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좀비기업' 역대최고…성장·수익성 악화

김채영 기자

입력 2024-06-12 14:07  

지난해 국내 법인기업의 성장성 및 수익성이 전년에 비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지난해 전체 기업의 40.1%를 기록했다. 고금리로 기업들의 이자 부담은 커졌지만, 업황 부진으로 매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도 모두 악화했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23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에 따르면 국내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3만 2,032곳)의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 비용)은 지난해 219.5%로, 전년의 443.7%보다 대폭 하락했다. 이는 2013년 관련 통계 편제 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보다 이자 비용이 더 많은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의 기업 비중은 34.6%에서 40.1%로 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양호한 이자보상비율 500% 이상의 기업 비중은 38.9%에서 31.7%로 줄어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강영관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차입금 평균 이자율이 상승하고 금융비용 부담률도 상승했다"며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도 모두 나빠졌다. 지난해 법인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3.2%, 2015년 -2.4%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은 전자·영상·통신장비, 석유정제·코크스 등을 중심으로, 비제조업은 운수·창고업, 도·소매업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매출액이 감소로 전환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18.1%→-2.8%)과 중소기업(12.3%→1.4%) 모두 하락했다. 총자산증가율(7.8%→5.4%)은 전년 대비 하락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매출액영업이익률이 3.8%로 전년 대비 하락했다. 이는 2013년 이후 최저치다.

제조업(6.3%→3.2%)은 전자·영상·통신장비, 석유정제·코크스, 화학물질·제품을 중심으로 하락했으며 비제조업(4.1%→4.4%)은 운수·창고업 등이 하락했지만 전기가스업의 적자폭이 크게 축소되면서 상승했다.

대기업(5.4%→3.6%, 5.4%→4.8%), 중소기업(4.8%→4.4%, 4.0%→2.9%)의 매출액영업이익률과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이 모두 하락했다.

수익구조를 보면 매출액영업이익률(5.3%→3.8%)은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79.9%→80.6%) 및 판매관리비 비중(14.8%→15.6%) 이 상승하며 전년 대비 하락했다.

법인세차감전순이익률(5.1%→4.4%)도 영업외손익이 흑자로 전환됐지만 영업이익이 더 크게 감소하여 전년 대비 하락했다.

안정성 측면에서는 부채비율(105.0%→102.6%)은 하락했고, 차입금의존도(28.8%)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제조업·비제조업과 대기업·중소기업의 부채비율이 모두 하락했다.

강 팀장은 "2024년에는 전반적으로 금리 부담이 완화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되면서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석유 정제나 화학, 1차 금속 업종은 부진할 수 있고, 부동산 경기 부진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대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외감기업의 순현금흐름(업체당 평균)은 3억원 순유입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영업활동 현금 유입(58억→85억원)이 증가했지만 재무활동 현금 유입(38억→5억원)이 감소했다.

현금흐름보상비율(39.1%→47.1%)은 영업활동 현금 유입의 증가 등으로 전년보다 상승했다. 현금흐름보상비율은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수입으로 단기차입금과 이자비용을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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