월 기록인 16만 5천 건을 크게 웃돌았다.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는 시간당 평균 임금도 1년 전과 비교해 4.1% 올라 시장 전망치인 3.9%를 앞질렀다. 시간당 평균임금의 전월 대비 상승폭은 0.4%로 4월 기록인 0.3%보다 임금 상승폭이 커졌다.

기업체 설문과 달리 가계 조사를 바탕으로 한 지표들은 약세를 보였다. 5월 실업률은 4.0%로 예상치인 3.9%를 넘어섰다. 미국의 실업률이 4.0%를 넘긴 것은 2022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조사에서 물가 상승에 고질적인 상승 압력을 줘온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일자리만 4만 3천개 늘었고, 의료서비스 6만 8천개, 레저와 숙박 등 서비스업에 4만 2천개를 기록했다.

이번주 앞서 공개된 5월 ADP 민간 일자리 수가 15만 2천 건으로 예상을 하회하고, 4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의 구인건수가 805만 9천건으로 둔화하는 등 노동시장 과열 해소를 기대했던 시장은 큰 실망감을 보였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노동 지표 발표 직후부터 치솟기 시작해 전 거래일보다 15.3bp(1bp=0.01%) 뛴 4.434%까지 올라섰다. 2년물 국채금리는 무려 16.9bp 급등해 4.889%로 5%선에 다시 근접했다. 3년물과 5년물도 16.9bp 올랐고, 30년물도 12.3bp뛰는 등 채권 시장 전반이 큰 타격을 입었다.



● 7월 인하 전망 폐기…JP모건, 씨티 마저 돌아섰다.

강한 미국의 고용지표는 월가 분석가들의 태세 전환을 이끌어냈다. 주요 투자은행 가운데 마지막까지 7월 인하를 고수했던 JP모건과 씨티그룹도 이날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는 것에 동의했다.

당초 올해 7월부터 4차례 100bp(1% 포인트) 인하를 예상했던 씨티그룹은 9월과 11월, 12월 세 차례 인하로 물러났다. 앤드류 홀런호스트 씨티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놀라울 정도로 강한 고용 성장"이라면서 기본 전략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당초 3차례 인하 전망을 포기하고 11월 한 차례 인하를 제시했다. 그는 이날 고용지표에 대해 "광범위한 노동시장의 약화를 확인하기까지 석 달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월가 투자은행 가운데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바클레이스, 에버코어ISI 등 10곳 이상의 기관이 9월 첫 인하를 기본 가정으로 제시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치뱅크, BNP파리바 정도의 기관은 12월 한 차례 인하를 예상 중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달 2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연설에서 "노동 시장이 크게 약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화 정책의 완화 기조를 지지하기 위해서는 몇 달 더 좋은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확인해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연준은 오는 11일과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월가는 이번 회의에서 연준은 현재 5.25~5.50%의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9%에 달한다.



● 화제의 트레이더 '키스 길'..3년 만의 스트리밍에 52만명 몰려

미국 고용보고서와 다음 주 통화정책 회의 등 굵직한 경제 이벤트를 앞둔 시장은 짙은 관망세와 함께 약한 조정을 이어갔다. AI 반도체로 기술기업 주가를 이끌던 엔비디아도 이날 약보합권에 그쳤다. 엔비디아는 이날 주당 1,208.88달러에 거래를 마친 엔비디아는 장 마감 이후 10대 1 액면 분할에 들어가 다음 주 월요일부터 주당 약 120달러선에서 거래를 시작하게 된다.

이날 시장은 대형 기술기업이 아닌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어 개인 투자자들이 몰린 주식 이른 바 '밈 주식'의 대표인 게임스탑이 이슈를 주도했다. '포효하는 고양이(Roaring Kitty)'로 알려진 트레이더 키스 길(Keith Gill)이 전날 유튜브 라이브스트리밍을 3년 만에 재개한다는 소식으로 게임스탑 주가가 시간외에서 급등하는 변동성을 보였다.

키스 길은 2020년 8월 게임스탑에 대한 투자 전략을 공개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X(트위터)와 레딧 커뮤니티를 통해 활동을 재개한 그가 유튜브 스트리밍을 예고하자 투자 노하우를 기대한 사람들이 시작 전부터 9만 명, 한때 동시접속자 52만 명까지 몰렸다. 하지만 이날 라이브 방송이 시작 된 이후부터 게임스탑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해 정규 거래에서 40% 가까운 낙폭으로 거래를 마쳤다.

키스 길은 "밈 몇 개를 올리고 스크린샷 몇 장을 올리면 모두가 정신을 잃는다"며 과거와 달리 회사와 무관한 이야기 등 알멩이없이 주제로 스트리밍을 채웠다. 그는 게임스탑 최고경영자인 라이언 코헨을 믿는다면서 "느낌이 그렇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 그가 공개한 이트레이드 계좌에 따르면 게임스탑 현물과 콜옵션을 포함해 하루 만에 2억 3,500만 달러의 평가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날 게임스탑은 종가 기준 주당 28.22달러를 기록해 그가 보유한 콜옵션 행사 가격 위에서 거래를 마쳤다. 키스 길은 오는 6월 21일 마감 예정인 게임스탑 콜옵션 1,200만 주를 소유하고 있으며 당일까지 주가가 행사 가격 20달러를 웃도는 경우 손실을 피할 수 있다. 그는 이날 대규모 손실을 입었음에도 게임스탑 현물 주식을 포함한 누적 수익률은 84%, 평가 수익은 우리 돈 4,830억 원에 이른다.



● 사우디·러시아 경고도 잠시…힘 약해진 국제유가

국제유가는 이날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정책에 대한 언급으로 오전 한때 반등을 시도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 경제 포럼에서 OPEC+ 회의 이후 유가 하락을 전망한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겨냥해 직접 비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두 페이지에 걸쳐 약세를 언급한 걸 세어봤는데 7번이나 언급했다"며 "기술적으로도 나쁘고 잘못된 수치를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1년 반 동안의 합의로 이미 실행해온 적이 있고. 정책의 일시 중단과 복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언으로 국제유가는 이날 오전 한때 상승세를 보였지만, 서부텍사스산원유와 브렌트유 모두 하락으로 돌아섰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 7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0.4% 내린 배럴당 75.25달러,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0.68% 내린 79.33달러를 기록했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 금값도 상승세가 꺾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국제 금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3.59% 급락한 트라이온스당 2,305.1달러에 그쳤다. 은값 역시 하루 만에 6.69% 내렸고, 구리 가격도 4.94% 하락하는 등 원자재 시장 전반이 고용지표 악화로 인한 타격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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